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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셉션』 리뷰

by 0I사금 2025.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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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이 개봉했을 당시 극장에 가기 전 이 영화가 인간의 무의식과 꿈을 다룬 영화라는 것은 다른 인터넷 평이나 소식을 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엄청난 발상에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요. 아마 흔한 판타지 같았으면 인간의 꿈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의식 속에 들어가는 설정을 얼렁뚱땅 초능력이나 마법 따위로 얼버무렸을 텐데 설정에 무리수를 두지 않고 설득력 있게 만들어버린 게 남달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셉션』을 보면서 느낀 게 그 설정의 세밀함에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아마 당시 극장에서 보면서 놓친 세부 설정도 상당할 듯해요. 보통 꿈=무의식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듣는 이야기고 예지몽이나 가위처럼 으스스한 괴담의 소재로도 많이 쓰이는 편이며 항상 신비로운 소재가 될 수 있는 게 꿈인데 『인셉션』에선 꿈은 인간의 무의식으로 향하는 하나의 통로(차원) 같은 것처럼 묘사더군요. 

그리고 하나의 차원을 넘어서 더 깊은 의식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꿈속에서 다시 꿈을 꾸는 것인데 꿈속에서 꿈을 꾸거나 꿈을 꿈이라 인지하는 이야기도 상당히 많지만 이 소재를 이렇게 활용한 것이 참으로 놀라웠어요. 영화의 내용은 한 재벌의 에너지 독점을 맡기 위해 꿈의 추출자와 설계사들이 그 재벌 2세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 그의 의식 속에 긍정적인 씨앗을 뿌려 기업의 독점을 막으려 하는 것인데요. 다른 사람의 의식 속에 들어가 새로운 생각의 씨앗을 심는 것이 바로 제목의 '인셉션'입니다. 주인공들의 표면적인 임무는 그것이지만 영화 『인셉션』의 주제는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깔려있는 두려움(죄책감)과 마주하고 선택을 해야만 하는 운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선택에 관한 주제는 전작인 다크나이트에서도 반복되었는데 거기에선 죄수의 딜레마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보는 관객들을 그 선택에 끌어들이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주인공인 배트맨도 고담을 위한 선택을 하게 되고요.

『인셉션』에서도 주인공 코브는 꿈속에서 살아갈 것인가 현실로 돌아갈 것인가를 번뇌하지요. 하지만 코브의 의식 밑바닥에 깔린 죄책감은 결국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더군요. 그가 꿈의 세계에서 벌인 일이 현실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 비극을 몰고 왔고 다시 꿈으로 돌아왔을 때 끊임없이 현실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죄책감과 마주했다는 이야기예요. 그래도 『인셉션』에서 그려지는 꿈의 세계를 보면 보는 입장으로서도 저런 세계라면 머물게 되더라도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꿈의 세계란 오로지 자신을 위한 세상이었으니까요. 영화 내에서도 그 꿈에 취한 사람들이 현실을 거부하고 꿈에 안주하는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근데 그 꿈이 사람의 상상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받아들이는 현실의 파편이라면 결국 인간의 의식은 자신은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자기가 마주하는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는지....

결국 현실이 싫어 꿈속으로 도망쳐도 그 꿈은 현실의 연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결말에 대해선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어 보였는데요. 개인적으로 이런 정도의 열린 결말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나름 해피엔딩으로 해석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인셉션』의 결말이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개봉 이후 올라온 여러 갈래의 평에 의하면 다양한 해석들이 전부 그럴싸했는데 그래도 전 노멀엔딩-해피엔딩에 손을 들어주고 싶더라고요. 솔직히 주인공이 그 정도 고생했으면 행복해지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인셉션 임무의 목적이었던 로버트 피셔가 아버지와 다른 노선을 가게 된 게 주인공 일행이 생각을 심어서가 아니라 막연하게나마 로버트 피셔 스스로가 품었던 생각을 실현하게끔 주인공들이 부추겨준 정도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아버지처럼 본성이 막돼먹은 청년은 아닌 거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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