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범죄도시』 2편은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보았고, 나중에 시리즈에 흥미가 생겨 1편을 찾아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앞의 시리즈들을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3편도 보고 싶었지만 사정상 극장에 가진 못하고 설 연휴에 특선영화로 방영해 주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사정이 있어 영화를 좀 드문드문 본 지라, 나중에 재편성해 줬을 때 놓친 부분까지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는데요. 1편과 2편은 각기 다른 유형의 빌런이 등장하며 사건의 전개 혹은 모티브도 많이 다르지만, 주인공인 마석도가 무지막지한 전투력으로 범죄자들을 때려잡는다는 공통점이 존재하고 현실성 여부와 별개로 범죄자들이 망가지고 철저하게 주인공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영화를 본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었네요.

3편에선 마석도의 동료 멤버들이 나름 사정이 있었는지 전편과 구성이 달라지고 전작에서 감초 역할을 하던 인물들이 사라지는 등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석도가 사회를 어지럽히는 빌런 범죄자들을 시원시원하게 때려눕힌다는 영화의 큰 틀은 변하지 않았고 전편의 감초 캐릭터들을 대신할 만한 또 다른 감초 캐릭터(초롱이와 김양호)들이 등장하여 웃음을 주기 때문에 3편 역시 아쉬운 한편으로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었네요. 보통 잘 하는 장르를 잘 뽑아내거나 혹은 그런 기대에 충족하는 작품을 보았을 때 특정 요리를 원하고 그걸 제맛으로 만들어냈다는 비유(예를 들면 김치찌개 잘하는 집의 김치찌개 같은 것)를 쓰기도 하던데 이 『범죄도시』 시리즈가 딱 그에 맞는 영화 시리즈물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특징을 꼽는다면 범죄자들의 국적이나 활개치는 배경이 다양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는데요. 1편은 빌런인 장첸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뒤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자였고, 2편의 강해상은 한국인이긴 하지만 베트남에서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이었다면, 이번 3편은 일본에서 밀수한 하이퍼라는 마약 설정 때문에 일본 야쿠자들과 한국 범죄자들이 그걸 둘러싸고 문제를 일으킨다는 내용입니다. 좀 더 메인에 있는 빌런은 한국 경찰이지만 뒤에서 마약을 빼돌려 판매하여 이득을 취하는 주성철 팀장으로, 3편의 내용은 마약인 하이퍼를 두고 일본 야쿠자와 주성철이 싸우게 되고 이에 마석도 일행이 끼어들어 그 둘을 한꺼번에 때려잡는 내용이라고 요약할 수 있어요.

3편의 빌런 주성철은 1편과 2편에 나온 빌런들과는 좀 결이 다르기 때문에 영화 특유의 잔인한 맛이나 폭력성은 줄어든 기미가 있어 보였지만, 경찰 내부의 배신자이자 범죄자라는 특성은 전편과 다른 독특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다 배우의 비주얼이 훌륭해서 나올 때마다 화면상에서 부각되는 특징도 있고 작중에서 마석도의 입으로 잘생겼다는 언급이 나올 정도. (물론 '나'처럼 잘생겼다는 개그성 대사였지만) 또한 전편의 빌런들이 잔인하긴 하지만 마석도나 경찰들이 파놓은 함정을 눈치 못 채고 걸려든 것과 달리 오히려 주인공이나 다른 빌런들을 이용하고 함정에 빠뜨리는 등 지략적인 면모가 두드러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물론 결과는 혼자 마약을 챙기고 도망가려다 마석도에게 두들겨맞고 잡히는 건 마찬가지지만요.

오히려 영화 특유의 잔인함과 포스를 보여주는 건 일본 야쿠자인 리키로, 그는 야쿠자 조직에서 약을 빼돌린 배신자들을 처단하기 위해 보낸 조직원입니다. 리키는 작중 내내 일본도를 휘두르면서 존재감을 과시하며 잔인하거나 강렬하다 싶은 장면은 리키의 등장씬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그 역시 마석도와의 결투에서 두들겨맞고 패배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는데 그래도 왠지 그 강도는 전편보다 순화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1편의 빌런인 장첸은 질질 짠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마석도에게 비참하게 패배했고 2편의 빌런인 강해상은 과연 살아있을까 싶을 정도로 처맞았던 것에 비하면 리키는 그래도 깔끔하게 퇴장한 편이었거든요. 중간에 '다마레'라고 리키가 외치자 마석도가 '다 말했잖아'라는 대사로 받아치는 개그도 인상적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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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제일 웃겼던 장면은 초롱이가 침수된 자동차를 손님 부부에게 3천만 원에 강매하려고 하자, 마석도가 끼어들어 3천 원만 받아낸 장면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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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의 감초인 장이수는 에필로그 영상에서 등장하는데 아무래도 이건 4편의 떡밥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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