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우리, 집』 3화 리뷰입니다. 전편인 2화는 노영원이 자신에게 온 발송인 불명의 택배에서 나온 건물의 미니어처를 보고 찾아간 펜션 - 과거 최재진의 가족과 노영원의 가족이 추억을 쌓았던 곳 -에서 오선생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걸 발견하는 장면으로 끝났는데요. 이때 시어머니 홍사강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면서 과연 그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홍사강은 왜 거기에 있는지 의문을 던진 바 있습니다. 왠지 이번 3화에서 홍사강은 자신의 결백을 어필하면서 며느리인 노영원을 가족을 지키는 일에 끌어들이고는 있는데, 그 행동이 어딘가 꾸며낸 것처럼 수상쩍은 데가 많아 의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설마 이런 장르물 드라마 2화에서 흑막이 벌써 정체를 드러낼까 싶긴 하지만 노영원이 홍사강 손에 놀아나는 것은 아닐까 의혹이 드는 장면이 상당수이기도 했고요.
노영원이 펜션 안에서 쓰러진 오선생을 발견하고 신고하려고 하자, 그의 명성을 생각하는 듯하면서 만류하는 장면도 얼핏 보기에는 그럴싸하면서 이상했었거든요. 자기네 건물에서 사람이 피를 흘리고 있으면 경찰의 의심을 살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자신이 아는 사람이 다쳤는데 체면을 생각해서 신고를 포기하라 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지 않나 해서요. 또 노영원이 오선생을 가까운 병원으로 옮겼을 때 그 병원의 원장과 교우가 있던 모습을 보여주는 건 마치 노영원이 어느 병원으로 오선생을 데리고 갈지 미리 파악하고 기다렸던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거기다 오선생이 피투성이가 되어 발견된 뒤 종적이 묘연해진 최재진이 매우 당황한 모습으로 피가 묻은 손을 씻는 장면이 잠깐 삽입되어 오선생을 저렇게 만든 게 최재진인지 의심스럽게 연출되기까지 했고요.
드라마 설정이나 이번 3화의 암시를 보면 오선생은 최재진과 어린 시절부터 교우가 있었고, 남자친구가 있으면서도 최재진에 대한 연심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주 회차에선 수술 전 불안해하는 최재진을 위로하듯 안아주거나 최재진을 대신해서 대리 수술까지 하는 장면까지 나오기까지 했는데 홍사강이 오선생을 후원해 줬다고 하는 걸 보면 최재진에 대한 애정은 있으나 계급이나 신분적인 차이 혹은 아들에게 집착하는 홍사강 때문에 그 감정을 누르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오선생은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은 건지지만 혼수상태에 빠지고, 노영원은 오선생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의 핸드폰을 살피면서 상황을 판단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핸드폰을 켜기 위해 오선생의 지문을 인식하려고 할 때 오선생이 잠깐 눈을 뜨는 장면은 공포영화 같았달까...
이번 3화는 특이하게도 오선생과 관련된 내용은 심각한 분위기에 공포물을 연상케 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그 이후 수습을 위해 노영원과 홍사강이 사방으로 뛰어다니는 내용은 코믹한 면모가 많았어요. 최재진이 잠적하고 오선생까지 혼수상태가 되자 홍사강이 자신이 부리는 국숫집 사장 박강성을 이용해 몰카 소동까지 일으키며 아들의 병원을 일시적으로 문 닫는 계획을 세운다거나 오선생의 사고 이후 모습을 드러낸 남자친구 구경태와의 조우 씬이 특히 그랬거든요. 구경태는 여자친구인 오선생이 실종되었음을 확신하며 노영원과 홍사강을 추궁하다가 엉뚱하게 심리 상담까지 하는 등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조금 의심을 불러일으켰던 동생 노영민 같은 경우도 알고 보니 그저 자기 사업 자금을 빌리려고 매형인 최재진을 찾아왔다가 핸드폰을 차에 흘리고 간 거라는 하찮은 사정이 드러나 긴장을 풀기까지 했고요.
그래서 이번 3화는 다른 회차에 비하면 분위기가 밝아졌다는 느낌이었는데 실은 지난주 회차에서도 간간이 코미디가 들어간 부분은 있었으니... 그런데 이번 3화에서 오선생의 집에 몰래 들어가 휴가 간 것처럼 꾸미는 장면은 거의 개그였다고 할까요? 홍사강이 현관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장면에서 추리소설가의 기질이 드러난다 싶더니 구경태가 갑자기 찾아왔을 때 당황하는 모습은 웃겼을 나름. 그런데 노영민이나 구경태가 앞으로의 내용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인 게 구경태는 경찰이라고 하면서 어딘가 어설픈 구석이 많은데 비해 동생인 노영민은 박강성의 조카와 친구 사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거든요. 그래서 그저 개그 캐릭터로 끝날지 다르게 활용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느낌. 그리고 이번 3화에선 노영원의 가족 관계가 더 자세하게 드러났는데 노영원은 동생 노영민 말고도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가 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노영원의 어머니는 자기 딸을 못 알아볼 정도로 심각한 상태면서 딸이 공부를 잘한다고 자랑을 하며 애정을 과시하다가 결국 자기 남편에게 비수를 꽂고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이유 때문에 딸을 원망하는 등 복잡하고 비극적인 가정사를 다시 보여주더라고요. 또한 시어머니인 홍사강 또한 과거 펜션에서 남편인 최고면이 자신의 작업실에 다른 여자를 끌어들여 불륜 관계를 맺는 걸 확인한 전적이 있는 등 둘 다 가정을 지키는 걸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그 가정이 불안하기 그지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여기에 최고면이 고용한 탐정(배우 정웅인 분)이 나타나 노영원의 환자였던 이세나가 실은 최재진의 내연녀라는 증거 사진과 과거 이세나와 얽혔던 남자 셋이 전부 의문사했다는 뜻밖의 사실을 밝히게 되는데, 왠지 제 느낌은 이 상황 자체가 노영원을 이용하기 위해 홍사강이 마련한 연극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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