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온 영화 중에 『나이브스 아웃 : 글래스 어니언』이란 영화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시리즈물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어쩌다 예고편을 봤을 때는, 주인공이 『007 시리즈』에 나왔던 배우구나 하면서 넘겼을 정도. 나중에야 다른 데서 우연히 감상글을 보고 영화 『나이브스 아웃』의 후속편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이 영화가 탐정물이라는 걸 알기 전까진 간단한 감상만 보고 한 가문에 일어난 살인 사건을 둘러싼 스릴러 내지 사회비판물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물론 영화의 작은 주제라던가,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면모를 보면 충분히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더라고요.
주인공인 탐정 브누아 블랑과 그 동료인 경찰관들, 그리고 일부 캐릭터를 제외하면 살인 사건에 연루된 주요 인물들은 꼭 현대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설정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달까요. 줄거리는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 장르는 추리, 미스터리로 추정 -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의 자식과 손자들이 유산을 두고 싸우게 되고, 탐정 브누아 블랑이 그 상황에 고용되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는 내용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자기 자식들이 아닌 자신을 간병해 준 이민자 출신 간병인에게 재산을 물려주면서 갈등이 심화되는데 보면 볼수록 작가 할아버지가 왜 자식들을 유산 상속 대상에서 제외했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떤 의미에서 이 영화는 고전 탐정 소설인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포와로 시리즈』를 현대적으로 각색하고 적절하게 영상으로 옮긴 작품 같다는 느낌을 많이 주었습니다. 주인공인 브누아 블랑이 경찰들이 자문을 받을 정도로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사립탐정이라는 설정이나, 그가 단서를 찾으며 자신의 추리를 확인하는 장면, 일단 사회에서 인정받고 재산이 많은 가문에서 갑작스럽게 벌어진 살인 사건이라는 소재가 고전적인 탐정물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많았거든요. 고전 탐정물의 클리셰를 현대적으로 살려낸 영화 같아서 어떤 의미에서 영상으로 된 추리소설을 보는 느낌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이미 시리즈가 나온 것처럼 영화의 퀄리티가 좋다면 계속 시리즈물로 보면 좋겠다 싶었을 정도. 처음엔 무슨 내용인지 정보도 없이 재생을 눌렀다가 영화에 절로 몰입을 하게 되었는데 리뷰를 쓸 예정이 아니었다면, 바로 다음 시리즈(글래스 어니언)를 재생했을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또 등장하는 배우들 중에 낯익은 얼굴들이 보여서 재미있었다고 할까. 일단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 탐정이 최근 『007 시리즈』에서 본드 역을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라서 시선을 끈 데다가, 중반에 작가의 개망나니 손자로 등장하는 배우가 바로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서 캡틴 역을 맡은 크리스 에반스라서 놀랐다고 할까요. (007과 캡틴 아메리카가 한자리에~!)
사건의 진실은 간병인의 실수를 감싸주며 그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려던 작가의 계획이었던 건지, 아니면 또 다른 음모가 끼어들었던 건지 브누아 블랑이 파헤치게 되는데요. 이미 초반부에 작가가 죽는 과정이 나와 저 상황이 성사된 과정만 알아차리는 게 끝이라면 이야기가 너무 심심하지 않나 싶은 찰나에 다른 반전들이 등장하면서 몰입을 유도하더라고요. 참고로 저 간병인에게 유산을 뺏긴 가족은 직계로 한 푼도 물려받지 못하는 심정이 이해가 될 찰나에 '가족같이 대한다'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인간들이 실제로 어떤 인간들인지를 보여줘서 막판엔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더라고요.
그리고 자식들이 손주 대로 올수록 성향이 더 극단적이라는 것도 현실 반영이라는 감상도 들었고요. 뻘 소리지만 작가의 소설이 넷플릭스에서 드라마화 제안이 왔다는 소리가 나오는 게 소소한 부분에서 고전 탐정물 같으면서도 현실 느낌을 냈습니다. 영화 속에서 작가의 아들이 넷플릭스 드라마화 계약금이 어마어마하다면서 아버지를 설득함에도 이 부분에 한해선 작가가 고집이 있는지 아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던데, 이제 소설의 저작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으니 영상화가 가능할까요? 작가의 소설이 알고 보니 브누아 블랑 같은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물이라면 재미있겠다는 상상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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