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넷플릭스에 들어가니 이 영화 『슬렌더맨』이 메인에 뜨더라고요. 최근에 올라온 신작인가 싶었는데 개봉은 한참 지난 2018년도에 한 영화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 영화가 넷플릭스에 최근에 올라온 건지 아니면 원래 있었는데 넷플릭스의 알고리즘이 인도한 건지 몰라도 도시전설을 기반으로 한 공포영화인지라 궁금해서 일단 재생을 눌렀습니다. '슬렌더맨'은 외국계 도시전설이라 우리나라 사람들한텐 좀 낯선 존재일지도 모르겠는데 솔직히 저도 이름만 아는 수준이었던지라 검색을 해야만 대강 어떤 괴담인지 알 수 있겠더라고요.
※ 참고 :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47XXXXXd1527
슬렌더맨이 노린 아이들은 사라진다거나 하는 것이 주 내용인 걸 보면 미스터리한 아동 실종 사건 뒤에 부풀려지는 괴담으로 추정되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괴담 망태 할아버지나 빨간 마스크랑 비슷한 느낌이 아니려나 싶어요. 하여간 영화의 내용이 궁금하여 재생을 눌렀는데, 생각보다 참신하거나 특색 있는 공포물이라고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슬렌더맨』이고 도시전설 속의 캐릭터를 끌고 온 내용이긴 하지만 영화의 진행이나 서사를 본다면 굳이 '슬렌더맨'을 끌고 올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
왜냐하면 사건 뒤에서 숨어있는 미스터리한 존재의 근원을 밝히는 게 아니라, 현대 공포물이나 인터넷 괴담 종류에 흔한 클리셰를 차용했기 때문이에요. 영화 『슬렌더맨』의 내용은 여고생 네 명이 인터넷을 통해 '슬렌더맨'을 소환하는 의식을 호기심에 시도했다가 하나둘씩 슬렌더맨의 표적이 되어 화를 입고, 결국 마지막에 주인공에 해당하는 여학생이 자기 동생까지 표적이 되자 그를 살리기 위해 대신 희생한다는 내용인데... 이런 공포물의 특징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괴담에서 두고두고 우려먹는 클리셰를 현대식으로 약간 각색했다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고전적인 괴담들의 전개가 호기심 많은 주인공들이 우연히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는 흉가에 들어갔다가 이상한 일을 겪는다는 내용이라면 현대의 괴담은 이런 클리셰를 그대로 차용하거나, 아니면 약간 변형을 주어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이상한 영상을 보았다/사이트에 올라온 방식을 행했다가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는 형식으로 바꾸거나 하는데 이 영화 『슬렌더맨』은 고전 괴담에서 형식을 현대적으로 바꾸었을 뿐, 거기서 더 특색 있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아요. 슬렌더맨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귀신이나 악마라고 해도 별 차이 없는 말하자면 진부한 공포물이라는 거죠.
차라리 '슬렌더맨'이라는 소재를 차용할 거라면 유튜브에 올라왔던 8분짜리 단편영화가 더 완성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엔 영화 제목이 같았기 때문에 단편영화의 판권을 사서 극장용으로 각색했나 싶었는데 전혀 상관없는 영화라서 보면서 아쉬웠을 정도. 위의 영상은 단편영화라 극장용 영화에 비하면 효과는 단순하지만 아이를 홀려 데려가는 슬렌더맨의 존재감이 확실하며, 그에게 동생을 잃은 뒤 평생을 바쳐 슬렌더맨이 무엇인지 찾아내려고 한 주인공 앞에 슬렌더맨이 나타나면서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내용으로 공포물로서의 완성도는 더 뛰어난 편이에요. BGM만 바꾼 개그 버전도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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