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재미있는 영화나 드라마는 처음부터 꾸준히 보기보단 TV를 틀게 되면 항상 중간부터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보통 대다수의 작품은 처음부터 보지 않으면 큰 틀이나 설정, 등장인물들이 어떤 캐릭터인지 알 수 없음에도 정말 재미있는 작품은 앞의 내용 상관없이 몰입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딱 작품의 클라이맥스가 등장하고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이 몰려 있는 장면을 보게 되었기 때문일까요? 안 그래도 이 영화를 감상하던 날엔 아침부터 비가 엄청 내려서 영화 속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 몰입이 잘 되었다는 점도 있고요. 결국 나중에 재방영 시간을 찾아 처음부터 제대로 감상하기까지 했습니다.
처음에 영화 『크롤』은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그냥 TV를 켜니까 나온 게 이 영화라서 보게 된 셈인데 화면 상단에 조그맣게 허리케인이 몰아닥친 곳에 식인 악어가 나타났다는 홍보문구가 있더라고요. 식인 악어랑 관련된 공포 영화는 어린 시절 몇 번 본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최근엔 이런 종류의 공포영화를 본 지도 오래된 느낌이라 한번 기대를 가지고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식인 악어 떼가 어디서 튀어나와 사람을 찢어발길지 모른다는 공포도 공포지만 어마어마한 태풍으로 인해 마을을 뒤덮은 물살이 어떻게 사람을 쓸어갈지 모르는 두려움을 잘 살린 재난영화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 『크롤』을 보게 된 계기도 TV를 딱 켰을 때 눈에 들어온 장면이 주인공 부녀를 도우러 온 경찰들이 악어 떼에게 하나 둘 습격당해 잔인하게 죽는 장면부터 보게 되었기 때문인데요. 이후 재방영을 통해 영화를 처음부터 제대로 감상하게 되었는데 역시 경찰들이 죽는 장면이 개인적으로 가장 끔찍하고 무서운 씬이더라고요. 경찰 한 명은 악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갑작스럽게 공격을 받아 피하지 못하고 한 명은 연락을 미처 받지 못한 채 습격을 받는데 짐승에게 화내는 것도 웃기지만 악어가 쓸데없이 잔인한 동물이라고 화가 나기도 하더군요. 이런 식인괴물 내지 짐승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저렇게 사람이 무력하게 죽는다면 무섭기도 무섭지만 이상할 정도로 과몰입하여 사람 잡는 놈들한테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는 거...
그래서 개인적으로 주인공들이 저 악어 떼를 폭탄으로 쓸어버리지 않으려나 하는 유치한 생각도 하긴 했지만 영화는 그렇게 망가지지는 않습니다. 폭우로 인한 조난+악어 떼 습격이라는 상황에서 주인공 부녀는 여러 위험을 겪기도 하고 두려운 상황에 많이 처하기도 하는데요. 악어 못지않게 두려운 것은 사람을 익사시킬 수 있는 물살이며 이것이 영화의 또 다른 공포 요소였습니다. 그리고 주인공들이라고 악어의 습격에서 성할 수 있는 건 아니라 아버지는 한쪽 팔을 물어뜯기고 딸은 악어떼에 물린 채 끌려들어 갈 뻔하나 기지를 발휘하여 악어를 물리치고 결국 끝까지 살아남습니다.
영화의 엔딩은 구조대의 헬기를 발견하고 구조 요청을 하는 것이 결말인데 결말까지 참 후련하고 깔끔하다는 생각이. 그리고 이런 유의 공포영화를 보면 왠지 주인공들을 본받고 싶어지는 게 최근 보게 된 공포영화에선 주인공들이 바보짓을 하는 정도도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크롤』에서는 주인공들이 전형적인 민폐 타입은 아니며 오히려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더라고요. 고구마는 덜한 데다가 보통 자신들이 불리한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기지를 발휘하여 살아남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저 공포영화 속 주인공들의 '근성' 하나는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물론 현실에서 저런 상황에 처해지고 싶지는 않지만요.
하여튼 『크롤』은 재난과 식인 괴물이라는 요소를 잘 조합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공포영화가 으레 그러듯 등장인물 설정은 복잡하지 않아서 내용 이해가 어렵지 않았는데요. 주인공 부녀가 악어 떼에게 습격을 받은 건 아버지의 집 근처에 악어 농장이 있어 허리케인 여파로 놈들이 풀려난 것이며 아버지를 걱정한 딸이 집을 찾아갔다가 악어들과 맞닥뜨리게 되는 전개거든요. 조금 참신했던 점은 보통 이런 영화에서는 아버지가 자식들을 구하다가 희생되거나 혹은 간신히 살아남는 이야기가 많았던데 반해 이 영화 『크롤』에서는 아버지가 딸을 구하기도 하지만 딸 역시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는 상황이 더 많아 보였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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