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V/드라마(2024년~)

『우리, 집』 5화 리뷰 (2024. 6. 7. 작성)

by 0I사금 2025. 3. 1.
반응형

드라마 『우리, 집』 5화 리뷰입니다. 문득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거지만 이 드라마의 오프닝이 매우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종종 어떤 드라마들은 오프닝에서 배우들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 게 아니라 추상적인 이미지로 연출하여 드라마의 내용을 암시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당장 생각나는 게 타사 드라마였던 『유괴의 날』이 그랬는데 왠지 오프닝 느낌이 그것과 비슷해서 『우리, 집』도 오프닝을 잘 살펴보면 앞으로의 내용을 알려주는 복선이나 상징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하여간 5화 본편으로 들어가면, 노영원과 홍사강은 남편이자 아들인 최재진의 행방을 찾아 통영의 섬까지 내려왔다가 그가 빌린 렌트카가 물속에 빠진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그 차를 꺼내자마자 안에서 커다란 가방이 떨어져 나와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전편 4화의 엔딩은 마치 가방에서 시체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에, 이번 5화의 초반 분위기는 최재진이 갑작스럽게 자살을 실행한 것처럼 몰아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5화의 오프닝에서 다른 것도 아닌, 과거 최재진이 노영원에게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물에 빠진 척 속여서 노영원을 놀라게 하는 이야기가 나온 건 무슨 이유가 있겠거니 싶었는데요. 이런 내용이 삽입된 건 어쩌면 최재진이 노영원을 엄청나게 속이고 있다는 것일 수도 있고 물속에 빠져 죽었다는 것도 실은 그의 속임수일 수 있다는 이중적인 의미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아직 드라마가 중반밖에 안 왔는데 중요한 인물이 갑작스럽게 죽었다는 건 내용 전개 상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구석이 있었고요. 또 하나 놀라운 건 노영원과 최재진의 과거 회상에서까지 존재감을 자랑하는 홍사강이었는데요.


홍사강은 노영원과 최재진이 둘만의 약속 자리에까지 따라와 아들을 감시하고 있었고 작중에서 아들에 대한 집착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현재 노영원과 홍사강은 최재진의 행방을 찾기 위해 공조하는 입장이지만, 협력 관계라고 하기엔 둘이 다투는 빈도가 높은데 이건 다름 아닌 아들에 집착하여 그를 두둔하기만 하는 홍사강의 태도에서 비롯된 일이에요. 섬의 민박집에서 최재진의 유서가 나오고, 근처 시장의 CCTV에서 최재진과 이세나의 모습이 찍히는 등 둘이 동반자살했다는 정황이 나옴에도 홍사강은 자신이 아들이 여기서 죽었을 리 없다며 물고 늘어지는데, 그래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식인 도현을 생각해서 집으로 돌아가려는 노영원과 반대 포지션이거든요. 그런데 노영원도 남편의 기만과 배신 때문에 충격적인 상황인데도 은근히 노영원을 탓하는 건 좀 어이없었을 나름.


하지만 5화 후반부에서 홍사강의 판단이 옳았다는 게 드러났는데, 자살 정황을 남기긴 했지만 시신이 끝내 나오지 않았다는 데서 최재진의 자살은 페이크라는 암시가 강했어요. 중반 섬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뭔가 떡밥을 잡은 홍사강이 추리소설가답게 아가사 크리스티의 대표작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언급했을 때 최재진은 자살로 위장하여 잠적했을 거라는 게 확신이 되었고요. 최재진이 자기 원래 신분을 버리고 잠적을 시도한 건 자기 어머니의 숨 막히는 집착에서 벗어나고 싶었거나 유명 의사면서 실상은 수술 공포증에 대리 수술을 맡기는 처지가 싫다거나 이세나와 진짜 내연관계라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는 둥 여러 이유가 있을 테지만... 와중에 노영원은 심리 상담의답게 남편인 최재진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의 주변을 조사하며 단서를 찾고 상황을 분석해 보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최재진의 자살은 사람들의 입을 타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고, 사이버 렉카들의 먹잇감이 되는 등 노영원은 머리를 식힐 새가 없어지는데요. 그런데 여기서 노영원은 은행의 전화를 받고 누군가(최재진)가 펀드를 해약하고 현금을 죄다 출금해 갔다는 사실을 듣고 최재진이 실은 살아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노영원은 최재진이 노골적으로 CCTV에 자기 모습을 노출한 것, 자살하려는 사람치고는 찍힌 모습이 경쾌한 것들을 보면서 자살자의 징후가 아니라는 것을 판단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그녀의 본업이 생각나는 장면이었던 듯. 거기다 기다렸다는 듯 발신자 불명의 번호로 도착한 영상에는 직접 차를 바다에 밀어 넣는 최재진의 멀쩡한 모습이 찍혀 있고 엔딩엔 이세나와 최재진이 호텔 수영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상황이 나오기까지 한 상황이에요. 


다만 이세나가 어떤 인물인지 아직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처음에는 최고면의 숨겨진 내연녀인가 싶다가 지금에 와서는 최재진의 내연녀였다고 나오지 않나 펜션에서 오선생의 머리를 내리치거나 호텔에서 최재진의 머리를 물에 처박는 걸 보면 어딘가 사이코패스 같기도 해서 왜 저러는지 아직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집요하게 홍사강이나 노영원한테 메시지를 남기는 걸 보면 증오심이 그들을 향한 이유를 알 수 없는 느낌. 대리 수술에 자기 부인 기만에 자살 소동까지 벌이며 잠적한 최재진도 떳떳한 인물은 아니긴 한데, 어머니인 홍사강의 집착도 그렇고 남자친구가 있으면서 광기에 가까운 연심까지 보여준 오선생도 그렇고 주변인들이 어딘가 한 군데씩 핀트가 나가 있다는 느낌이에요. 심지어 집에 머무는 문태오마저 수상쩍고 쎄한 구석을 보여주는 게 한두 번이 아니네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