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의 대표적인 포스터를 해석하면 캡틴 아메리카 옆에는 닉 퓨리 국장과 블랙 위도우가, 떨어진 뒤편에 윈터 솔져인 버키, 그리고 흑막인 알렉산더 피어스가 등장합니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원톱 주인공을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영화를 파고들면 또 다른 주인공은 닉퓨리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더군요. 그리고 가장 다채로운 입장 변화를 보여준 것은 블랙 위도우고요. 어째 제목을 장식하고 있는 윈터 솔져인 버키는 영화 전체적으로 분량은 적은 편인데 막강함과 주인공과의 인연 때문에 인상이 깊게 남는다고 할까요? 이 영화를 후하게 본 요소 중 하나로 주인공의 역할을 축소시키지 않으면서도 조연들의 입지를 세웠다는 것도 있고요.

전편 『어벤져스』에 이어서 쉴드와 히어로들 사이에서 견제가 있고 이들이 화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어느 정도 암시가 된 바인데 이번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에서 그런 갈등이 더 두드러집니다. 실제로 위협을 줄이기 위해 개인의 자유를 막느냐 마느냐가 이번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의 주제이기도 한데 캡틴 아메리카가 자유와 평등을 상징하는 히어로이기에 더욱 주제가 부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면 캡틴 아메리카의 캐릭터성이 단순 미국의 자유와 평등만이 아니라는 것이 영화를 보면서 도드라지는데요. 이름만 아메리카지 거의 인류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우는 히어로라고 해도 될 정도며 영화 개봉 당시 주연배우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뉘앙스가 실려 있지 않았나 기억 중이에요.
그런데 캡틴 아메리카의 입장에서 쉴드와 초반 닉 퓨리의 입장이 극단적이고 위협적일 순 있으나 하이드라의 실체가 드러나기 전까지라면 쉴드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한 게 캡아가 속한 세상은 히어로와 빌런들이 날뛰고 그로 인해 피해가 끊이지 않는 세계거든요. 히어로나 빌런 같은 것이 없어도 우리들 사는 세상에서도 여러 테러집단이 국가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상황이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저런 것들 나타나기 전에 미리미리 대비를 했어야 했다는 푸념이 나올 법도 하거든요. 쉴드의 입장이 그 세계의 치안을 맡는 거라면 좀 더 효율성을 택할 수는 있었다고 봅니다. 캡아처럼 정의로운 인간이 많은 사회도 아니거니와 히어로들에게만 맡기기엔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고요.

문제는 그것이 인간의 '자유 자체'를 허용해선 안된다는 하이드라들의 손에 넘어간 게 사건의 발단. 보면 영화 상에서도 이 자유와 억압 사이의 문제는 명백하게 답을 내주지 않은 것 같단 생각인데 실제로 이것을 어떻게 균형 잡느냐는 현실에서도 계속 논의되는 문제이므로 쉽게 답을 낼 수 없고 다만 캡아와 버키의 재회로 그나마 희망만 암시하는 정도라고 할까요. 결국 쉴드는 해체라는 결론으로 갔지만 여전히 하이드라는 잔존하는 상황인 데다 자유를 허용하면 또 그것을 수단 삼아 미쳐 날뛰는 녀석들은 어딘가에 있기 마련인지라. 그렇다고 그 놈들 잡으려고 다른 사람들의 자유까지 억압하라 할 수도 없으니 하여간 골치 아픈 문제예요. 보면 묘하게 하이드라의 재출현이 히어로들의 출현과 맞물리는 것으로 보아 다른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영웅과 악당은 양면이라는 것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쉴드 간부 시트웰의 말에 따르면 현재의 디지털 사회는 개인의 정보에서 사상까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사회인지라 자신들 입장에서 위협이 될 만한 존재들을 제거하기 쉽다는 언급이 있습니다. 예전에 모 짤방으로 본 미국 CIA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으로 인간 사찰이 쉬워져서 따로 감시할 필요가 없다는 언급을 하는 것을 본 적 있는데 감독이 그것을 보고 스토리를 짰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 짤방은 정작 사람들은 자유롭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그 자유가 사람을 억압하는 것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기도 했는데요. 보면 하이드라는 그런 사회의 일면을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는데 하여간 그 짤방을 보면 역시 우리가 사는 세상은 『멋진 신세계』 속의 『1984』라는 생각이.

초지일관적이었던 캡틴 아메리카에 비해 다채로운 변화를 보여주었기에 닉 퓨리와 함께 이번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꼽을 수 있던 블랙 위도우입니다. 보면 『어벤져스』 때부터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악당들 위에서 놀던 히어로였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이 블랙 위도우마저 교묘하게 이용당하고 있었고, 결국 블랙 위도우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결말에서 가장 큰 결심을 하게 됩니다. 보면 윈터 솔져인 버키 반스 다음으로 감수해야 할 피해가 가장 컸던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어요. 캡틴 아메리카로 인해 기계나 다를 바 없던 버키가 기억을 되찾으면서 자신의 의지를 찾게 되는 것처럼 위에서 시킨 일이 옳다고 여겼으나 그것이 잘못되었고 자신의 양심에 따른 선택을 하게 되는 블랙 위도우도 변화의 가능성을 가진 인간상을 표현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더군요.
그런데 현실에서 이렇게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 비리를 폭로하는 사람들은 그 끝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블랙 위도우도 다음 시리즈에서 편하게 구르진 않을 것 같다는 예상이 되더군요. 블랙 위도우는 은근히 고생 많이 하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분명 능력은 일반남성은 제압하는 특수요원급이지만 그렇다고 초인급은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액션씬도 무리 없이 보여주고 전투현장에서 명민하게 굴지만 다치기도 자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그럼에도 이렇게 활약하는 블랙 위도우라는 캐릭터가 좋았던 게 훈련된 인간이기 때문에 아예 결이 다른 초인급을 상대로 이기기 어렵다 할 뿐이지 절대 같은 편 발목은 잡는 일 없었으니까요.

이번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에서 새로 등장한 캐릭터는 바로 팔콘이며 후대 캡틴 아메리카인 샘 윌슨입니다. 이번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는 잃어버린 옛 친구 버키와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와의 브로맨스만이 아니라 샘 윌슨과 스티브 로저스의 브로맨스도 부각이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들인 블랙 위도우랑 마리아 힐도 많이 엮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브로맨스에 치중되어서 그렇지 워맨스 케미도 나쁘지 않았던 생각. 원래 마리아 힐은 제일 좋아하던 여자캐릭터였는데 이번 영화에서 활약하면서 호감도가 더 올라가더군요. 그래서 후반 시리즈에서 다시 존재감이 줄어들었던 점은 아쉬웠다고 할까요?

팔콘은 트라우마를 가진 군인이라는 캐릭터임과 동시에 캡틴 아메리카를 서포트하는 버키의 역할을 이어받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제대한 군인들의 입장을 보여줌에 따라 영화에서 현실성을 부여하는 캐릭터이기도 했어요. 후반 활약은 좀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수트 등장 전까진 단순 조역 캐릭터인 줄 알았으나 우연하게 『시빌워』 코믹스를 먼저 접한 적 있던 데다 수트의 등장으로 마블 히어로 중 하나인 팔콘이라는 것을 바로 눈치챘었는데요. 후반 럼로우를 막아서면서 럼로우랑은 본의 아니게 악연을 쌓게 되었고 이 럼로우가 생존하면서 이 둘의 악연은 다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를 한 적 있습니다.

예상외로 럼로우는 다음 시리즈인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조금 허망하게 퇴장하긴 합니다만... 그래서 럼로우 같은 경우는 샘 윌슨과의 악연을 더 살려 좀 더 캐릭터를 길게 활용하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일단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의 액션씬들은 대개 호평이었는데 그중 엘리베이터 내에서 하이드라 요원들과 캡틴 아메리카가 싸우는 장면이 가장 긴박감이 넘치고 인상적이었다고 할까요.

버키의 캐릭터는 그 입장이 매우 비극적이라 눈에 띄는 것도 있지만 역시 왜 좋아하냐 묻는다면 영화에서 보여준 막강함이 너무 강렬해서라고 고백할 수 있습니다. 분명 도시를 때려 부술 정도는 아니지만 초인 같았다고 할까요. 하여간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오버하지 않고도 저렇게 강함을 연출로 어필할 수 있다는 생각이. 그리고 다음으로 버키의 암울한 면모가 두드러지면서 캐릭터에 집중이 되었는데 가면이 처음 벗겨졌을 때 극장 안 사람들이 친구라는 것을 눈치채고 탄식하던 게 떠올랐습니다. 마지막 크레딧 영상에선 안타까움마저 일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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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중에 DVD까지 구매했었는데, DVD에는 스페셜 영상이 두 개 실려있었습니다. 하나는 캡틴 아메리카의 수첩과 다른 하나는 영화에서 삭제된 씬인데 뭐냐면 쉴드로 몰래 일반인 복장을 하고 들어오는 캡아가 어떻게 쉴드의 감시를 따돌렸는지를 보여주는 영상이었습니다. 그리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예고편도 나오더군요.

영화 프롤로그에 나왔던 이 수첩에 들어갈 문구를 어떻게 정했는지 각국의 팬들로부터 도움을 얻었다는 이야기였는데 한국도 꽤 언급되어서 놀랐습니다. 보면 세계적인 축제라던가 유명인의 이름을 넣을 때 무엇을 넣을지 도움받았다는 내용.

역시 『어벤져스』와 연장선에 있는 영화인지라 헐크(브루스 배너)라던가 토니 스타크라던가 관련 떡밥들이 종종 나옵니다. 헬리캐리어가 하이드라의 조종을 받아 사람들을 폭격하려 할 때 여러 이름들이 언급되는데 아마 거기서도 다른 마블 캐릭터들의 이름이 언급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막으로는 나오지 않고 게다가 빨리 지나가는 장면이라 캐치하기는 힘들었어요. 일단 『어벤져스』 세계관 내에서 현재 미국대통령은 앨리스 대통령인 듯. 『아이언맨3』에서도 보면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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