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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과 만화

『슈퍼맨 배트맨 공공의 적』 리뷰

by 0I사금 2025.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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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가서 책을 찾아볼 때 다른 책들보다 유달리 길어서 가로로 놓여있는 책들일 경우 확인하면 거의 그래픽 노블일 확률이 높더군요. 몇 가지 예외라면 소수의 사진집 같은 경우? 이렇게 눕혀 있는 책이라 한번 꺼내 봤더니 바로 슈퍼맨과 배트맨이 한자리에 나오는 내용인 데다 제목도 어째 낯익은 것이 예전에 OCN 편성표에서 종종 비슷한 제목이 올라온 것을 본 기억이 났는데 (정작 보지는 못했지만) 아무래도 그 원작이 이 만화책인가 싶었습니다. 제목이나 표지만 보아도 슈퍼맨과 배트맨이 투톱으로 활약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슈퍼맨과 배트맨은 어릴 적에도 본 히어로들이니 내용 이해가 어렵진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보통 익숙한 히어로들이 주인공이라 하더라도 조력자로는 그 만화 속 캐릭터들이 아니라 대개 다른 히어로물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어 볼 때 가장 당황했던 것은 등장하는 캐릭터들 중 모르는 캐릭터가 좀 많았다는 것 정도? 심지어 잠깐 등장하는 악당들마저도 모르는 캐릭터 투성이인지라. 물론 정작 읽다 보니 그런 것도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이긴 합니다만.


이 그래픽 노블에서 슈퍼맨과 배트맨의 공공의 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슈퍼맨의 숙적인 렉스 루터입니다. 악역이 렉스 루터이고 게다가 렉스 루터가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상황인데다 지구의 위기로 다름 아닌 크립톤 소행성이 닥쳐오게 된 것을 슈퍼맨의 탓이라고 언플을 한 탓에 일이 복잡해지는데 일단 악당이긴 하지만 렉스 루터가 대통령인지라 캡틴 아톰을 비롯하여 다른 히어로들은 렉스 루터의 말을 듣는 상황에 슈퍼맨에게 현상금이 걸리면서 여러 악당들까지 덤벼들면서 일이 꼬이거든요. 거기다 미래의 슈퍼맨이 나타나 현재의 슈퍼맨을 원망하는 대사를 하며 경고를 해 주는 일도 생기는 등 뭔가 심상치 않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전체적으로 내용의 중심축은 슈퍼맨에게 가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해도 만화의 비중은 슈퍼맨과 배트맨이 서로 비슷하게 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 심리나 생각 묘사에서도 슈퍼맨과 배트맨은 서로 대비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슈퍼맨의 말칸은 노란색으로 배트맨의 말칸은 파란색을 써서 서로 같은 순간 같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는데 슈퍼맨과 배트맨은 기질이 매우 다른 히어로이긴 하지만 이렇게 대비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여러 사건 와중에서도 서로가 서로의 능력에 대해 놀라워하고 존경심을 품는 장면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두 히어로 다 중요한 순간에 서로를 의지하는 측면이 강해 보이는 것도 있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배트맨이 탐정 같은 능력이나 지성, 그리고 재력을 동원해 각종 도구와 기기를 이용하긴 해도 그 본질은 일반인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내용 상 거의 슈퍼맨과 비슷하게 활약을 하고 때때로 슈퍼맨이 가장 신뢰하는 대상이 된다는 점을 본다면 가히 인간승리나 다를 바 없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일종의 낚시로 작용했긴 했지만 배트맨의 부모를 잃은 사건이 종종 언급되면서 배트맨의 트라우마가 상당히 깊게 내용에 깔려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요.


그리고 제가 봤던 영화 시리즈랑은 다르게 배트맨의 부모를 죽인 강도가 누구인지는 작품 상에서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나오며 이것은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는 일종의 복선이나 예고로 작용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려지는 배트맨의 캐릭터성은 또 묘하게도 작중 악역을 담당하는 렉스 루터와도 상당히 비교가 되는데 이 『공공의 적』에서 렉스 루터는 상당히 슈퍼맨에게 열폭을 하는 모습으로 그려져요. 외계인인 슈퍼맨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를 미워하여 다른 악당인 다크사이드와도 손을 잡았다는 게 드러나 결국 자멸에 가깝게 패배하여 몰락하는데 같은 지구인이지만 다른 특별한 초능력 없는 배트맨이 슈퍼맨만큼 활약을 하며 때때로 슈퍼맨이 가장 의지하는 대상이 되는 것을 본다면 결국 인간의 한계를 어떻게 여기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히어로와 악당으로 갈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렉스 루터가 자신이 살아있는 것을 보여주며 ‘크라이시스’를 언급하는데 이 『공공의 적』 한편에서도 또 다른 떡밥이 상당히 던져져서 궁금증을 안겨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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