드라마 『개소리』 12화 드디어 최종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이 드라마는 개와 말이 통하는 노인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소재가 참신하여 보게 된 거였는데 생각보다 오싹하면서 현실에 있을 법한 사건도 나오고, 노인들의 현실이나 여러 사회 문제를 풍자하는 등 굉장히 다양한 측면을 다루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주인공들이 탐정 역할을 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소위 유명 추리 만화처럼 특정지역(거제도)에서 강력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한다는 기묘한 설정이 되긴 했지만, 그 와중에 예수정의 아들 이야기처럼 실종자와 실종자의 가족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룬 에피소드도 있고, 노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마냥 슬프지 않게 유머스러운 톤을 잃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잘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는데, 예를 들면 이순재의 아들 이기동과 그를 둘러싼 여성들의 이야기는 이기동의 우유부단하고 은근 자기중심적인 행동 때문에 차라리 성장을 위한 내용이라면 깔끔하게 세 사람 사이가 정리되고 셋 다 제 갈 길을 가는 결말이길 바랐거든요. 그래서 김용건의 딸 김세경이 마음을 정리하고 몽골로 자원봉사를 하러 간다고 했을 때는 굉장히 무난하다 싶었건만, 결국 이기동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돌아와 둘이 합치는 장면에서 좀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지막 화에서 이기동의 비중이 생각보다 크더니 결국 저렇게 되어버렸다고 할까. 그냥 사랑은 이루지 못했어도 그걸 계기로 성장통을 겪고 자신만의 길을 선택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좀 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는데 말이죠.
또 이번 12화는 아무래도 예고편에서 나온 것처럼 특정 사건이 터지기보단, 이순재의 위기를 알아챈 소피가 그를 만나기 위해 서울까지 달려가는 소위 명견 래시 풍의 모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는데요. 일의 발단은 예수정이 쓴 극본 '두 남자'의 주인공이 젊지 않다는 이유로 방송국과 불화를 맺고, 이순재 일행이 직접 드라마의 제작을 나서면서 시작됩니다. 처음엔 제작에 난항을 겪고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피피엘을 대거 넣어 시대극이 아니라 코믹극이 되려나 하는 분위기도 있었어요. (피피엘 범벅이긴 했지만 이 장면이 좀 웃겨서 코믹 시대극이 되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여기에 전편에서 이순재에게 도움을 받은 현타가 나타나 드라마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드라마 제작은 순항을 타게 됩니다.
여기서 주연을 맡은 이순재는 방송 도중 쓰러져 정신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되는데, 거제도에서 이순재를 계속 기다리던 소피가 홍초원 모녀의 대화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인 모험(?) 길에 오르게 돼요. 홍초원은 옆집 횟집 사장님한테 소피를 맡기고 갔지만, 소피는 이순재에 대한 걱정 때문에 묶여있던 끈도 풀고 서울까지 올라가기로 결심하는데요. 좀 웃기고 귀여웠던 장면은 소피가 서울로 갈 수 있게 글자를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로 절에 사는 삽살개가 소피의 스승으로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삽살개는 속담 속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의 현신 같은 존재였는데 (실제로는 13년 묵은 개라고 나옴) 이 삽살개 씬과 이순재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소피에게 인간은 못 믿을 존재라고 말하는 친구 개의 장면이 특히 귀엽고 아기자기했어요.
소피는 스승인 삽살개로부터 배운 단어 '서울병원'이라는 글자를 기억하며 길을 떠나게 되는데 여기에서 양아치 같은 남자의 차를 얻어타기도 하고, 추위에 버티기도 하는 등 갖은 고생을 하면서 이순재가 입원한 서울병원에 도착하게 돼요. 그런데 이번 회차에선 소피가 유달리 고생하는 장면이 많아 드라마라는 걸 알면서도 짠한 심정이 들더라고요. 같이 보시던 엄마는 옛날에 키우던 개들이 저렇게 주인 찾아 떠나는 일화를 얘기하셨을 정도. 결국 소피는 서울 병원 자원봉사자들이 탄 전세버스를 몰래 얻어 탄 뒤 목적지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경비원들과 실랑이하다 자신을 알아본 홍초원과 만나게 되는데 홍초원 역시 저도 모르게 소피와 대화를 하면서 할아버지(이순재)의 능력을 이어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요.
그런데 여기서 이순재가 쓰러졌을 때 홍초원이 가족처럼 연락을 받고 병원을 찾아온 거나 이순재와 재회한 소피가 홍초원이 이순재 집안의 특수 능력을 이어받았다고 하는 걸 보면 중간에 생략되었을 뿐 홍초원이 이순재의 손녀라는 사실은 이미 인정을 받은 모양. 이후 회복한 이순재는 드라마도 호평을 받으며 성공하고 비록 설레발에 그치긴 했지만 연기 대상의 꿈을 꾸기도 하는 등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이순재가 연기대상을 받지 못하자 시상식에서 깽판을 치는 소피의 모습은 웃기면서도 속 시원했다고 할까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육동구 형사 일행이 해안가에 가발을 주우면서 사건이 맞네 아니네 투닥거리다가 여기서 소피가 냄새를 맡고 연쇄살인을 감지하는데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이순재와 소피 이번에 강력계로 승진한 홍초원이 나서게 되면서 이 드라마다운 엔딩으로 마지막화의 막이 내립니다.
'TV > 드라마(2024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년이』 1화 리뷰 (0) | 2024.11.03 |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Black Out』 3화 리뷰 (2024. 8. 24. 작성) (0) | 2024.11.03 |
『개소리』 11화 리뷰 (0) | 2024.10.31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Black Out』 1화-2화 리뷰 (2024. 8. 18. 작성) (0) | 2024.10.30 |
『좋거나 나쁜 동재』 6화 리뷰 (0) | 2024.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