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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주와 개구리』 리뷰

by 0I사금 2025.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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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재미야 확실하게 보장해 주지만 동화를 각색해 온 기존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은 여러모로 비판받을 구석을 제공해 왔던 게 사실입니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자극한다던가 백인미녀들만 내세웠다는가 하는 내용으로 말이에요. 그래서 디즈니도 여러 번 변화를 시도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공주와 개구리』는 최초로 디즈니에서 흑인 여자주인공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한번 이슈를 끌었고 개봉 뒤에는 여타와는 다른 주인공 캐릭터를 내세워서 이슈가 되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이 좋길래 한 번쯤은 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나중에 TV를 통해 감상하게 되었는데 기대했던 대로 만족스러웠던 스토리였지만 의외로 개봉 당시 우리나라에서 흥행을 못했다는 사실에 좀 아쉬움도 생기더군요.

이 애니메이션은 동화 『개구리 왕자』에서 모티브를 따오고 있지만 이번에 전해주는 메시지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는 생각입니다. 캐릭터의 구성 측면에서 지난 2D 애니메이션 공주 캐릭터들과 다른 인물들을 내세웠는데, 최초의 흑인 여주인공 티아나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원하던 자신들의 식당을 차리기 위해 억척스럽게 일하는 데다 어딘가 고지식한 면모도 있어 보입니다. 집안일에 능숙한 히로인들이야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같은 타입도 있었지만 그들과 티아나가 다른 점은 티아나는 또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그것을 위해 다른 희생도 마다할 타입이라는 거예요. 물론 사정은 미묘하게 달랐지만 비슷하게 현실적인 중압감에 시달리는 여성 주인공은 티아나 이전 '뮬란'이라는 캐릭터로 등장시킨 적은 있긴 하지만요.

또 여성 캐릭터와 더불어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은 상대역인 왕자입니다. 『공주와 개구리』를 다른 애니들과 더 구별 짓게 하는 것은 바로 이 남자주인공인 '나빈'이라고 보고 있어요. 기존의 왕자들과 다르게 대책 없이 놀기 좋아해서 부모에게 쫓겨나, 어딘가 무능하기까지 한 나빈은 사건의 해결책을 쥐고 있던 다른 왕자들에 비하면 능력은 없지만 캐릭터의 개성은 더 확보했다고 해야 할까요. 오히려 이런 철부지 같은 면이 그동안 즐거움을 억누르고 살았던 티아나에게 부족한 면모를 보충하게 되고, 티아나와 만나면서 이 나빈 역시 책임감이나 누군가를 위하고 싶다는 감정에 눈뜨면서 이번의 디즈니 애니는 동화라기보단 일종의 성장물로 흐르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디즈니 애니들과 똑같이 왕자와 결혼하는 결말은 같지만 그들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에 내용이 더 치중되어 있어요. 둘이 개구리 모습으로 고생하는 모습들 보면 안쓰럽다가도 귀엽더라고요.

눈여겨볼 것은 두 주인공의 변화상만이 아니라, 조연들의 눈부신 열연입니다. 재즈를 좋아하여 연주자가 되고 싶어 하는 악어 루이스도 그렇고, 왕자와의 사랑을 꿈꾸면서도 친구인 티아나를 위해 자신의 사랑을 포기한 친구 샬롯도 매우 인상적인 인물이었지요. 샬롯은 반드시 나빈왕자의 동생과 꼭 이루어질 바랐을 정도. 특히 악역 캐릭터인 파실리에 역시 빠질 수 없을 거 같은 게 왠지 디즈니 악당들 중에서 이 캐릭터를 가장 좋아하게 되었다는 분들도 있는 거 같은데, 이 캐릭터가 극 내내 보여준 행동력이나 카리스마를 보면 말이죠. 그가 부리는 그림자 악마들도 왠지 매력적인 요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종종 디즈니 애니에선 악당들이 더 매력을 띄는 경우도 있는데 악당들의 교활한 매력은 그것이 디즈니 특유의 화려한 연출과 더불어 오히려 주인공들보다 더 인상 깊게 남겨지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희생당한 로렌스는 그야말로 묵념...

그리고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디즈니 애니 특유의 연출과 작화입니다. TV 화면만으로 그 화려함과 기발함이 전해지는데, 극장에서 봤더라도 얼마나 감탄했을까요. 개구리 두 마리의 모험을 그렇게 즐겁고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다니요. 디즈니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고 하지만 역시 디즈니는 디즈니라고 해야 할 듯싶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작화도 결코 부족한 게 없는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화면만으로도 눈이 즐거웠던 느낌이었어요. 이 『공주와 개구리』는 여러모로 즐겁고 만족스러운 디즈니 애니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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