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크래시』 11화 리뷰입니다. 이 드라마는 12부작이니까, 다음이면 종영인데 정작 드라마를 본 시기가 늦고 6화까지는 재방송으로 하루 만에 몰아본 것이나 다를 바 없어서 본 시간 자체는 얼마 되지 않은 셈이라 왠지 아쉬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화에서 과연 빌런들을 응징할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되던 것도 있었는데 지난주 예고편에서 미심쩍은 떡밥(표정욱의 판결에서 미성년자 운운하는 대사)이 나오는 장면이 있어서 혹시 고구마를 안겨주면서 마지막까지 질질 끄는 게 아닐까 걱정도 되더라고요. 그런데 정작 11화를 봤더니 예고편에서 약간의 낚시가 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표정욱 부자의 악행은 세상에 까발려지고 생각했던 것보다 속 시원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단 전편 엔딩에 등장한, 과거 교통사고 피해자의 아버지였던 이정섭이 표명학 청장의 운전기사로 위장하여 그를 납치하려고 한 건은 TCI 팀이 더 빨리 눈치채고 저지하게 됩니다. 보통 이런 복수극은 복수를 당하는 쪽이 나쁜 놈들이라 차라리 그냥 해코지당하게 내버려 두지 싶다가도 빌런들의 악행 때문에 피해자들이 사회적이나 법적으로 더 큰 벌을 받는 건 아니다는 심정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처음엔 피해자의 남편이었던 김민성이 저지른 복수극도 끝까지 진행된 뒤에 잡았으면 했지만, 그렇다면 결국 그의 죄가 늘기 때문에 자칫하면 빌런들이 받아야 할 벌보다 그가 받을 벌이 무거워질 가능성도 있어서 주인공들이 조금은 진부한 말을 늘어놓더라도 그의 복수를 막고 법적인 처벌로 이야기를 끌고 간 게 마지막에야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의외로 이번 회차 판결이 빌런들에게 완벽한 응징은 아니라고 해도, 현실에 비하면 강한 처벌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만족스러웠는데요. 표정욱은 예고편에서 미성년자 운운하는 판결이 있어 가벼운 처벌을 받을까 걱정을 했음에도 징역 20년이 선고되었고, 그 아버지인 표명학은 징역 10년에 벌금 15억이라는 벌을 받게 되더라고요. 여기서 표명학 청장과 표정욱이 처음엔 뻔뻔하게 굴다가 자신들이 불리해지자 부자가 서로를 팔아먹고 나락을 맞이하게 되는 과정도 본의 아니게 개그였다고 할까요? 부자지간이 똑같다고 해야 하나 다만 표정욱과 표명학 이 두 부자가 나락으로 치닫는 과정에는 약간의 공작(?)과 통수가 있었고 그걸 행한 사람이 의외의 인물이었다는 건 반전이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회차에서 표명학이 알아서 자폭하게끔 유도한 건 그의 오른팔 노릇을 하던 이태주였는데요. 이태주는 과거 표정욱이 저지른 사고의 중요한 증거였던 역과흔 보고서 - 피해자의 몸에 남은 타이어의 자국이 표명학의 차량과 일치했다는 보고서를 표명학 청장의 명령을 받고 빼돌리지만, 중요한 증인이었던 교수(보고서 작성자)를 빼돌리는 데는 실패하자 아예 표명학의 이미지를 위해 그 보고서의 내용을 법정에서 스스로 말하게끔 유도합니다. 표명학은 아들을 버리는 대신 청렴한 청장 이미지를 사수하려던 모양이던데요. 그런데 여기서 이태주가 표명학이 저지른 비리들을 익명으로 고발하고 이에 표명학은 감사와 징계를 피하지 못하게 되면서 제대로 몰락하는 과정을 밟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표정욱 부자를 비롯 빌런들은 처벌을 받게 되었지만, 이태주는 이번 일로 승진까지 하면서 승승장구하는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데 어쩌면 이 드라마의 진정한 빌런은 이태주였는지도... 그런데 마지막 한 회차에 이태주를 상대하는 내용이 나오기엔 좀 분량이 모자라지 않나 싶어, 혹시 이태주가 부각된 건 2시즌의 떡밥인 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뭐, 2시즌이 나오면 좋기야 하겠지만...) 심지어 TCI 팀은 그동안 중요한 사건들을 해결해 왔는데도 팀은 해체되고 팀원들은 뿔뿔이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는 결말을 맞이했는데요. 1년이 훌쩍 지난 뒤, 차연호가 근무하는 섬에서 여고생이 실종되는 사건이 터지면서 이 사건 수사를 돕기 위해 TCI 팀이 섬을 찾아오는데 어째 마지막 사건은 생각보다 스케일이 작은 느낌이에요. 물론 사건의 성격 상 드라마의 장르에 충실하다는 생각도 들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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