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비소설 기타

『그림에 마음을 놓다』 리뷰

by 0I사금 2025. 2. 2.
반응형

가끔 서관에서 아무 생각 없이 집어온 책들이 꽤나 흥미롭게 읽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책 『그림에 마음을 놓다』를 집은 이유는 단순 회화 관련 이야기를 고른 것만이 아니라 책사이즈나 두께가 작아 심심할 때 빨리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서였어요. 하지만 심리치유에세이라고 자그맣게 박혀있는 글귀처럼, 이 책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이래 치이고 저래 치이고 상처받거나 소외될 때 기억하라고 그와 관련된 의미를 가진, 혹은 저자가 그렇게 바라보는 서양의 유명한 회화들을 삽입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 책은 읽는 독자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에세이집만이 아니라 저자 본인의 상처를 메꾸는 책인지도 모르겠어요.


제목처럼 그림을 통해서 위로를 얻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에세이집이므로 책에는 여러 가지 의미들을 함축하는 회화들이 상당수 실려있습니다. 크게 주제별로 사랑, 인간관계, 자아에 관련된 이야기와 그림들을 풀어내고 있어요. 이렇게 큰 주제로 이야기들이 나누어져 있지만 결국 모든 것은 나와 타인(세상)과의 관계에 관련된 이야기는 아닌가도 싶고요. 이 책에 등장하는 회화들은 제가 익히 아는 화가의 그림도 있고 모르는 그림도 있고 제법 여러 개가 등장하는데요. 이 책을 보면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그림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영국의 사실주의 화가 월터 랭글리[Walter Langley 1852-1922]의 그림 - 저녁이 가면 아침이 오지만 가슴은 무너지는구나.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파오는 이 그림은 아마도 바다에 남편 혹은 연인을 잃은 여인과 그 여인을 조용히 위로하는 노파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라고 추측되는데요.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말이 아니라 바로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라는 게 와닿더군요.

그리고 또 하나 마음에 드는 그림은 바로 미국의 여류 화가 메리 카사트[Mary Cassatt 1844-1926]의 그림 - 목욕.

이 그림을 처음 봤을 때 화가 자신과 자신의 딸을 그린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제 생각은 흔히 이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하는 착각이고 실제로 메리 카사트는 독신으로 살았고 예쁜 아이들을 좋아했지만 그렇게 모성이 마구 넘치는 여성은 아니었다고 하는군요. 아무래도 책에선 이 그림이 메리 카사트가 오래전 어머니의 품에서 지내던 시절을 기억하면서 그린 것이 아닌가 이야기하던데, 어른이 되어서도 사람은 엄마 품에서 놀던 시절을 가장 행복하게 여기는 거 같습니다. 책에 많은 그림이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이 두 그림이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이 두 가지 그림이 가져다주는 평온함과 따뜻함이 맘에 들어서인지도 모르겠어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