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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애니메이션

『어벤져스』 2차 리뷰

by 0I사금 2025.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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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벤져스』의 메인 히어로들 중에서 가장 먼저 얼굴을 비춘 이는 호크아이-바튼입니다. 초반 테서렉트가 요동칠 때 그것이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라 반대편 세계의 영향이라는 것을 추측해 낼 정도로 기민한 인물임을 드러낸 데다 이쪽 세계로 건너온 로키에게 세뇌당하면서 꽤나 극적인 상황까지 연출합니다. 그런데 호크아이가 블랙위도우-나타샤에게 한 대 맞고 정신차리거나 후반 포털이 열릴 때 반동으로 넘어진 셀빅 박사가 정신을 차린 것을 보면 의외로 로키의 세뇌방식이 좀 허술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호크아이가 맘에 든 점은 과묵해 보이는 캐릭터인지 자기감정을 드러내지 않을 거 같은 성격이지만 자신이 세뇌당하는 동안 몇 사람이 죽었느냐고 나타샤에게 물으며 자책하는 인간미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었습니다. 보통 히어로물에서는 주인공 외의 주변인들의 피해에 대해선 생략되거나 그다지 신경을 안 쓰기 마련이었거든요. 그리고 첫 번째 시리즈의 이런 분위기는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에까지 이어졌다는 게 특징.


바튼과 나타샤의 관계는 실상 영화에선 딱 잘라 사랑하는 연인사이다라고 하기엔 미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서로 사랑한다고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고 연인이라고 공표한 것도 아니지만, 아무래도 어벤져스에서 넌지시 암시될 정도의 과거 이야기나 나타샤가 그에게 빚이 있으니까 그를 구해야 한다고 하는 등 다른 어벤져스 멤버들보다 더 끈끈한 무언가가 있음이 드러나더군요. 그런데 이것이 호크아이가 유부남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가족애였다는 게 확인되자 좀 속이 상했다고 해야 하나요? 마블 시리즈에서 제일 좋아했던 커플링이었건만... 그나저나 영화 『어벤져스』에서 가장 고생한 인물은 나타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호크아이가 사라지자 어벤져스 멤버들을 모으기 위해 그 대신 더 배로 뛰어야 했고 헐크에게 죽을 뻔하는 등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거든요. 그래도 그만큼 활약을 했기 때문에 캐릭터가 인상적이 되었다는 생각은 듭니다. 고생하는 와중에도 제 할 일 확실히 해내는 나타샤는 진짜 호감이었달까요.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헐크-브루스 배너와 아이언맨-토니 스타크의 관계입니다. 처음 봤을 때 그냥 넘어갔지만 영화 중반 서로 대화를 하면서 바라보는 장면에서 투명한 컴퓨터 모니터가 두 사람의 중간에 끼어 있어 두 사람의 모습이 마치 거울을 보는 것과 같은 형상을 이루는 장면이 있습니다. 콘텐츠 검색 결과에 따르면 브루스 배너 박사는 자신의 힘이 악용될까 두려워 정부의 추격을 피해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있다고 나오는데, 토니 스타크는 영화 시리즈를 보면 아시겠지만 자신이 아이언맨이라는 것을 천하에 드러내 놓고 그 유명세를 만끽하면서 사는 사람입니다. 성격도 거의 정반대에 가까운 인물들인데 영화 내내 브루스는 아무래도 자신이 처한 운명 때문인지 사람들과 어울리려 들지 않고 입는 옷 또한 수수하여 눈에 띄지 않으려 하는 모습인데 반해 토니 스타크는 재벌2세에 여자한테 인기 많고 입담 좋은 성격이라 항상 눈에 띄는 타입입니다. 하지만 영화 상에서 이 둘은 놀랄 정도로 친분을 보여주는데 성격이 반대 성향인 사람들끼리 이렇게 어울리는 것은 실제로 드문 일일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 둘의 대화 동안 서로 마주치면서 거울의 형상을 띄게 된 것은 실질적으로 이 두 사람에게 공통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과학자라는 면 말고도 이 둘에게 통하는 면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을 해봤는데 어떤 의미로 『어벤져스』의 연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아이언맨 3』에서 이때의 싸움으로 굉장히 트라우마와 불안을 안고 사는 토니 스타크의 모습을 생각하면 알 수 있을 거 같더군요. 실제로 영화 상에서 방식이나 사상의 문제로 캡틴 아메리카와 자주 부딪히던 토니 스타크는 '네가 수트를 빼면 뭐가 있느냐'는 말에 '인기 많은 재벌 2세 바람둥이'라는 농담처럼 받아치기는 했으나 확실히 토니 스타크는 작중 어벤져스 멤버들 중에서 능력만 본다면 그나마 평범한 인간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어벤져스 멤버에 한해서- 진짜 평범한 인간들이라는 소리가 아니고요. 바튼이나 나타샤도 능력치에 비하면 다른 멤버들과 차이가 있지만 이들은 적어도 훈련받은 요원이라는 점에서 제외하면요. 


토니스타크 가 자신의 그런 불안감을 수트로 가리고 있다면 브루스 배너 박사는 반대로 내면의 불안요소를 수수하고 조용한 외면으로 가리고 있다는 점인데 반대되는 성향이긴 하지만 서로 내면을 다른 모습으로 감추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공통점이 생겼고 그것이 영화상의 연출처럼 거울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리뷰에서 많이 첨부하지 못해서 아쉬웠던 인물은 콜슨 요원을 비롯한 쉴드의 직원들입니다. 지구를 지킨다는 막중한 사명감에 비해 깨알 같은 개그씬을 선보여주었는데 보통 영화에서 이런 정부조직들이 꽤나 재수 없는 집단으로 표현되는 거에 비하면 쉴드 조직은 의외에 가까울 지경. 어벤져스 멤버를 쥐락펴락하는 닉 퓨리는 말할 것도 없고 마리아 힐 같은 경우는 배우가 취향이라 호감. 콜슨 요원은 보면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시몬스 요원이 생각나는 점도 있어요. 지나가는 장면으로 어벤져스 멤버가 다 모인 와중에 게임하는 쉴드 요원이 있어서 웃겼습니다. 토니에게 지적당하고도 다시 게임을 시작하니까요. 

 

또 콜슨 요원은 어벤져스 멤버들을 각성시키는 것 말고도 여러 모습으로 각별한 인상을 남기는데, 로키를 따라 지구로 온 토르에게 제인은 현재 노르웨이 컨설팅으로 자리를 떠서 안전하다고 안심을 시켜주는 배려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데다가, 캡틴 아메리카 카드를 꾸준히 모았다는 것을 스티브에게 이야기하며 팬심을 드러내는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어벤져스』의 성공 요인에는 큰 중심인물은 아닌 캐릭터에게도 이런 개성을 부여해 냈기 때문에 사람들이 파고들 점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런데 『어벤져스』 관련 자료를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콜슨의 생사를 확인했더니 결국 죽지 않고 닉 퓨리의 페이크가 맞았다는 결론이 나오니까요. 또 『어벤져스』 초반의 캡틴 아메리카인 스티브 로저스는 묘하게 날카로운 면을 많이 보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참전했던 전쟁은 이미 끝났고 자신이 잠든 사이 시간은 70여 년이나 흘러서, 동료들과 연인이었던 페기 카터와도 헤어졌을 뿐만 아니라 적응조차 어려운 상황이니 스트레스를 받긴 받겠다 싶은 상황이더라고요.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팬심을 드러내던 콜슨 요원에게도 심드렁한 모습을 보여서 좀 그랬는데 영화 『퍼스트 어벤져』에서 캡틴 아메리카 코스튬을 하고 홍보대사로 전락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캡틴 아메리카 운운하는 것이 거북하긴 하겠다 싶을 정도. 그래도 타고난 리더라서 다른 멤버들과의 팀워크를 이끌어내고 맨해튼시가 파괴될 때에도 가장 일반시민들을 신경쓴 인물이기도 합니다. 영화 마지막씬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자기를 구해줬다고 말하는 여성이 왠지 귀여워질 정도. 어벤져스의 리더이기 때문인지 등장 멤버들과 티격태격거리다가도 가장 접점이 많아지는 인물도 캡틴 아메리카였다고 생각해요. 보면 아이언맨과 투닥거리는 모습을 많이 보이지만 영화 상에서 콜슨요원의 일로 호크아이와 블랙위도우와 함께 제트기를 탈취하여 떠난다거나, 맨해튼 시에서 각 멤버들에게 지시를 내리거나 토르와도 서로 등을 맞대고 싸우는 등 멤버들과 가장 훈훈한 모습을 많이 보이더군요.

악역을 맡은 로키에 대해선 굳이 제가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일 듯. 아마 상당수의 로키 팬들이 『어벤져스』에서 생겨나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전 보면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내용을 다채롭게 만들기 위해서 악역의 캐릭터도 복잡한 데다 품위까지 있는 것이 좋다고 보는 편입니다. 그리고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캐릭터가 또렷하고 개그를 많이 선보이는 악당들은 언제나 정감이 가기 마련인지라 이런 악당들은 이야기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극상에서 악당이긴 하지만 악으로 정착한 모습이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고 느껴지면서 그 능력이나 행적이 너무 황당무계하지 않되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하거나, 좀 더 가벼운 작품들에선 주인공들에게 번번이 당하더라도 특유의 근성과 충만한 유머성으로 감초역할을 하면서 보는 이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등 악당들은 창작물에서 얼마든지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고 보거든요. 

 

초반 테서렉트를 탈취하는 모습이나 독일에서 시민들을 위협하는 로키의 모습은 확실히 카리스마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이런 카리스마를 선보였으면서도 로키의 야망이 형에 대한 원망이라는 개인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원인인지 후반 여지없이 무너지는 개그씬에서조차 캐릭터가 바뀌었다거나 캐릭터가 붕괴했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어벤져스 제작진이 로키의 캐릭터의 균형을 잘 잡았단 생각이 들더군요. 왜냐면 초반부터 로키의 캐릭터란 이런 것이다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들도 많았기 때문인데 보면 초반 로키와 어벤져스 멤버들과의 싸움은 로키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주고 한번 받고의 되풀이이기도 했고요. 반면 이번 『어벤져스』에선 로키의 캐릭터가 좀 강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토르가 좀 묻히는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 토르의 능력이 하나 더 추가되었는데 묠니르를 빠른 속도로 회전시켜 비행이 가능하게 되었더라고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창작물에서 등장하는 악당 캐릭터들 중에서 가장 질이 나쁜 악역들은 유머코드도 없고 품위도 없고 능력까지 없는 주제에 욕설만 내뱉을 줄 알거나 얕은 속내를 배설이나 하는 등 어그로만 끄는 녀석들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녀석들도 왠지 생각나는 케이스가 많기는 하지만 굳이 따로 예시는 들고 싶지 않아요. 하여간 이렇게 깊이없는 악당들이 나올 경우 재미가 반감되어 안 보게 되는 경우도 많은 편이고요. 반면 지나치게 능력이 강하여 주인공들이 넘어설 수 없는 설정의 악당도 이야기의 밸런스를 붕괴시키는 등의 일을 야기하는 것을 보면 악당의 캐릭터를 잘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어벤져스』는 주인공들의 매력과 더불어 부수적인 인물들의 매력에 악당의 매력까지 잡은 영화라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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