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는 극장에서 보지는 못하고 나중에 ott 플랫폼에서 결제하여 감상할 수 있었고 두 번의 리뷰를 먼저 남긴 바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OCN 채널에서도 『어벤져스』를 방영해 주게 되었는데, TV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그런지 엄청 몰입하면서 봤습니다. 내용을 뻔히 다 알고 중간광고로 끊김이 있으면서도 이렇게 몰입하면서 볼 수 있는 것은 역시 재미난 영화, 특히 파고들수록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은 영화의 매력이라고 할까요. 영화의 시작은 늘 그렇듯이 큐브-테서렉트를 간직한 쉴드의 기지가 로키의 습격으로 아작 나면서 큐브를 빼앗기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제가 『어벤져스』 관련 리뷰를 쓰면서 누누이 이야기했지만 이야기의 큰 중심은 주인공만이 아니라 바로 그들이 상대해야 할 악역에도 큰 축이 있어야 하는데 이 『어벤져스』의 내용을 다채롭게 해주는 것이 바로 로키의 역할입니다.
큐브 탈취만이 아니라 주위에 있던 주요 인물들인 호크아이 바튼과 주요 연구원인 셀빅 박사를 세뇌하여 그들을 데리고 쉴드에 적대하는 인물들을 모아 조직을 이룬 뒤 포털을 열 포석을 깔아가는데 로키라는 캐릭터가 선보이는 무게감은 그 캐릭터의 가벼워 보이는 성격은 둘째치고 굉장히 상당합니다. 오히려 『어벤져스』 속의 로키의 모습이 신화 속 트릭스터에 가까운 로키의 성격이기 때문에 그의 활약이 더 눈부신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초기 습격 당시 로키가 호크아이의 팔을 붙잡으면서 '착하군'이라는 대사를 읊는데 『어벤져스』에서 보여주는 그의 행동을 보면 납득이 가는 것이 세뇌당한 상태에서라지만 동료들을 다치고 죽게 한 것이라거나 맨해튼 습격 때 블랙 위도우와 함께 일단 시민들의 피난부터 돕는 행동을 하는 등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호크아이입니다. 가장 선량한 모습을 보여주는 주연이라고 할까요.
이런 모습들이 다시 또 눈에 들어와서 볼수록 호크아이란 캐릭터는 호감이 갔습니다. 거기다가 마지막 로키를 붙잡을 때 가장 중심에 서서 활을 겨누는 역할을 호크아이가 맡는데 그동안 겪은 일을 생각한다면 로키에 대한 원한도 남다를 수밖에요. 마지막 로키가 토르한테 끌려갈 때 호크아이가 마주 보면서 웃는 장면은 묘하게 폭소를 불러일으키지요. 비슷하게 『어벤져스』에서 이런 배려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헐크 - 닥터 배너인데 인도 외곽지역에서 병자들을 돌보는 등 희생적인 모습을 보인 그이지만 다시 보니 이런 배너 박사의 봉사정신은 그의 타고난 선량함도 큰 비중을 차지하겠으나 그가 헐크로 바뀌었을 때 드러나는 파괴적인 모습과 그 뒤에 돌아오는 그의 죄책감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브루스 배너는 블랙위도우-나타샤와 묘하게 얽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자신의 손은 피로 물들었기 때문에 그 죗값을 하고 싶다는 나타샤와도 어딘가 통하는 구석이 있지 않겠나 싶더라고요.
쉴드의 구린 속셈을 알아채고 습격 이후 이성을 놓아 헐크로 막 변화하기 전 나타샤를 바라보는 배너의 눈빛은 배우의 감정선 연기가 대단한 것이겠지만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애처로움이 많이 묻어 나오더군요. 그리고 헐크가 나타샤를 공격하는 것을 보고 변화한 뒤에는 적과 아군을 가리지 못하는가 했는데 후반 치타우리와 싸울 때를 보니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 쉴드의 속셈을 알아챘을 때 그를 데리고 온 역할을 맡은 것이 나타샤였기 때문에 분노의 화살이 그쪽으로 쏠린 건가 생각도...? 토니 스타크와 캡틴 아메리카의 대립구도도 이 『어벤져스』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인데 특히 이 둘의 성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이 둘의 대립 중 대사가 캡틴 아메리카는 '전우의 시체를 밟고 철조망을 건널 수 있느냐'라고 묻고, 토니 스타크는 '전우의 시체를 밟은 필요 없이 철조망을 자르면 된다'라고 응수하는데 두 사람의 사고관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냄과 동시에 어쩌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토니 쪽이 좀 더 여린 측면을 가진 것을 드러낸 것은 아닌가 싶더군요.
그리고 그가 브루스 배너 박사에게 호의와 동질성을 느낀 것은 겉과 다른 내면을 숨기며 사는 것만이 아니라 브루스 배너 박사가 헐크라는 시한 폭탄과 같은 존재를 억누르며 사는 불안을, 토니 역시 알고 있기 때문인데 토니가 아이언맨의 근원이 되는 아크 리액터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는 이 어벤져스 방영 전에 했던 『아이언맨』 2편에서 잘 드러납니다. 알고 보면 비슷한 성격이라는 점이나 불안 요소를 갖고 살아야 한다는 점, 둘 다 지성적인 인물이라는 점 등등... 캐릭터 설정이나 정보를 찾아보면 은근 두 사람 다 아버지에게 사랑을 못 받았다는 과거가 있다는 점도 있고요. 일단 제가 본 영화를 한정으로 해석해 봐도 이 둘은 정신적으로 애정결핍 상태 아닌가 싶더라고요.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캐릭터들의 활약과 비중을 적당한 선에서 나눴다는 점입니다. 그 것을 가장 잘 드러내는 주는 씬이 바로 헬리케리어 습격씬인데 이 사건은 캐릭터들끼리 갈려있으면서도 묘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습격으로 인해 자극받은 배너박사가 헐크로 변신하고 나타샤는 쫓기다가 호크아이-바튼과 만나 그를 막아서면서 사투를 벌이고, 헐크를 막기 위해 나선 토르는 헐크가 떨어져 나가면서 로키를 막아서다가 밖으로 방출됩니다.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와 토니 스타크는 말싸움 끝에 일시적으로 정전 상태가 되어 한 사람은 밖에서 헬리캐리어를 지탱하고 한 사람은 안에서 헬리캐리어를 지탱하려 하지요. 이때의 연출 분배가 매우 적정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감독의 역량이 놀랍다고 할까요. 이런 모습은 후반 맨해튼 시에서 비슷하게 이뤄지는데 여기서 다시 눈여겨 볼 것은 캡틴아메리카의 리더적 자질로 멤버들의 능력과 성격에 따라 역할을 분배하며 전장을 지휘하는 모습을 보면 저래서 리더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히어로물이기 때문에 의외로 호불호가 갈릴지 모르는 영화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의 강점은 바로 이런 데 있지 않나 싶습니다. 각 주인공들의 개성과 특징 그리고 그들 내면에 있는 사연을 적절하게 풀어내는 능력이기 때문에 어떤 캐릭터들도 아쉽지 않다고 할까요. 영화를 다시 보면서 느낀 거지만 마지막 크레딧 영상도 독특한데 각 주인공들을 상징하는 도구와 소품을 클로즈업하면서 배우의 이름을 띄우는 방식을 쓰더군요. 스마트폰으로 봤을 때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이에요.
또 영화의 크레딧 영상과 슈와마씬 같은 서비스씬도 TV판에서 빠지지 않고 나와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에서 제법 중요한 역할을 한 쉴드 요원의 모습도 확인이 가능했어요. 또 하나 다시 복습하면서 느낀 것은 단순 쉴드가 못 믿을 족속들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균형에 대한 메시지라고 할까요. 외계인들의 습격을 받고 난 뒤 큐브를 바탕으로 무기를 양산한 쉴드는 이것을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하게 됩니다. 어찌 보면 적들이 빈번히 습격해 오는 그 세계관의 상태를 볼 때 반드시 불합리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결국 그것이 로키의 계획을 발동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니... 균형이라는 것은 그만큼 까다로운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영화에서 악역들의 암시라던가를 볼 때 전쟁의 막판에는 언젠가 터질게 터진 느낌이라 누가 먼저 시작했다가 중요한 게 아닌 게 되어버려서 딱히 쉴드 책임이라고만 하기도 묘하더라고요. 다만 핵을 날려서 수습하려는 윗대가리들의 행태는 쉴드 쳐 줄 수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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