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1시즌 8화 리뷰입니다. 8화의 부제는 다름 아닌 '프론트맨'으로 프론트맨은 그동안 게임을 관리하고 지휘하던 검은 가면남을 이르는 것. 그리고 8화의 중심 내용이 탈출한 준호의 이야기일 거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로 알고 있다고 하지만 비로소 검은 가면남의 정체가 드러났는데, 이건 정말 스포일러를 모르고 봤더라면 충격이 컸겠다 하는 뒤늦은 아쉬움이 들더라고요. 거기다 결말을 한 화차 두고 드디어 중심인물들의 상당수가 퇴장하게 되는데요. 개인적으로 드라마를 보면서 맘에 들었던 캐릭터가 탈북자인 강새벽과 형사인 황준호였는데 이 둘 다 한꺼번에 퇴장하는 모습이 나와 여러모로 아쉽기도 했습니다.
일단 전편 징검다리 건너기 게임이 끝나자 게임 주최 측은 남은 징검다리를 폭파시키고 그 파편이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향해 날아왔는데, 이때 슬로모션까지 써가며 이 장면을 부각한 이유를 알 수 없었어요. 그런데 8화 초반부에서 저 장면을 왜 길게 보여줬는지 알만한 장면이 나오는데, 다름 아닌 새벽의 옆구리에 커다란 유리 파편이 찔린 모습이 나오거든요. 아무래도 다친 몸으로 게임을 진행하기 어려우니 슬슬 새벽이 퇴장하도록 확실하게 플래그를 꼽는다 싶더라고요. 막판에 게임 주최 측에서 기훈, 상우, 새벽에게 스테이크 같은 고급 음식을 먹이기까지 하는데 아픈 몸으로 저걸 먹을 수 있나 싶었을 정도. 결국 부상 때문에 정신을 잃은 새벽은 상우의 손에 유명을 달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새벽의 운명이 너무 빤하게 정해졌고, 기훈과 상우 역시 결말이 비극인 게 확정이다 보니 스테이크를 암만 가져다줘봤자 꼭 사형 집행 전에 먹는 최후의 만찬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고기를 먹방하는 장면인데 생각보다 식욕이 돋지 않고 오히려 폭풍전야처럼 오싹한 느낌이었다고 할까. 새벽의 죽음 씬에선 성기훈이 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세 명만 남은 상황에서 동의서 제3조항을 들먹이며 이제야 나가고 싶다고 외친다거나 의사가 있을 리 만무한 상황에서 새벽을 고쳐주겠다고 관리자들한테 가서 난리를 치며 한눈을 파는 등 위협에 제대로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더라고요. 확실히 상우에 비하면 기훈은 머리가 잘 돌아가는 인간은 아니며, 쓸데없는 잔정은 많으나 사건을 해결할 능력은 되지 못한다는 느낌.
진짜 '운'이 아니었다면 살아남기 어려운 부류의 인간이 기훈이라는 걸 잘 보여준다고 할까. 한편 핸드폰에 게임과 관련된 증거물을 저장하고 도망친 준호는 검은 가면남을 비롯한 핑크 가면남들에게 쫓기게 되는데요. 겨우 외부에 있는 다른 섬까지 도망을 치고 와이파이까지 통하는 지역에 도달해서 게임의 진실을 다른 사람(같은 경찰서 형사)에게 전할 수 있는 찰나, 준호는 결국 절벽에서 프론트맨 - 검은 가면남과 대치한 뒤 그의 총에 맞아 바다로 추락하게 됩니다. 처음엔 여기서 준호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겠다 싶었는데 나머지 결말까지 한꺼번에 달린 감상을 말하자면, 준호의 이야기는 다음 시즌을 위한 떡밥으로 남겨 뒀다는 생각.
그런데 드라마 개봉 당시에는 흥행이 어떨지 알 수 없으니 일종이 도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보통 이런 드라마에서 추락하고 시체가 안 나오면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져서 준호의 생존은 확실해 보이지만... 『오징어 게임』의 스포일러는 어쩌다 중요한 것들은 피해 간 지라 그나마 결정적인 거라고 배우 이병헌이 중요한 역할로 나온다는 점만 알았는데, 다만 그가 형사 준호의 형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본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1화에서 검은 가면남이 흑막처럼 블러로 나오기도 했고, 준호가 등장한 후 그의 형이 언급이 되면서 대충 그 정체를 알 수 있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이야기가 많은데 전 게임의 최종 우승자인 황인호가 왜 지금은 게임 주최 측에 가담하여 관리자를 대표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에요.
거기다 한때 신장을 이식해 가면서 살렸던 동생을 총으로 쏘면서까지 게임의 비밀을 지키려 한다는 점도 의아했고요. 8화 엔딩을 보면 동생을 총으로 쏜 것에 굉장히 죄책감을 느끼는 묘사가 있어서 더 의문이 들 수밖에 없거든요. 뭔가 약점을 잡힌 것이 있는 건지, 아니면 그 역시 다른 목적이 있어서 일부러 게임 주최 측으로 남은 건지 알 수 없는 상황. 그저 모든 건 다음 시즌을 위한 초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까. 『오징어 게임』 2시즌이 나온다면 게임의 실체를 파헤치려는 성기훈과 황인호가 주인공으로 나오게 되는 걸까요. 그나저나 8화의 비극적인 엔딩을 장식한 노래가 너무 좋고 왠지 익숙해서 유튜브에서 가사가 있는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TV > 드라마(2022년~2023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러 버스에 탑승하라』 1화 리뷰 (2022. 6. 5. 작성) (0) | 2025.02.04 |
---|---|
『오징어 게임』 1시즌 9화(최종화) 리뷰 (2022. 5. 31. 작성) (0) | 2025.02.03 |
『오징어 게임』 1시즌 7화 리뷰 (2022. 5. 30. 작성) (0) | 2025.02.01 |
『오징어 게임』 1시즌 6화 리뷰 (2022. 5. 30. 작성) (0) | 2025.01.31 |
『오징어 게임』 1시즌 5화 리뷰 (2022. 5. 29. 작성) (0) | 2025.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