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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과 만화

『에도산책』 리뷰

by 0I사금 2025.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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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가서 빌려올 책을 찾다가 이 만화책 『에도산책』이 한 권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책은 시리즈물도 아니고 한 권으로 완결이라 무리 없이 감상을 남길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요. 책을 빌려올 때는 몰랐지만 작가 정보를 찾아보니 다름 아니라 드라마화도 된 만화 『고독한 미식가』의 작가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일단 책에 실린 내용도 마치 하나의 서정적인 단편 소설들을 만화화한 것을 보는 것 같았다고 할까요. 만화에 어떤 원작이 따로 있다는 것이 아니라 만화의 내용을 활자로 옮겼어도 꽤 괜찮게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만화이기 때문에 더 빨리 읽을 수 있단 것 같았지만요. 

 

내용은 에도 거리를 걸으면서 거리를 측량하는 일을 하는 주인공이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 목격하는 일들, 혹은 동물이나 곤충들을 보면서 느낀 것들이 표현되는데 딱히 내용에 어떤 큰 줄기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주인공의 감상이나 느낌이 주 위주로 묘사되기에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만화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일본의 모 연작소설에서 한 일본 가정의 식물이나 동물을 요괴나 전통 이야기와 엮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내용을 전개하던 연작 소설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보면 일본 내 작품들 중에는 이런 전통적인 소재들을 이용해 서정적인 내용을 담는 경우도 제법 있는 듯해요.

 

어떤 이야기를 진행한다고 해서 거기에 반드시 큰 갈등거리나 사건, 격정적인 감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극상에서 주인공이 은퇴했다 말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예전에 하던 일을 떠올리거나 측량에 관한 일을 더 하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내기도 하고 막판에 큰 임무를 맡아 에도를 떠나게 되는 일이 생겨 현재의 부인과 헤어지게 되나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부인이 그를 도우려 같이 떠나게 되는 등 갈등은 예상과 달리 무사히 풀리게 되고 무난한 결말을 맞는 등 인간들의 갈등 자체는 큰 문제가 되는 것으로 묘사되지 않아요. 에도 거리와 그 곳곳의 자연을 묘사하는 것처럼 인간들의 이야기도 이런 관점으로 묘사하기 때문에 작품 자체가 상당히 치유물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처음엔 주인공이 돌아다니면서 보게 되는 에도 거리 주변의 동물들 이야기가 좀 나오는지라 혹시 일종의 동물을 소재 삼은 우화이려나 싶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이 가끔 주변의 동물이나 곤충들을 발견하고 그것에 빙의(?)하여 에도의 거리나 인간들을 바라보는 묘사가 종종 나왔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만화를 읽어갈수록 소재가 동물에 그치지 않고 지나가던 시인이나 만담꾼, 에도의 날씨 같은 것들, 거리 특유의 분위기나 축제 등에 맞춰지는 등 다양한 것을 알 수 있었고요. 만화에서 묘사되는 에도 거리는 참으로 따뜻하고 평화로운 모습이라 우리와는 다른 나라의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작중 등장하는 사람들 역시 상당히 인간적이고 정감이 가게 그려져 있는지라 힐링이 되는 만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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