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방영을 시작한 ENA 드라마 『나미브』를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드라마의 본방은 사정상 챙겨볼 수 없었는데 오늘 TV를 틀어보니 1화와 2화를 연속으로 재방송해주고 있어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드라마를 보기 전에 제목이 특이하다고 생각해서 무슨 의미인지 찾아봤는데, 나미브는 나미비아에 위치한 세계에서 유일한 해안 사막이며 유네스코의 자연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지역으로 나마 부족의 말로 '아무것도 없는 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드라마의 포스터에 두 주인공 강수현(배우 고현정 분)과 유진우(배우 려운 분)로 추측되는 인물이 각각 사막과 바다에서 서서 마주하고 있고,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 작가 인터뷰에서 “사막처럼 메마른 삶을 살아온 여자와 바다처럼 떠돌던 아이가 만나는 이야기로, 서로 다른 세계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오프닝만 보면 꽤 애틋하고 잔잔한 내용이 펼쳐질 것 같았지만 본편의 전개는 꽤 급박하고 격한 편이었다는 생각.
표면적인 내용은 엔터사를 배경으로 능력은 있지만 주변의 계략으로 자신의 회사에서 쫓겨난 제작자 강수현과 방출된 장기 연습생인 유진우가 만나 성공을 한다는 내용이겠지만, 동시에 두 주인공의 정신적인 성장을 그리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었는데요. 오프닝의 잔잔한 애니메이션 구도만 본다면 힐링극일 것 같긴 하지만, 본편으로 들어가면 주인공들이 축출되는 과정이 꽤 심각하고 답답하게 전개됩니다. 특히 1화의 내용만 보면 오프닝에서부터 방송사고를 일으킬 뻔한 유진우가 등장하기도 하며, 판도라 엔터의 대표였던 강수현이 다른 이들의 계략으로 공들였던 회사에서 쫓겨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갑작스러운 이사회가 열려 다른 임원들이 강수현의 해임을 전적으로 찬성한다거나 대표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강수현에게 폭언과 갑질을 당했다는 조작 동영상이 돌아다니는 등 강수현이 손을 쓰기도 전에 사고가 터지면서 시청자들에게 울화를 유발합니다. 어릴 적에 음악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장기 연습생이라는 이유로 방출되고 부모가 회사에 진 빚 2억을 떠맡게 된 유진우의 사정도 마찬가지.
거기다 강수현이 회사에서 축출되는 부분은 왠지 현실에서 있었던 사건과 유사하다는 평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강수현을 쫓아내고자 마음 먹은 이들은 투자사인 스마일의 대표 오봉규(배우 인교진 분)로 그는 강수현에게 원한이 있는 장현철(배우 이승준 분)을 내세워 강수현의 자리를 빼앗고 그를 대표이사로 앉히게 합니다. 1화의 내용은 주인공들이 빌런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에게 일방적으로 쫓겨나는 내용이라 차마 유쾌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어요. 여기서 장현철은 과거 판도라 엔터에서 팀장으로 일했다고 나오던데 자신이 돌봐주던 '윤희'라는 소녀(조카 정도가 아닐까 추정)가 강수현의 권유로 연예계로 데뷔한 뒤 어떤 사고가 생겼으리란 암시가 나와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뭔가 연예계의 암울한 면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싶은데 이 부분은 현재 떡밥으로 비칠 뿐입니다. 반면 오봉규가 강수현을 못 잡아먹을 듯 구는 이유는 2화에서 제대로 드러나는데 황당하게도 20년 전 투자 관련 미팅에서 강수현에게 첫눈에 반해 멋대로 썸을 타고 프로포즈를 했으나 결국 차였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요.
황당하기는 해도 오봉규 관련 장면은 강수현 입장에서 빌런이긴 하지만, 그 성격이나 행동 때문에 분위기를 코믹하게 전환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처음엔 빌런처럼 등장하기는 했지만, 시청자들의 짜증을 불러일으키기보단 감초 역할을 하는 개그 캐릭터가 아닐까 추정중이고요. 일단 1화의 답답했던 분위기를 전환했던 건 쫓겨난 강수현이 동료인 김대표의 제안으로 유진우를 데려가면서 '스타라이즈'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기를 권유하면서예요. 2화에서 서서히 나오는 내용이지만, 장기 연습생이고 굉장히 냉소적인 성격임에도 유진우는 어린 시절부터 노래와 춤 못하는 것이 없던 음악 신동이며 그의 진가를 알아챈 강수현은 그의 재능을 키워 다른 유명 연예인처럼 다른 대형 기획사에 거액에 넘기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현재 강수현은 청각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고 그 아들이 과거 자기 실수로 사고를 당해 그렇게 되었다는 이유 때문에 어떻게는 그를 과보호하며 아들의 미래를 위해 양말공장을 인수하여 앞날을 보장하고 싶다는 이유로 이번엔 유진우를 키워 다시 성공해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셈이고요.
그런데 2화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개인사를 본다면 유진우는 어릴 적부터 자신의 재능을 돈벌이로만 여긴 부모에게 이용당했고, 그 모친이 멋대로 회사에서 빌려간 돈 때문에 거액의 빚까지 진 상태라 트라우마 비슷한 심리 상태였습니다. 그의 냉소적인 성격이나 데뷔조에서 탈락한 이유도 이런 부모의 행동이 원인이었는데 여기서 그의 어머니를 만나 담판을 지은 강수현도 어린 시절 바람을 피운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와 어린 동생과 함께 일방적으로 쫓겨났다는 게 드러나 유진우와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거기다 현재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요양비를 도맡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가족을 버린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나타나 요양원의 어머니를 일방적으로 데리고 가겠다고 주장하고 남편인 심준석(배우 윤상현 분)은 회사에서 해임된 것과 아들인 심진우(배우 이진우 분)의 일로 강수현을 원망하며 이혼을 얘기하는 등 풍파가 끊이지 않는데요. 재미있는 건 여기서 남편인 심준석이 과거 잘나가는 프로듀서였지만 아들 키우려다 잘 나가던 회사를 나와 경력 단절이 되었다는 말은 현대 기혼 여성들의 사례를 미러링 한 케이스라 참신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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