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9화 리뷰입니다. 이제 이 드라마도 마지막 화만 남았네요. 원작과 다른 오리지널 요소들이 많이 첨가되긴 했지만 왠지 마지막 화 예고편을 보니 큰 틀은 원작 전개와 유사하게 갈 거 같습니다. 드라마의 시작도 분위기도 장르도 그렇거니와 그나마 종우에게 있어 희망적인 엔딩은 아무래도 기대하기 힘들 거 같은 예감. 그나마 소정화 순경이 사건을 짐작하고 있고 유일하게 종우가 믿을 인간이었음에도, 이번 9화에서 차량 신고를 하고 형사들에게 무시당하고 의심스러운 점을 이야기해도 형사들이 귀담아듣지 않는 등 그녀의 처지 역시 종우 못지않게 고립되어 있어서 과연 큰 도움이 되기는 할까 우려가 되었을 정도. 그래도 약간 기대를 걸어보고는 있습니다만...
9화 전개에서 원작과 다른 요소로 좀 놀랐던 것은 원작에선 사건과 큰 관련 없이 무사했던 지은이가 드라마 상에선 문조한테 붙잡혀서 고시원을 어떻게든 떠나려던 종우를 되돌아오게 만든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단 점이었습니다. 원작에선 그저 왕눈이가 종우를 도로 끌어들이기 위해 입을 털기만 했는데 드라마 9화에선 처음 석윤이가 종우를 붙잡는 것을 실패한 관계로 서문조가 지은이를 납치하여 종우를 도발하는 수를 쓰기까지 했던 것. 그리고 드라마 초반 석윤이도 고시원 고벤져스들의 정체를 알아챈 뒤 바로 살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종우를 고시원 내 붙잡아두는 방편으로 이용당했다는 점입니다. 이번 9화에선 석윤이가 수모를 겪는 장면이 많이 나와 진심 동정이 들 수밖에 없었을 정도.
맨 처음 종우가 석윤이를 걱정하여 고시원을 찾아왔을 때 고시원 사람들은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길래, 저번 8화의 엔딩도 석윤이 입장에서 굉장히 불길하게 끝난 것을 알아서 그 행동에 상당히 위화감이 들었는데 역시 서문조에게 협박을 당한 거였더라고요. 상황에 예민하고 눈치가 빨랐던 종우는 그것까지 차마 의심하지 못하고 (중간에 석윤이의 다리가 다친 것을 보여줬는데 이것을 미처 보지 못했고 나중에야 석윤이의 상황을 눈치를 챔) 석윤이도 고시원 인간들과 한패가 아니냐며 화를 내면서 고시원 밖으로 나가버립니다. 석윤이가 울면서 종우를 부르는 장면은 진짜 불쌍했다고 할까 '타인은 지옥'이라는 드라마의 제목과 의미는 석윤이에게도 적용되는 셈. 그런데 그 상황에서 종우가 석윤이가 협박당하는 것을 알았어도 무슨 방법이 있긴 있었겠나 생각이 들긴 했지만요.
오히려 그 상황에서 석윤이의 이상한 점을 알아챘다고 해도 서문조한테 둘 다 붙잡히는 전개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았을 거라는 느낌에... 석윤이의 죽음은 원작에서도 확정되었던 거라 각오는 했지만 많이 안타까웠단 느낌. 그런데 석윤이를 고문하는 변득종의 태도가 점차 죽은 변득수를 닮아간다는 느낌이었어요. 이번 9화에선 희생자가 늘어서 재호가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 기자놈(이름 모름) 역시 변득종에게 사건 관련 증거물을 얻은 뒤 아예 종우를 살인범으로 몰아가는 기사를 작성하려다 뒤따라온 서문조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데 안 그래도 내외적으로 고생 많은 종우한테 기레기짓하는 게 화나서 잘 죽었다 싶을 지경. 그런데 서문조는 무슨 분신술이라도 쓰는 건가 싶을 정도로 적재적소에 등장하더군요.
묘하게도 서문조가 평소에는 종우를 압박하면서 종우를 지키는 복합적인 포지션이 되고 있다고 해야 할까... 하여간 묘한 캐릭터에요. 종우를 단순 다음 타깃이 아닌 자신과 같은 수준으로 만든다는 집착은 원작에서도 비추긴 했었지만 드라마 판에선 뭔가 그런 면이 더 극적으로 두드러져서 사이코 살인마인 자신과 동등하거나 혹은 유일하게 자신과 통하는 동반자에 가까운 존재를 종우한테서 찾으려고 했나 싶을 지경. 타 고벤져스 멤버들이야 어차피 서문조보단 낮은 서열이라 해석할 수 있고, 처음 실패작으로 여겨 서문조 손에 제거당한 유기혁도 결국 도구였던 성싶은데 종우는 특별하게 예외 취급이라 설마 살인 즐기는 사이코패스가 자신과 같은 친구를 원했나 싶었을 정도.
그리고 이 드라마 오리지널 캐릭터들은 뭔가를 할 것 같으면서도 결국 하는 것 없이 퇴장하는 전례를 그대로 밟아주고 있더군요. 기자의 죽음이 재호의 죽음과 관련 없다고 경찰들이 멋대로 판단 내린 탓에 고시원과 연결 지을 구실을 마련하지도 못했고요. 또 그동안 조폭 아저씨 캐릭터도 원작과 달리 오래 생존해 있어 사건을 밝히는 데 뭔가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늘 홍남복에게 고문당하다 살해당하면서 엄복순의 어그로를 끄는 역할밖에 되지 않았더라고요. 엄복순과 홍남복 사이에 균열같은 게 보이고 엄복순의 대사에서 서문조를 제외한 멤버들은 치워버려야 할 존재로 언급된 이상, 홍남복을 처리하는 인물이 엄복순이 되려는가 예상되기도...
개인적으로 아직 종우에게 인간적인 면이 남은 이상 살인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원작에서 홍남복에 해당하는 안경 캐릭터는 고시원을 탈출하려는 종우 손에 제거되지만 뭔가 드라마는 차이가 있으려나요? 이번에 등장한 군대 후임 창현이는 원작에선 그다지 도움이 못 되는 캐릭터라 별 기대가 없는데 예고편에선 고시원 내에서 뭔가를 목격한 것 같은 느낌이라 또 어떻게 될지는 아리송한 상황. 그리고 현재 드라마의 전개 상황을 본다면 드라마 내 최애 캐릭터인 유기혁 같은 경우는 죽음이 확정된 것도 같고, 혹시 모를 반전 요소로 등장할 여지 같은 것은 없어 보이네요. 남은 한 화에 정리할 내용들이 너무 많은지라 최애 캐릭터가 재등장할 여유는 없다고 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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