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V/드라마(2018년~2021년)

『타인은 지옥이다』 8화 리뷰 (2019. 9. 30. 작성)

by 0I사금 2025. 1. 26.
반응형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8화 리뷰입니다. 예고편에서 드라마 최애캐릭터인 유기혁이 잠깐, 그것도 과거의 모습으로 추정되는 모습이 나와 좀 기대를 했었는데요. 기대한 것만큼 그렇게 큰 비중은 아니었고 그냥 잠깐이나마 다시 얼굴을 비추어서 반가웠단 정도였다고 할까. 솔직히 캐릭터 좋아하는 마음으론 과거 회상 장면이 좀 길었다면 좋았겠지만 이제 다음 주면 드라마도 종영이다 보니 풀어낼 이야기가 많아서인가 별 수 없었다 싶더라고요. 다만 짧게나마 회상 장면으로 언급된 유기혁의 모습을 통해 유기혁은 원래 가족도 있었고, 직장도 있으며 서문조의 행동에 당황이나 불쾌감을 표현할 수 있었던 평범한 사람이었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네요. 


유기혁의 정신을 서문조와 고벤져스 멤버들이 어떻게 붕괴시켰는지 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 중간 전개가 종우가 겪은 것과 유사하다 한다면 처음 예상했던 대로 유기혁은 종우의 타락한 버전 혹은 대비되는 포지션이라는 게 맞아떨어진 셈. 과거 회상 장면에서 유기혁과 서문조가 식탁에 앉아 마주보고 있을 때 고벤져스 멤버들 전원이 뒤에서 유기혁을 지켜보는 장면은 은근 소름이었다고 할까. 이 부분은 8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고벤져스 멤버들이 석윤이를 압박하는 장면과 겹쳐 보이는 구석도 있었습니다. 아마 이런 상황에서 고시원 소속이 되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유기혁 또한 석윤이나 다른 피해자들과 다를 바 없는 결과를 맞이했으리란 걸 암시적으로 보여준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서문조가 말한 (엿들었다던) 유기혁의 사정은, 친구한테 배신당하고 가족도 잃었다 하는 걸 보면 재호 같은 놈을 믿었다가 부인을 뺏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유기혁과 윤종우가 같은 과정을 겪었는데 결과만 달라진 거라면 고시원에 들어오게 된 과정 역시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그리고 드디어 오늘 재호가 서문조의 희생자가 되었는데 원작에선 꼰대 같은 면이 있어도 끝까지 종우를 믿고 챙겨준 것과 달리 드라마 상의 재호는 지은이한테 흑심을 품는 듯한 묘사와 오락가락하는 성격 탓에 별로 호감이 가지 않고 오늘 끔찍하게 죽긴 했어도 별로 동정심은 들지 않더라고요. 기왕이면 병민이도 좀 같이 죽어줬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심 병민이는 이제 짜증을 넘어서는 혐오감이 드는 캐릭터 톱이라...


재호의 죽음은 원작과 차이가 좀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서문조(왕눈이 포지션)가 술자리에 갑자기 합석하여 생긴 트러블 때문인 것은 공통점이나, 원작에선 재호 쪽이 종우를 보호한답시고 왕눈이 성격을 긁어서 왕눈이의 개인적인 분노에 의해 화를 입은 거라면 드라마에선 오히려 서문조가 재호를 먼저 긁었고 나름 종우를 위한답시고 살인을 저지른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초반 서문조가 7화에서 종우가 줘 팬 고딩 부모들이랑 합의를 해 준 것도 그렇고 종우 상처를 치료해 준 것도 그렇고 이쯤 되면 사이코 살인마는 맞는데 종우한테만 벤츠 포지션이라 보면서 당혹스러울 정도. 그리고 재호가 오피스텔이 아닌 회사에서 살해당하는 것도 차이점인데 하필 그때 가끔 회사 찾아오던 기자(오리지널 캐릭터)가 그 장면을 목격한 뒤 특종을 잡는답시고 서문조를 따라갔다가 변득종을 마주치더군요.


이 기자의 다음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자세히 나오지 않는데 아마 정황상 살해당했을 거라 추정되고요. (마지막에 홍남복과 변득종이 캐리어 옮기는 걸 보면 뭐...) 뭔가 이 드라마는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뭔가 할 것 같으면서도 허무하게 퇴장하는 전례를 밟는 것 같은 느낌. 그래도 초반 나왔던  차형사는 소정화 순경이 그 행방을 쫓으면서 고시원에 대한 의심을 확실하게 만든 계기가 되기라도 했는데 말이죠. 소정화 순경이 차근차근 고시원의 살인 행각에 대한 단서를 모아가고 있고 상당히 진실에 근접해 있는데 파트너를 제외하면 같은 경찰들이 그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지 않아 이쪽도 종우 못지 않게 제목과 같은 '타인은 지옥'같은 상황을 겪고 있어 답답함이. 어찌 보면 소정화 순경은 다른 방향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 같았달까.


그리고 원작의 전개대로 석윤이의 최후도 멀지 않았네요. 이제 남은 분량이 2화인 점도 있고 전개가 빨라진 것 같았는데요. 석윤이도 은근 종우 말을 잘 안 듣고 눈새인지라 답답한 구석은 있었지만 그래도 드라마 상에선 종우를 걱정해주는 인물이기도 하고 밝은 성향에 성격에 일관성이 있어서 호감인지라 드라마 속 재호와는 달리 그 운명이 좀 안타깝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9화 예고편에선 꼭 종우의 여친인 지은이마저 위험해 질 것처럼 묘사했지만 드라마가 원작과 다른 요소들을 첨부했어도 현재 전개를 봤을 땐 오리지널 캐릭터들 다루는 것 말고 큰 틀이 달라지진 않아서 지은이 관련으로는 생각보다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네요. 하지만 종우는 원작대로 가면 살아도 산 게 아니게 되니 제발 소정화 순경이 제때 구해주러 가길 바라게 되더라고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