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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24년~)

『수사반장 1958』 2화 리뷰 (2024. 4. 20. 작성)

by 0I사금 2025.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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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수사반장 1958』 2화 리뷰입니다. 2화까지의 전개는 종남경찰서 수사 1반 - 주인공인 박영한이 소속되어 있는 팀의 멤버들이 비로소 갖추어졌다고 할 수 있었는데요. 왠지 2화는 큰 사건은 터지지 않았지만 개그씬이 많고 멤버들끼리의 관계성이 쌓이는 회차라 그런가 1화보다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네요. 50년대 후반이 배경인 탓에 현재랑은 사고가 달라 좀 더 날것의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예를 들면 후반부 경양식 레스토랑에서 미군들끼리 싸움이 있었을 때 인종차별적인 대사가 나오는 건 진짜 저 시대라면 있을 법한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또 빌런이자 정치깡패인 이정재의 존재감이 드리워지기도 하고, 박영한이 자기를 급습한 조직원들에게 쫓기는 위기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어둡지 않고 경쾌한 활극에 가깝게 전개되더라고요.


일단 전편에서 미군들의 물자를 몰래 빼돌리는 사건은 조금 황당하지만 유쾌하게 마무리되었는데요. 1화 마지막에 김상순이 왜 갑자기 박영한의 뒤통수를 후렸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는데, 알고 보니 그 자리에서 있던 미군이 박영한에게 총을 겨누는 바람에 위험하다고 판단한 김상순이 제 딴에 박영한을 구한답시고 손을 쓴 것이더라고요. 하지만 박영한도 그 자리에서 자신에게 원한을 품은 놈에게 뒤통수를 맞고 박영한과 함께 어디 구석에 버려지는데요. 저 시대가 시대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경찰이기 때문에 그런 건지, 아니면 밀수이긴 하지만 사건 자체가 누구 하나 파묻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은 아니라 그런 건지 주인공들의 목숨은 그렇게 부지되기는 합니다. 전체적으로 주인공들이 유능한데 멋있는 묘사보단 망가지는 걸 꺼리지 않는 묘사가 많이 등장하는 듯.


어쨌든 서로 돌아온 두 사람은 거기서 물러나는 게 아니라 밀수된 물건들이 숨겨진 창고를 열어 '미군 물자 기부 행사'라는 형식으로 둘러댄 뒤 주민들에게 물건들을 모조리 나눠주는 짓을 벌이게 되는데요. 결과적으로 근방 주민들은 횡재했고, 밀수꾼들은 억울해도 뭐라 할 말이 없어지는 엔딩이었다고 할까요. 물론 이 일과 그간 일 때문에 깡패들에게 원한을 산 박영한이 밤거리에서 쫓기는 사태가 일어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이때 도망친 박영한이 근방의 서점에서 - 여자 주인공이자 훗날 박영한의 부인이 된다는 - 이혜주(배우 서은수 분)와 엮이는 것으로 진행되더라고요. 드라마가 10부작이라길래 빌런인 이정재도 상대해야지, 사건도 해결해야지 주인공이 결혼하는 이야기까지 다루려면 빠듯하지 않나 싶던데 박영한과 이혜주의 러브라인은 빠른 듯하면서 나름 개연성은 부여하며 전개되었습니다.


이번 2화에서는 여자 주인공인 이혜주 등장만이 아니라 수사 1반에 쌀집의 일꾼이었던 조경환과 한주대 출신의 엘리트였던 서호정(배우 윤현수 )이 합류하는 내용이 중요하게 등장했는데요. 조경환 같은 경우는 힘이 월등할 뿐 아니라, 중학교까지 나왔다는 걸 보면 당시 시대 기준으로 보면 꽤 학식이 있는 인물이라 힘이 센 인간은 무식하다는 클리셰를 아예 자기 입으로 깨버리는 타입이더라고요. 서호정은 부잣집에 유학까지 갈 예정인 엘리트 대학생이었지만, 경찰 직업에 동경을 품는 묘사를 보이며 부모 몰래 경찰에 지원까지 하면서 종남경찰서의 신입으로 들어오게 되는데요. 이 서호정이 경찰서에 합류하는 과정이 거의 개그에 사고의 스케일이 가장 큰 편이었습니다. 설마 다이너마이트 소지 때문에 붙들린 미국인을 도발하다가 서장의 차를 날려먹는 사태를 저지를 줄은...


종남경찰서 서장은 1화부터 뇌물을 받아먹고 깡패들을 풀어주는 등 어그로를 끌어서 수사 2반과 함께 얄미움 담당이려니 싶었는데 이번 회차에서 차가 다이너마이트 폭발에 휩쓸려 날아가는 걸 보고 좀 불쌍하다 싶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저 시대에는 차가 특히 더 귀했을 물자라서... 또 서호정이 경찰에 동경을 품다가 포기하는 묘사가 나왔을 때 그 시대 굿즈라고 해도 좋을 보안관 배지를 창 너머로 던지려고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배지가 세 번이 창틀에 맞고 튕겨 나와 도로 돌아오는 모습이 웃기더라고요. 꼭 서호정의 운명이 경찰을 해야 할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요. 물론 한주대 출신 엘리트에 영어(딱 그 시대 영어 같은 영어)를 할 줄 안다고 신입임에도 환영을 받다가 서장 차를 날려먹은 소동으로 2반 형사들에게 구박을 받긴 합니다만...


결국 서호정도 후반부 레스토랑에서 일어난 미군들끼리의 싸움을 저지하는데 합류하면서 자연스럽게 1반의 멤버가 된 듯. 이렇게 멤버들이 모이는 와중에 약간의 떡밥이 뿌려지기도 한 게 박영한의 상사이자, 종남경찰서에서 가장 청렴하다고 할 수 있는 1반의 리더인 유반장에게 숨어있는 서사가 있는 듯해요. 또 드라마가 시대 배경이 50년대 후반이라서 그런 건지 현재와는 다른 거리 풍경에 지나가는 트럭의 형태가 매우 다른 것도 눈에 띄고, 플랜 카드나 용지에 글귀가 일일이 사람 손으로 쓰인 거라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게다가 저 시대에는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 모양인지 경찰을 순사라고 부르며 멸시하는 장면도 고증인 건가 싶더라고요. 그리고 대민지원을 간다고 하면서 영화 촬영에 협조하는 장면도 웃겼는데 흑백영화 풍이긴 하지만 주인공들이 갑자기 잘 빠지게 입고 나와서 뭔 일인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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