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1화와 2화를 재방송을 통해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실은 현재 보고 있는 타사 드라마와 시간이 겹치기 때문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던 드라마였는데, 이 드라마가 왠지 제 취향의 장르물일 거라는 추천을 주변에서 받아 흥미가 생겼는데요. 문제는 오늘 TV 편성표를 살펴봐도 재방송 회차가 야박할 정도로 적다는 점이었고, 가장 중요한 1화의 재방송이 한번 빼고는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대강 드라마에 대해 찾아보니 동명의 베스트셀러, 독일의 미스터리 소설이 원작이며 한국 배경으로 각색한 작품인데 원작 소설은 아직 접한 적이 없지만 그 독특한 제목이나 표지의 분위기는 한번 스쳐본 적이 있어서 기억이 나더라고요.
구글링을 하면 금방 찾아볼 수 있는 원작 소설의 표지. 분위기가 굉장히 독특한데, 제목이 특이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아직 읽어볼 생각은 못 했고 그래서 원작의 전개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드라마 1화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1화의 재방송마저 타이밍이 약간 어긋나서 앞의 20여 분을 놓치고 말았는데 그 때문에 주인공인 고정우(배우 변요한 분)가 왜 징역살이를 했는지, 다른 주인공인 형사 노상철(배우 고준 분)과 사이가 나쁜지는 잘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1화 중반부부터 꾸준히 보니 대강 내용이 감이 잡히게 되었는데 고정우는 고등학교 친구인 여성 둘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뒤 복역을 했고 그로 인해 집안이 풍비박산이 난 인물로 보이더라고요.
작중에서 주인공인 고정우가 누명을 썼다는 건 그냥 감으로 봐도 파악할 수 있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이미 그가 친구들을 살해한 범인이므로 출소한 그를 반겨주는 이는 없다시피 했습니다. 고정우를 면회 오며 마중 나온 최나겸(배우 고보결 분)이나 고향 마을에서 반겨준 친구들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역신과 같은 취급이에요. 거기다 고정우의 아버지(배우 안내상 분)는 아들이 누명을 쓴 사건 때문에 충격으로 일찍 죽은 것으로 보이며 식당에서 일하는 어머니(배우 김미경 분)는 같은 마을에 사는 피해자의 아버지(배우 조재윤 분)의 갑질에도 쩔쩔매는 상황. 그야말로 1화에서 묘사되는 주인공의 처지는 암울 그 자체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 오는 날 어머니까지 육교에서 추락하는 사건이 터지게 됩니다.
드라마가 초장부터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 답답함과 주인공의 불운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기 때문에 흥미와 별개로 흔히 드라마를 보면서 사람들이 기대할 만한 사이다나 속 시원함은 없기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다는 예상도 들었고요. 또 내용의 궁금증 때문에 원작의 중요한 스포일러까지 찾아보게 되었는데, 마을 사람들의 어딘가 수상쩍은 태도도 그렇고 또 다른 주인공인 형사 노상철(마을 출신이 아닌 외지인)이 육교 사건을 조사하면서 미심쩍은 부분을 감지하는 것도 그렇고 과거의 사건에 마을 사람들 여럿이 개입되었을 거라는 뉘앙스가 많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과연 이런 마을에서 양심적인 인물은 얼마나 될는지...? 그리고 시체조차 나오지 않은 피해자들은 과연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궁금.
또 원작의 제목과 달리 드라마에서는 '블랙아웃(Black Out)'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 왜 이런 건가 싶었는데 작중에서 고정우는 기억이 모호한 구석이 있어 사건 당시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며 그런 그의 상황과 깜깜하기 짝이 없는 주변 상황을 빗대기 위해 블랙아웃이라는 부제가 붙은 걸로 추정되었습니다. 또 원작의 스포일러를 찾아보다 보니 폐쇄적인 마을에서 희생양 하나를 점찍어놓고 괴롭힌다는 어느 사회에나 존재할 법한 고질적인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한국에서도 통할법한 주제의식이라고 생각되지만 그 외 설정 중에는 한국 정서와는 미묘하게 맞지 않는 부분들이 존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드라마에서 이 부분을 좀 더 한국적으로 각색할 것 같은데 이런 장르물은 으레 초반은 무지 답답하지만 실마리가 풀리면서 몰아치는 경향이 있으므로 좀 더 기대를 갖고 봐도 좋을 듯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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