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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18년~2021년)

『타인은 지옥이다』 10화(최종화) 리뷰 (2019. 10. 7. 작성)

by 0I사금 2025.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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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10화 리뷰입니다. 10화가 최종화니까 과연 어떤 결말이 날지 기대도 되고 9화 재방송도 보면서 기다렸는데 생각보다 더 멘탈이 갈리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네요. 어떤 의미에선 원작 결말보다 더 멘붕 오는 결말이었단 생각. 차라리 주인공들 처지만을 비교해 본다면 고시원을 벗어나더라도 왕눈이가 쫓아온다는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원작 종우의 입장이 그래도 더 나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그리고 드라마 속 최애였던 유기혁은 뭐 회상으로라도 나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런 것 없었다는 결론. 그나마 사진으로 얼굴을 다시 비추더군요. 약간 아쉬웠달까요?

최종화가 방영되기 전에 결말이 어떻게 날까 상상하기도 했는데 원래 이런 장르를 잘 보긴 했고, 이런 장르가 원래 시궁창인 엔딩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엔딩에서는 주인공들이 어떻게든 살아날 수 있는 일말의 희망 하나라도 남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었어요. 예전에 방영한 같은 방송사 드라마 『구해줘 2』 같은 경우 원작 내용이 굉장히 암울한 배경에서 이야기가 시작됐고, 드라마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원작의 아주 꿈도 희망도 없는 결말을 약간 틀어 그래도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살아갈 동력을 얻게 되는 결말을 맞은 것처럼 『타인은 지옥이다』도 그런  결말을 좀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타인은 지옥이다』의 주인공 종우도 충격적인 사건을 겪긴 했지만 그래도 고시원을 벗어나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는 해도 어떻게든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드라마 결말은 좀 더 예상 밖으로 전개되더라고요.  고시원 내 고벤져스들 사이에 갈등은 이미 전편에서부터 충분히 복선이 던져졌기에 서로 통수를 치다 자멸하는 것은 그럴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종우의 연락을 받은 소정화가 종우를 구하러 왔다가 오히려 엄복순 일당에게 통수를 맞고 지하실에 갇히면서 좀 암울해진다 싶었지만... 하지만 묶인 상태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종우의 모습과 지하실에 갇혀서 탈출을 시도하는 순경의 모습이 겹치는 연출은 좋았단 생각. 와중에 홍남복의 전자발찌 설정을 회수한 것도 좋았다고 생각했고요. 안희중이 여태 안 죽은 것도 놀라웠지만 지나가던 아저씨가 증인 되는 것보단 나은 각색이었다고 생각해요.

지하실에서 홍남복이 소정화 순경에게 변태 짓을 시도하다 실패하는데 그 모습을 본 엄복순은, 자기 걸 건드렸다며 분노하여 홍남복을 때려죽입니다. 엄복순은 서문조의 통수를 쳐서 그를 살해하려다가 오히려 역으로 서문조 손에 죽고, 변득종 역시 원작 키위처럼 왕눈이 격인 서문조를 살해하려다 역으로 살해당하는데 그동안 고벤져스들 사이에 분열 떡밥이 뿌려져 있어 이런 전개는 그럴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종우가 원작과 달리 손에 피를 덜 묻히게 되는 전개이기에 사건의 여파를 적게 받아 종우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루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하지만 막판 반전으로 고시원 멤버들을 살해한 일이 전부 종우의 손에 일어났다는 진실과 더불어 서문조가 기어이 종우의 정신을 붕괴시키고 자신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성공했다는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서문조는 종우를 살려주는 대신 고시원 일당들을 종우 손으로 살해하라는 조건을 겁니다. 종우는 그동안 고시원 내에 쌓인 악감정과 서문조의 말을 듣지 않으면 살아날 수 없다는 절박감 그리고 서서히 정신적으로 불안한 징후가 있어 그 조건을 수락하고 마는데 나중에 경찰들이 증거를 확인했을 때 고벤져스들 시체 옆에 서문조의 지문과 혈흔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는 서문조가 직후에 증거를 조작했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하나 싶기도. 거기다 종우는 살인마로 전락한 것도 모자라 서문조의 환영에 끊임없이 시달리게 되었으니 주인공의 입장에서도 주인공의 입장에 공감하며 본 시청자 입장에서도 참으로 암울한 엔딩이 나고 말았네요. 그리고 종우의 저런 변화로 인해 그동안 종우를 가장 이해해 주던 소정화 순경은 그야말로 제목과 같은 '타인은 지옥'같은 상황을 다시 받아들이게 된 셈이니...

이 미쳐가는 전개 속에서 그나마 정상을 유지한 인물이 소정화 순경인데, 소정화 순경 역시 서문조의 환영을 보는 것을 보면 결국 에덴 고시원에서 온전히 벗어난 인물은 없다 싶을 지경이었어요. 드라마나 영화 등을 보면서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이 나는 것을 매우 질색해 왔지만 그렇다고 주인공이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아무래도 드라마를 볼 때는 주인공의 입장에 공감을 하게 되는 구석이 있으니까 지나치게 멘붕이 올만한 상황은 피하고 싶어지는 것도 있었거든요.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의 결말은 어떤 의미에서  드라마의 제목과 최종화 부제(가스라이팅)의 의미를 회수한 엔딩이며 원작보다 좀 더 이야기를 보충해준 것이긴 했지만, 그 결말과 분위기 탓에 나중에 다시 재탕하긴 힘들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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