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투모로우』는 TV에서 방영을 여러 번 해 준 덕에 이미 여러 번 감상한 영화입니다. 이번에도 TV에서 방영을 하자 일종의 추억도 되새길 겸 꾸준히 시청했는데 다시 찾아온 빙하기라는 소재 때문에 『설국열차』가 연상되는 구석도 있었고요. 또 『투모로우』 때문에 재난영화 장르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상당히 광범위한 소재를 포함하는 걸 알았는데 자연재해 소재를 다룬 영화로는 좀 오래전 영화지만 화산폭발을 다룬 영화 『볼케이노』나 『단테스피크』 같은 것도 있고, 의외로 좀비나 괴수영화, 외계인침공이나 바이러스를 다루는 영화들도 재난영화에 포함된다고 하더군요.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이 영화 말고도 재난영화를 많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투모로우』 이후 만들어진 영화 『2012』같은 경우는 『투모로우』보다는 내용에서 아쉬웠지만 그야말로 지구멸망의 모습을 화려하게 표현했다는 게 특징. 『투모로우』 역시 빙하기라는 소재를 끌고와서 굉장히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데 폭풍으로 인해 건물 빌딩이 반쯤 날아가는 것은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어요. 그 외에도 뉴욕에 쓰나미가 들이닥쳐서 주인공의 아들내미와 친구들이 도서관 안으로 대피하는 씬도 그렇고요.
그리고 재난영화라서 사람들의 피해라던가 주인공들의 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사람들의 희생을 필연적으로 보여주게 되지만 영화를 재탕하면서 놀랐던 것은 그렇다고 나온 등장인물들을 쉽게 허비하진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주요등장인물의 죽음조차도 비장미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가는데 주인공이 아들을 구하기 위해 뉴욕으로 떠나자 혼자 보낼 수 없다며 동행한 동료가 얼어붙은 빌딩 유리가 깨져 추락할 위기에 처하자 다른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끈을 스스로 잘라버리는 장면은 아마 영화에서 가장 슬픈 장면이었다고 봅니다.
거기다 오히려 죽을 것처럼 보이던 주인공 아들의 새 친구(대회에서 만난 남학생)도 동물원 우리에서 풀려난 늑대들이 나타나는 장면에 물려죽는가 싶었는데 무사히 살아나서 항상 보면서 의외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보면 초반에 아들내미(배우 제이크 질렌할 분)와 연적 분위기를 내보이는 분위기도 나서 흔한 다른 작품들에서 이런 캐릭터를 가차 없이 소모시키는 반면 여기선 오히려 재난을 틈타 화해의 여지를 깔아놓고 모두 생존하는 결말을 내니까요.
모두 죽어나가는 마당이니 굳이 불화를 강조할 필요도 없고 생존물이다보니 주인공의 승리가 주제는 아니기 때문에 굳이 그런 희생을 그릴 필요가 없어서인 듯. 영화를 보면서 새삼 느낀 거지만 자연을 대하는 관점이 꽤나 겸손한 느낌을 받았는데 갑작스러운 자연재해가 들이닥쳤으니 인간이 기지를 써서 이 재해를 막자가 아니라 이 재해가 지나가는 동안 인간은 버텨서 살아남는다는 내용이거든요. 인간이 자연과 맞서서 이겼다가 아니라 그야말로 인간이 생존한다가 명제인 영화 같았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씬을 보시면 알겠지만 인공위성 속에서 두 직원이 눈폭풍이 쓸고 간 지구의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투명한 지구를 본 적 있느냐는 말에서 드러나는데 실제로 태풍이나 폭풍은 인간들 삶에 엄청난 지장을 주지만 자연의 입장에서 여러모로 필요한 존재거든요. 기존 할리웃 영화의 클리셰처럼 아버지가 아들을 구하고 끔찍한 재해의 모습을 가공할 CG로 풀어내지만 그 자연을 대하는 태도나 주제의식에 있어서 여타의 영화들과는 많이 다른 점이 보여서 좀 놀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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