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은 예전에 다른 블로그에서 호평을 본 기억도 있고, 나름 볼 만하겠다는 생각에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단순 코미디 영화라고 하기엔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영화였단 생각이. 영화의 내용을 단순 요약하자면 취업을 준비하지만 겨우 들어간 회사가 삼 개월 만에 부도 나는 바람에 경력이 짧아졌고 지방대 출신이라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지는 세진(배우 정유미 분)과 바로 그 옆집에 세 들어 사는 삼류 건달 동철(배우 박중훈 분)이 부딪히면서 벌어지는 여러모로 구질구질하고 사소한 이야기 정도로 볼 수 있겠지만, 그들이 겪는 일상을 좀 더 파고들면 뭔가 사회적으로도 시사점이 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세진이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지면서 겪는 굴욕적인 일화나 가족들의 압박과 같은 일들은 현시대에 비슷한 이들이라면, 특히 특출난 능력이나 학벌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굉장히 공감이 가도록 짜여 있습니다. 카더라이긴 하지만 종종 어떤 기업에서는 뽑아놓을 사람들을 미리 정해놓고 단순 겉치레로 면접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기억도 나더라고요. 이런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세진이나 세진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은 멀쩡하게 기만당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죠. 반면, 조폭 출신인 동철의 이야기는 일반인들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는 이야기지만, 조폭들의 생활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거친 남자들의 낭만 따위가 살아있는 세상은 아니란 것을 보여줍니다.
에이스를 시켜준다고 믿어서 교도소까지 대신 갔다 왔지만 실은 가장 쓸모없다고 여겨져서 그렇게 된 거였고, 거기에다 조폭들은 경찰-공권력 앞에서는 비굴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하니까요. 영화를 보면서 조금 통쾌했던 장면은 담배를 사달라고 하는 고등학생들을 동철이 혼내주는 장면도 있었지만 일단 세진에게 성상납을 요구하는 회사 직원을 동철이 두들겨주던 부분이었습니다. 자신을 강간하려던 직원을 겨우 뿌리치고 도망친 세진은 본심이 아닌 거 같으면서도 만약 순순히 받아줬으면 취직이 되었을 거라고 동철에게 괜히 쏘아붙이는데, 실제로 이런 사건이 현실에 없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성 상납을 강요받은 여성들이 취직이 되기보단 오히려 그 사실로 협박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세진이 그때 호신용 스프레이가 없었다면 더 비참한 결말이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었고요. 생각해 보니 영화의 초반 부분이 현실적인 모습을 그려내면서도 나름 가벼운 분위기였던데 반해 영화 관람대가 15세였던 이유에는 저런 강간 미수 장면이나 마지막 동철의 '담그기'같은 씬이 삽입되어 있어서 그랬었나 보네요. 하지만 영화가 어느 정도 리얼리티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면서도 동철의 캐릭터에 한해서는 어딘가 판타지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아닌 척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헌신을 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자신의 행동에 크게 보답은 바라지 않았다는 점에서요.
동철은 세진을 전적으로 도와준 일 말고도 조폭이 되고 싶어 들어온 동생까지 좀 거칠긴 해도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되는데요. 마지막 장면에서 세진과 재회하는 씬을 보면 확실히 동철과 그 동생은 조폭의 삶을 청산하고 새 삶을 살고 있다는 암시가 나옵니다. 말하자면 동철은 두 사람의 인생에 긍정적으로 개입하고 자신의 인생도 바꾼 셈인데 이 정도의 인물들이 생각보다 현실에 많지는 않겠지 싶어요. 결과적으로 두 사람을 도우면서 동철 스스로도 구원받은 거 같긴 하지만요. 그리고 기왕 세진과 동철이 다시 재회한 거 행복한 미래가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드는 엔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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