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는 개봉 당시 호평이 많아서 기대감이 컸었는데 왠지 스토리를 알면 김이 샐까 봐서 일부러 스포일러는 상당히 피하고 봤습니다. 그나마 제대로 알고 있던 스포일러는 전작인 『퍼스트 어벤져』에서 행방불명이 된 친구 버키가 악역 '윈터 솔져'로 돌아온다는 것 정도였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퍼스트 어벤져』는 다른 히어로물에 비하면 스케일이 큰 편은 아니다라거나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을 설명해 주기 위한 정도라는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어디에선 『어벤져스』의 긴 예고편이라는 설명도 있던데 물론 그래도 영화 자체로는 만족스레 본 것이긴 해요.
영화 자체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편인데 '윈터 솔져'인 버키의 비중이 전체적으로 적은 게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그럼에 존재감은 확실했지만요. 영화는 두 시간 상당의 영화라 좀 긴 편이긴 하지만 영화의 짜임새가 촘촘하고 긴장감 있어 굉장히 몰입하면서 봤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 스티브 로저스가 조깅을 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여기서 영화의 또 다른 주요 인물인 샘 윌슨과 조우합니다. 두 번이나 파병을 간 뒤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그는 스티브의 동료이자 후반부에는 굉장히 활약하는데 그가 활약하는 것을 보고 마블의 또 다른 히어로 '팔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블 코믹스는 많이 접하지 못했지만 예전에 도서관에서 『시빌워』 코믹스를 본 적이 있었고 인터넷에서 이름이라도 파악한 인물들이 많은데 후반의 날개 수트를 보고 단박에 알아봤다고 할까요. 아무래도 여러 시리즈의 떡밥 겸 예고편이었을지도...? 이번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의 장점은 한 명의 히어로물에 다른 히어로들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방법을 알았다는 점도 있을 거 같네요. 『어벤져스』에서 존재감을 자랑하며 활약했던 또 다른 히이로인 블랙 위도우의 활약도 빛나는 영화이기도 했고요.
뿐만 아니라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 주위의 인물들 역시 하나씩 빛을 발하게 하는데 쉴드 국장 닉 퓨리는 깜짝 반전과 함께 영화 후반의 해결사로 활약하며 『어벤져스』에서 왠지 존재감이 아쉬웠던 여성 요원 마리아 힐의 비중도 제법 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리아 힐은 블랙 위도우와 함께 맘에 든 여성 캐릭터라 이렇게 활약하니 좋더군요. 영화의 현명한 점으로 여성 캐릭터를 단순 보조적인 역할 내지 짐만 되는 인물이 아닌 확실하게 활약하며 주인공을 서포트하는 훌륭한 조연 캐릭터로 그려냈습니다. 간호사로 위장한 경호요원 샤론 카터는 처음엔 악역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선역이라서 놀랐다고 할까요?

영화에는 제법 반전적인 요소가 많은데 닉 퓨리의 죽음에서부터 쉴드 내에 스파이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캡틴 아메리카가 쉴드를 적으로 돌리면서 사건이 절정에 치닫게 됩니다. 그가 혈청 주사를 맞게 된 실험 장소에서 과거의 적 하이드라의 요원인 졸라가 죽었음에도 그 뇌가 데이터 베이스화되어 하이드라의 요원들을 쉴드 내에 존속시켰음을 밝히지요. 그리고 하이드라의 요원들은 쉴드의 헬리케리어를 이용하여 위험인자를 찾아 격추시키는 시스템을 실행시키려 합니다.
후반의 클라이맥스에서 토니 스타크의 이름도 이때 언급되는데 알게 모르게 어벤져스 멤버들 이름이 언급되어 시리즈들의 연계성을 암시하더군요. 여기서부터 하이드라는 옛날 이차대전 당시의 조직과는 다른 극단적이고 비뚤어진 정의의 수호자로 그 성격이 변화했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리아 힐의 도움으로 쉴드에 압송되던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는 실은 살아있는 닉퓨리와 만나고 시스템을 가동하려는 쉴드를 전복시키기 이해 진입합니다. 이렇게 영화는 클라이맥스로 진행됩니다.

영화의 제목에 '윈터 솔져'가 들어가지만 생각보다 버키의 비중은 많지 않은데 일단 암살자 형으로 하이드라에 의해 세뇌된 기계 전사 같은 느낌인지라 초반엔 거의 대사가 없습니다.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를 공격하다가 가면이 벗겨지면서 정체가 드러나는데 친구인 로저스를 알아보지도 못하지요. 그런데 여기서 스포를 보지 않고 간 사람이 많았는지 극장 내에서 사람들이 탄식하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버키의 가면이 벗겨졌을 때 '친구구나 친구'하는 소리를 여기저기서 들었거든요.
하지만 후반에 들어서면서 그가 기억을 되찾게 되는데 버키의 윈터 솔져로서의 초반 인상이 압도적인 힘 - 혈청 실험과 개조된 팔과 무기-으로 주위 인간을 쓸어버리는지라 일단 활약만으로 보면 압도적인데 성격은 말수가 적고 가면을 쓰며 여러 무기를 쓰는 건 동양 영화의 암살자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비중도 적고 과묵한 캐릭터이지만 캡틴 아메리카와 버키의 두 번째 싸움은 여러모로 착잡하고 안타까운 느낌. 다시없는 친구와 싸우기 싫은 캡틴 아메리카는 차라리 그 손에 죽기를 자청하면서 둘은 폭발과 함께 물속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때쯤 옛 기억을 서서히 되찾아가던 버키는 캡틴 아메리카를 구하는데 이런 장면 때문에 후에 버키가 선역 내지 조력자가 되는 떡밥으로 해석되더군요. 하이드라의 계획을 저지한 일행들은 각기 제 자리로 돌아가는데 쉴드는 해체되고 닉 퓨리는 남은 하이드라의 잔재를 쫓기 위해 자신을 죽음으로 위장한 뒤 유럽으로, 블랙 위도우는 그동안 하이드라와 쉴드의 만행을 세상에 공표하면서 과거가 밝혀져 잠시 잠적을, 캡틴 아메리카와 팔콘 - 샘 윌슨은 버키를 찾기 위해 남기로 하면서 영화의 막이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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