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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과 만화

『정신병동 이야기』 리뷰

by 0I사금 2024.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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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신병동 이야기』는 처음엔 제목만 보고 좀 무서운 이야기일 거라 멋대로 생각했습니다. 거기다 만화책인지라 좀 읽기 쉬울 거라 예상한 것도 있었고요.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것은 제 편견에 가깝고 오히려 그런 편견을 교정시켜주는 내용에 가까운 만화책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책의 제목을 보고 생각한 편견은 어쩌면 다른 사람들과도 다를 바가 없는 게 괴담 같은 것만 좀 찾아보더라도 병원, 특히 정신병원과 관련된 괴담이 많고 이런 괴담 또한 근래 생겨난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시기를 거슬러올라가면 이런 정신병동 관련한 음울한 내용의 소설이 나온 적이 있다던가. 의외로 정신병원에 관한 공포는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존재하는 듯해요. 실제로 괴담과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범죄를 정신질환과 연결 짓는 것은 서양 매체에서도 제법 있어 편견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책에서도 언급되더군요. 흔히 우리나라가 정신질환이나 정신병동에 안 좋은 편견이나 선입견이 있어 병원에 갔더라면 치료가 빨랐을 질환(예를 들면 우울증 같은 것)을 놓쳐 불행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 책을 본다면 우리나라보다 사정이 좋을 거라 생각되는 서양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책에선 다양한 정신질환 -우울증, 치매, 망상장애, 자해, 조현병 등- 사례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동시에 관련 병원 종사자나 그 주위 사람들의 고충도 그려가고 있습니다. 특히 환자의 자살 사건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환자만이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이 받는 고통 때문에 보는 사람 입장에서 상당히 답답해지더군요. 그런데 책에서 예외로 두고 있는 장애는 반사회성 성격장애라고 보이는데 책의 중반에 언급되는 에피소드를 본다면 반사회성 성격장애는 일반적인 정신질환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이것을 완전히 치료한다는 것도 불가능하며, 좀 무서운 일은 현대사회에서 이 반사회성 성격장애가 보이는 특성 - 무책임함, 이기적임, 폭력성-은 사회적으로 용인 받기도 하며 오히려 이 반사회성 성격을 고평가하는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은 우리나라에도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좀 소름 끼치기도 했습니다. 저자의 사례 중 지인 중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 변호사가 되었다는 얘기가 있으니...

또 하나 책의 특이점으로는 저자의 만화가 정신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나 선입견을 교정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저자 입장에서도 상당히 자기 회복에 가까운 작업이었다는 점입니다. 저자분 역시 어린 시절에는 수줍음을 많이 타고 사람들과 대화하기 힘들어 매우 힘들었고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데다, 노력에 비해 큰 성과가 없어 좌절감이 심했었는데(일러스트와 간호조무사 일을 병행) 이 만화를 그리면서 인기도 얻고 자신감도 회복했다는 얘기를 본다면 예전에 들었던 창작활동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개념이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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