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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애니메이션

『설국열차』 리뷰

by 0I사금 2025.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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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는 개봉 전부터 굉장히 화제성을 불러 모은 덕에 극장으로 향하게 했던 영화입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기대를 가졌을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 봉준호 감독의 네임드에 할리웃 유명배우들이 출연한다거나, 제작비가 굉장히 많이 투입되었다거나 여러 이유로 이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영화 커뮤니티나 다른 곳의 영화 리뷰를 보아도 왠지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은 거 같더군요. 영화는 두 시간이 약간 넘는 정도로 제법 긴 편인데 당시 영화관은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고 우리가 보는 관에서도 거의 관객석이 가득 찼을 정도. 영화는 예고편에서부터 보여졌듯이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물질 CW-7을 살포한 덕에 빙하기가 도래했고 윌포드(배우 에드 해리스 분)의 기차로 인류가 피신했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하지만 꼬리칸의 사람들은 무임승차했다는 이유로 인간취급을 받지 못했는데 꼬리칸의 수장 격이었던 커티스(배우 크리스 에반스 분)와 그를 따르는 소년 에드가(배우 제이미 벨 분)는 반란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 사이 타냐(배우 옥타비아 스펜서 분)의 아들 티미와 앤드류(배우 이완 브렘너 분)의 아들 앤디가 모종의 이유로 군인들에게 끌려갑니다. 그때 아들이 끌려가는 것을 막던 앤드류가 신발을 앞칸의 간부에게 던져 항의를 하고 메이슨 총리(배우 틸다 스윈튼 분)가 나타나 항의를 하던 앤드류의 팔을 기차 외부로 노출시켜 절단시키는 형벌을 내립니다. 그런 일이 벌어짐에도 커티스는 이제 시작하자는 에드가를 진정시키며 계획을 미루는데요.

그가 기다린 것은 군인들이 반란진압에 쓰는 총알이 다 떨어졌는지를 확인하는 것. 4년 전의 반란 진압에 군인들의 총알이 '멸종(영화 상에서 기차 안의 물건이 다 떨어져 생산되지 않는 경우를 칭함)'되었다는 것을 확인했고 커티스는 사람들을 이끌어 일단은 기차의 설계자 남궁민수(배우 송강호 분)를 마약성분이 있는 '크로놀(산업폐기물로 환각효과를 가진 영화상의 물질)'로 회유하여 앞칸으로 전진합니다. 그 와중에 남궁민수의 딸 요나(배우 고아성 분)가 예지력으로 앞칸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지요. 그리고 끼니마다 꼬리칸 사람에게 먹을 것으로 배급되는 프로틴 블록 안에는 커티스에게 계기를 주는 캡슐 편지가 전달됩니다.


이 와중에 꼬리칸 사람에게 끼니마다 주어지는 프로틴 블록이 실은 바퀴벌레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총알이 떨어진 군인들이 도끼를 들어 기차가 터널에 들어가 암흑상황이 되는 순간 반란군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합니다. 이 장면에서 유혈 묘사가 좀 있어서 가족영화로 볼 만한 것은 못되겠다 싶더라지요. 이때 커티스의 오른팔이었던 에드가가 희생되고 커티스는 메이슨 총리를 인질로 삼아 소수 정예 - 아들을 찾으려는 타냐와 앤드류, 꼬리칸의 성자인 길리엄(배우 존 허트)의 제자인 그레이, 남궁민수와 그 딸 요나와 함께 앞칸으로 나서게 됩니다. 

이때부터 분위기가 폭력적이고 암울하던 전반과 대비되어 보면 볼수록 기가 찬 기차 앞칸의 생활이 드러나는데 지구 바깥이 빙하기에 진즉 멸망했고 꼬리칸 사람들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동안 거기에서 과일 재배와 생선 보급(초밥이 1월과 7월에 보급된다는 설명)을 위한 거대 수조, 앞으로 갈수록 인류멸망한 시점에서 꽤나 나태하게 느껴지는 상류층들의 생활과 타락상이 보이는데요. 거기다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을 상대로 윌포드와 기차를 찬양하는 세뇌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보입니다. 거기서 역사교육을 하는데 기차 밖으로 나가는 건 죽음이며 기차밖으로 나간 일곱 명이 죽은 사건을 '7인의 반란'이라 부른다고요. 하지만 이것은 나중 일어날 사건의 복선인 셈입니다.


초등교실칸에서 교사가 임신한 몸으로 숨겨둔 총을 빼들어 일행을 향해 총을 쏘고 그 와중에 앤드류가 희생됩니다. 그리고 교실 화면을 통해 길리엄을 비롯하여 꼬리칸의 반란군이 희생당하자 분노한 커티스는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외치던 메이슨 총리를 사살합니다. 그리고 다시 앞칸으로 전진하지만 진압군에 의해 그레이와 타냐마저 희생당하고 남은 사람은 남궁민수 부녀와 커티스. 남궁민수가 문을 열기 주저하자 커티스는 자신의 속내를 그에게 고백하는데, 꼬리칸에 사람이 탔을 무렵 식량이 부족하자 식인사건이 일어났고 어린 아기인 에드가를 먹기 위해 그를 보호하려는 어머니를 죽인 일행 중에 자신이 있었음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때 에드가를 먹으려던 일행을 말리며 자신의 팔을 잘라 대신 준것이 길리엄이었고 그 뒤로 사람들은 자신의 팔다리를 희생했음에도 커티스는 정작 자신의 팔을 내주지 못했다고요. 그의 마음을 이해했는지 남궁민수는 엔진실의 문을 열기 주저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자신이 열고 싶은 문은 이 문이 아닌 열차 외부의 문, 즉 세상으로 나가는 문이라고 말하며 자신이 목격한 것을 이야기합니다. 예카테리나 다리 근처를 기차가 돌 때마다 그곳에 추락한 여객선 위에 쌓인 눈이 녹았음을 이야기하면서 분명 외부는 인간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라며 자기가 그동안 크로놀을 모은 것은 마약을 하기 위해서가 아닌 열차를 파괴할 폭탄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그 폭탄에 불을 붙이려는 순간 엔진실의 문이 열리게 돼요.


윌포드가 커티스를 엔진실 안으로 초청하고 모든 진실을 이야기하는데 여기서부터 상당히 반전스럽다고도 느껴졌습니다. 실은 캡슐편지를 보낸 장본인이 윌포드라는 것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사실이었어요. 다만 길리엄이 그의 동료이자 기차의 생태계 조절을 위해 꼬리칸에서 반란군을 유도하여 사람들이 죽게끔 인구조절을 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커티스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엔진실 밖에서는 앞칸 인간들이 남궁민수 부녀를 위협하고 윌포드는 커티스를 여기까지 오게 한 이유는 바로 자신의 후계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커티스가 망설이던 무렵 남궁민수 부녀가 엔진실의 문을 열고 요나는 자신의 예지력으로 기차의 아래에 무언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커티스가 그를 도와 바닥을 열자 그 안에 타냐의 아들 티미가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데 윌포드는 엔진 부품의 '멸종'으로 부품을 대신할 수 있게 좁은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고 밝히고 커티스는 티미를 꺼내다가 기계에 끼어 한쪽팔을 잃습니다. 그리고 폭탄이 터지면서 기차가 탈선하고 화염 속으로 윌포드를 비롯 그곳에 모인 기차의 사람들과 남궁민수 부녀와 커티스, 그리고 티미까지 휘말립니다. 폭발이 가라앉고 떨어져 나간 기차 안에서 눈을 뜬 요나와 티미는 밖으로 나오는데 밖으로 나왔어도 바로 얼어 죽지 않았고, 북극곰이 멀리서 나타나 화면에 비치면서 영화의 막이 내립니다.


영화는 초반에는 마치 프랑스 혁명의 그것처럼 반란군의 모습과 앞칸 상류층의 무자비한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의 몰입을 유도하다가 막판에 커다란 반전을 던집니다. 이 모든 상황 자체가 하나의 계획된 것이며 기차를 생태계에 비유하면서 생태계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하는데요. 그런데 이것이 드러나면서 보면서 의아해지는 것은 바로 꼬리칸의 성자인 길리엄의 태도입니다. 분명 영화상에서도 여기까지 왔으니 충분하다는 뉘앙스의 대사를 커티스에게 비추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꼬리칸에서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길리엄이 지키려던 것은 그야말로 기차 자체라는 건데요. 

단순 성자 대접을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윌포드가 앞칸의 지도자인 것처럼 그가 꼬리칸의 지도자 역할을 만족하게 된 것인지 의문입니다. 보통 이런 것에는 어떠한 보상이 주어져야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데 그것이 정녕 무엇인지는 보는 우리로서는 추측하기 어렵거든요. 분명 인구조절을 목적으로 왔으나 나중엔 자신의 힘으로 커티스 일행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건지도 모르겠고요. 영화는 그야말로 가차 없을 정도로 주요 메인 멤버들을 희생시킵니다. 오래 활약할 것이라 생각했던 에드가는 그야말로 중반에서 메이슨을 잡기 위해 희생당했고, 처음에 아들을 잃고 울기만 하던 앤드류도 횃불 시위 중에 용기를 내어 앞칸으로 전진하는데 합류하지만 역시 중반에서 허무하게 총을 맞고 죽습니다. 

 

그레이와 타냐 역시 찜질칸에서 살해당하지요. 여기서 좀 희한한 것이 진압군 중에서 가장 오래 활약하는 분은 분명 두들겨 맞고 칼에 찔렸는데 죽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뭐 그새 불사신이라도 기차 안에서 만들었나 싶었던 장면.

 

생각보다 남궁민수와 딸 요나는 오래 살아남는데 막판의 가장 중요한 활약도 이분이 하기 때문에 한국인이라서 좀 편애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지도 모를 거 같지만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굉장히 다인종이고 제각기 개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 배우가 두 명이나 나온다고 해서 딱히 이야기의 초점이 흐려지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영화의 분위기 상 수많은 인간들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웠달까요. 같이 합류하는 일행 중 타냐는 흑인이고, 앤드류는 붉은 머리에, 그레이는 동양과 서양 혼혈 느낌이었고요. 심지어 앞칸 간부들 중엔 동양인도 제법 있더군요.

영화를 보면서 꽤나 놀라웠던 것은 틸다 스윈튼의 열연인데 개인적으로 이 배우의 가장 기억나는 연기가 『나니아 연대기』의 여왕과 『콘스탄틴』의 천사 가브리엘입니다. 여왕의 품위있던 모습과 가브리엘의 중성적이고 신비했던 모습과는 달리 여기서는 악랄하면서도 비굴하고 개그성이 충만한 역할을 맡습니다. 보면 분명 악역이고 짜증 나는 캐릭터임에도 연기가 능청스러워서 그런 건지 상당한 개그 역할도 도맡는데 처음 앤드류를 징벌하면서 말하길 나는 모자고 너희(꼬리칸 사람들)는 발 밑이라는 소리를 하면서 신발을 앤드류의 머리 위에 올려놓는 짓을 했다가 나중에 인질이 되자 앤드류와 타냐가 그를 응징하면서 똑같이 신발을 머리에 올려놓죠. 영화 보면서 빵 터진 장면 중 하나였어요.

 

보면 개그성 악역들이 다른 데서 그러하듯 죽기는 죽되 그래도 굉장히 오래 살아남을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이었달까요.


비극적이고 암울한 분위기를 가진 영화지만 사람들이 질려하지 않을 정도로 유머 코드가 곳곳에 삽입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꼬리칸에서 반란군들이 기차의 문을 뚫기 위한 드럼통을 숨겨놓다가 꺼내는 장면에서 어느 일본인이 일본어로 욕설을 퍼붓는다거나, 감옥칸에서 등장한 남궁민수와 대화를 위해 번역기를 이용하는데 남궁민수가 욕설을 쓰는 바람에 번역기가 알 수 없는 단어가 섞였다면서 제대로 입력해 달라고 하는 것 등등... 게다가 상당한 개그씬은 위의 메이슨 총리가 담당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커티스로 배우가 연기했던 캡틴 아메리카와는 다른 분위기지만 여기서도 리더 역할을 하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캡틴 아메리카때의 깔끔함보다 여기 커티스의 후줄근함이 더 맘에 들더군요. 개인적으로 커티스의 캐릭터는 흔한 성공신화에서 보이는 맨바닥에서 시작하여 '황제'가 되려는 인간이 아닌 '성자'가 되는 것을 선택한 인물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밑바닥에서 시작해서 도달하는 것이 반드시 성공은 아니라도 의미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할까요.  


영화의 결말은 좀 황당하다 싶을 수도 있는데 실은 북극곰은 인간에게 굉장히 위험한 놈이거든요. 북극곰이 배가 고프냐 마냐에 따라 살아남은 애들의 운명이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던데요. 그런데 북극곰이 등장한 것은 다름 아니라 북극곰이 살아남았을 정도로 외부의 기온이 변했다는 것이고 이건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었음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7인의 반란 사건이 언급될 때 '이누이트'족 여성이 언급된 것이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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