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이브스 아웃 : 글래스 어니언』을 감상하였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전편인 『나이브스 아웃』을 흥미진진하게 보았고, 리뷰를 위해 잠깐 쉬었다가 이번에 후속편인 『나이브스 아웃 : 글래스 어니언』까지 보게 되었는데요. 보기 전 부제인 '글래스 어니언'은 대체 뭘 말하는 걸까 의아했는데 영화를 보니 사건의 배경에 유리 공예품이 많이 등장하며 그중 핵심이 되는 것의 이름이 '글래스 어니언'이라고 나오더라고요. 사람의 시야를 현혹하여 속이는 동시에 주인공 브누아 블랑이 추리를 하면서 진실이 한 꺼풀씩 벗겨지는 것을 비유하는 장치였던 모양.
이번 영화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성공한 사업가, 정치가, 과학자, 인플루언서 등 사회적으로 유명하고 재산이 많은 이들과 그들을 후원하는 억만장자 마일스 브론이 그리스에 있는 초첨단 저택에서 파티를 벌이고, 거기에 탐정 브누아 블랑은 수수께끼의 초대장을 받고 초대됩니다. 브누아 블랑은 누가 자신에게 초대장을 보낸 건지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적당히 파티에 어울리는데, 그때 갑자기 초대를 받은 한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숨이 끊어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살인범이 이 안에 있다고 생각한 브누아 블랑은 수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전작 『나이브스 아웃』에서도 이미 보여준 바 있지만, 이 영화의 감독은 현대 미국 사회의 치부를 고스란히 영상에 담으려는 것 같았습니다. 전작에서 베스트셀러 작가인 아버지에게 기대어 제대로 된 능력 없이 유산만 탐내려는 자식들, 그리고 중산층에 속하는 인물들이면서도 은근히 다른 계급이나 인종의 사람들을 깔아보는 이중적인 면모를 지닌 인간들의 모습을 까발렸다면 이번 '글래스 어니언'에서는 미국식 졸부들의 천박한 면모를 노골적으로 담았다는 생각. 소위 생각 없이 필터링 없는 소리를 해대며 그것을 '쿨함'이라고 치부하는 미국 현 세태의 모습까지 과감하게 비판하는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작보다 이번 시리즈에 나온 인간들의 행태가 더 눈살이 찌푸려지고 보기가 싫었을 정도. 그럼에도 중간중간 들어가는 유머 코드가 웃겼는데 주인공들을 거부 마일스 브론의 저택에 태워주는 그리스인 선장이 선착장에 유리로 된 동상들을 보면서 '돈지라르(아무래도 돈지랄을 말하는 듯)'라고 말하거나, 트위치로 돈을 끌어모으는 인셀 대표 하남자 캐릭터가 영상 뒤에서 엄마한테 뺨 맞고 꼽먹거나 하는 장면 같은 게 웃기더라고요. 하지만 사건이 본격적으로 터지기 직전 사건에 휘말린 인간들을 소개하는데 비중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에 약간 지루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었어요.
중반 브누아 블랑이 누구인지 모를 인물의 초대를 받고 저택에 온 게 아니라, 실은 의뢰인과 함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던 느낌. 하지만 살인 사건과 브누아 블랑의 추리에 좀 더 초점이 맞춰졌던 전편과 달리 이번 시리즈는 사건에 휘말린 인간들의 이기적인 면모와 좀 더 파격적인 결말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었습니다. 결말은 와장창 박살나는 게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었다고 할까요. 저택 주인인 마일스 브론이 재정부족인 루브르 박물관에 거액을 주고 모나리자 그림을 대여했다고 하던데, 실은 박물관 측에서 모조품을 주고 돈을 챙긴 거라고 한다면 나중에 이걸로 소송이 걸려도 재미있겠다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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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주인공인 브누아 블랑이 게이라는 설정이라는 글을 볼 수 있었는데 잠깐 나온 룸메이트가 연인인 모양이네요. 게이 명탐정이라는 게 굉장히 참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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