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1시즌 9화, 최종화 리뷰입니다. 실은 드라마를 7회 차까지 감상하게 되자, 결말이 너무 궁금한 나머지 한꺼번에 달리고 말았는데요. 다만 리뷰는 한꺼번에 쓰는 게 무리인지라 차근차근 쓰게 되었습니다. 일단 드라마의 결말만 말하자면 게임의 최종 우승자는 (당연하게도) 주인공인 성기훈. 하지만 게임의 우승조차 그가 실력을 쓰거나 기상천외하게 머리를 쓰거나 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상대방의 항복, 남은 생존자인 상우가 자살을 선택하면서 거저 얻게 되는 그야말로 끝까지 운이 따라줘서 이겼다는 생각이 들 정도더라고요. 따지고 보면 성기훈의 참가번호가 마지막 456번이라는 것도 일종의 복선이 아니었을지...
마지막 라이벌이었던 상우의 참가번호가 218번인지라 456의 절반(228)에 근접한 숫자라는 것도 아이러니. 혹시 나중에 상우의 모친에게 기훈이 가져다준 금액도 그 정도 되는 액수가 아니었을까 하는 뻘한 생각도 들었고요. 일단 게임의 마지막은 다름 아닌, 제목인 '오징어 게임'으로 드라마 1화 오프닝에서 설명한 옛날의 놀이 그것이며 게임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다른 데가 아닌 1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이 이루어진 장소라는 것도 묘한 연출이었습니다. 모든 사건이 일어난 곳에서 마지막 게임이 마무리된 셈이니까요. 그리고 이 게임은 뭔가 머리를 쓰거나 잔꾀를 굴리거나 하는 방식이 아니라 진흙탕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진짜 원초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는 것도 특징.
싸움의 막판에 기훈은 상우를 죽이는 걸 거부하고, 상우는 기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칼로 자신의 목을 찌르는데 이 모습은 전편에서 상우가 새벽을 찌른 방식과 유사하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상우는 좋은 머리로 주변 사람들을 배반하는 모습을 보여 일찍 죽을 캐릭터라고 예상을 했는데 가장 오래 남은 생존자였다는 것도 반전이었다고 할까. 알리를 배신하여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 때부터 이미 글러먹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판에 기훈을 죽이지 못하고 자살을 하는 걸 보면 완전 인간성을 잃어버린 인간은 아니며 극단적인 상황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한 후 스스로를 놓아버린 부류가 아니었을까 싶더라고요. 브레이크가 고장 나면 한도 끝도 없이 추락하는 타입들.

또 이 포스터에서 다른 참가자들의 표정은 굳어 있는데 반해, 일남 노인만 웃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정체가 어느 정도 암시된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전 포스트에서 혹시 일남 노인이 기훈이 일하던 자동차 회사 회장 아니냐며 멋대로 추측한 적 있었는데 실은 그런 건 아니었고, 그는 '돈을 굴리는 사업'을 한다고만 밝혔을 뿐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하게 나오진 않아요. 일단 게임의 주최자인 '호스트'가 일남 노인인 것은 확정이며, 그는 게임이 끝나고 1년이 지난 뒤에야 기훈에게 모든 진실을 밝히고 숨을 거두게 됩니다. 다만 일남 노인의 대사만으로는 큰 규모의 게임이 어떻게 유지되며, 어떻게 국가의 눈을 피해서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부분도 많아요. 이건 역시 다음 시즌에서 풀어야 할 과제라고 할까.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의 게임 참가자들 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새벽이었어요. 새벽이랑 지영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는데 이런 생존물에서 결말은 뻔했겠지만 둘 다 죽은 게 너무 슬펐달까. 그나마 기훈에게 동생을 부탁했기 때문에 기훈이 새벽의 동생을 찾아 상금 일부와 함께 상우의 모친에게 맡기면서 약간은 희망적인 결말이 나긴 합니다만. 그러나 기훈에게 상금 456억이 전해졌다고 다 끝난 게 아니었고, 트라우마란 트라우마는 깊게 남은 상황에서 기훈의 어머니는 집에서 쓸쓸하게 죽음을 맞았다는 충격적인 진실이 기다리는 등 게임의 관련자들에게 비극적인 현실이 기다리고 있던 암울하다고 할 수 있는 엔딩이었습니다. 그나마 저런 거액이라도 들어와서 다행이다 싶다가도 저 돈 때문에 안 그래도 나락인 인생이 지옥이 된 셈이라...
그런데 아무런 능력 없는 기훈에게 456억의 거액이 생긴 건 주변 사람들(거래 은행 점장 같은 인물)은 어떻게 받아들였으려나요? 보통 이런 건 로또 당첨 정도로 알아서 판단했으려나요? 1년이 지난 후 폐인이 된 기훈은 일남 노인에게 게임의 진실을 듣고 그와의 마지막 게임 - 자정 전까지 길가에 쓰러진 노숙자를 구하러 오는 인간이 있냐 없냐 -에서 승리한 뒤 어느 정도 기운을 회복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노숙자를 구하러 온 사람들을 보면서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 걸까요? 그런데 그 변화 과정을 머리를 빨갛게 염색하는 걸로 보여주는 건 좀 어색했다는 느낌. 얼마 후 기훈은 딸을 만나러 가기 전 사람들에게 게임을 권유하는 남자(배우 공유)를 다시 만나 게임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받은 명함을 빼앗은 뒤 전화를 걸게 되는데요.
기훈은 게임의 진실에 대해 추궁하며 자신은 '너희들이 가지고 노는 말이 아니라 사람이다'라고 말하고, 그런 기훈에게 프론트맨이 게임에 대해 모른 척하는 것이 좋을 거라는 충고를 남기는 것이 9화 최종화의 엔딩입니다. 즉 『오징어 게임』은 기훈이 게임에서 빠져나왔다고 끝이 아니며 다음 시즌에서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남았다는 걸 확실하게 암시해 주는데요. 그런데 그동안 본 넷플릭스 드라마들은 『소년 심판』 정도를 빼면 한 시즌에서 제대로 완결을 내는 게 아닌 느낌이라 다음 시즌 떡밥을 진하게 남기면서 끝을 맺는 게 점점 미국 드라마랑 비슷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거기다 기훈이 딸을 만나는 걸 포기하면서 다시 게임에 접근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그가 결국 좋은 아빠는 못된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는 뻘 생각도 들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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