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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볼케이노』 리뷰

by 0I사금 2025.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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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볼케이노』는 1997년도 영화인지라 상당히 오래전 영화인데 어릴 적에 비디오를 대여해서 본 적도 있고, TV에서 방영해 주는 더빙판을 감명 깊게 본 적 있기 때문에 수퍼액션 채널에서 다시 보게 되었을 때는 반가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어릴 적 TV 방영 당시 명장면이 잘려나간 것을 아쉬워했던 기억도 있는데 그때 잘려서 안타까웠던 장면은 지진의 여파로 지하철이 이탈하자 지하철관리국 직원들이 지하철 안의 사람들을 구하러 갔는데 그때 용암이 선로를 따라 몰려오는 것을 본 다른 이들이 빠져나오라고 외치는데도 사람들을 구하러 들어간 총책임자가 기절한 사람을 업은 채 용암 위를 걸어간 뒤 다친 사람을 다른 이들에게 건네주고 자신은 불타 죽는 장면이었어요. 수퍼액션 채널 버전은 다행히 편집되지 않았고요.

영화는 재난 영화인 만큼 재난 상황에 처해진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다루는데 그 비중을 고르게 주었다는 느낌입니다. 비상대책반인 주인공(토미 리 존스 분)과 지질학자 여주인공 측이 흘러나오는 용암을 막느라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와 재난으로 발생한 환자들을 불평 한 마디 없이 구해내는 강단 있는 여의사 측, 지하철 사람들을 구하는 지하철 관리국 사람들과 영화 내내 주인공과 연락하면서 상황을 판단한 비상대책반 측의 직원들 이렇게 이야기가 분담되는데도 불구하고 산만하지 않고 상당히 몰임감 있게 전개됩니다. 참고로 여기 주인공과 계속 연락하는 직원이 바로 아이언맨에서 제임스 로드 대령으로 나온 돈 치들 배우예요.

영화는 재난으로 발생한 비극적인 장면 말고도 사람들의 영웅적 희생적인 면모를 부각합니다. 제일 안타까운 장면은 화산분출로 인한 파편에 맞아 소방차가 전복되어 소방관이 차 안에 갇히고 그 소방관을 구하기 위해 동료 소방관까지 화염에 휩싸여 죽는 장면. 영화 봤을 당시 중계를 위해 그 장면을 촬영하고 설명하기만 하던 아나운서 행동에 화난 기억이 나더라는 거... 앞서의 지하철씬도 그렇고, 마지막에 건물을 폭파하던 직원 두 명이 건물 잔해에 깔려 못 나옴에도 자신들은 나왔다고 거짓보고하는 장면도 그렇고요.

다른 재난 영화 『투모로우』와 차이점이 있다면 『투모로우』가 좀 더 자연에 대해 겸손한 관점으로 재난이 닥쳤을 때 그 재난을 인간 손으로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아닌, 그 상황에서 인간이 생존하는 것 자체에 초점을 두어 버티는 이야기라면, 『볼케이노』는 재난이 닥쳤을 때 인간들을 더 많이 구하기 위해 인간의 손으로 재난을 막아내려는 이야기입니다. 바리케이드를 쌓거나 건물을 무너뜨려 용암의 흐름을 바다 쪽으로 바꾸는 것이 바로 그 증거. 또 그 시대 영화답게 민폐 캐릭터는 빠지지 않는 측면이 있는데 캐릭터의 민폐 행보 없이 서로 협력하고 의지하면서 생존하는 모습을 묘사한 『투모로우』와도 이런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다고 할까요?

보통 옛날 영화에선 여성이 민폐 캐릭터가 아닐 경우 보통 어린애가 민폐가 되는데 13살이라고 하기엔 안 믿기는 주인공의 딸은 처음엔 무척 조숙한 척하다가 막상 위기상황에선 바쁜 아빠 붙들고 징징거리는 게 보기 싫더군요. 암만 어린애라지만 상황 좀 파악을 하던가... 막판에 사람들 말 안 듣고 막 빠져나가는 남자 꼬맹이도 짜증 났는데 건물이 무너지는 와중에 운빨이 대단한지라 얘넨 살아남아서 보는 사람을 허탈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도시 다 무너지는 와중에 자기 집 불탄다고 소방관들이랑 경찰 방해하는 애도 짜증이 났고요. 괜찮은 캐릭터들은 가차 없이 죽이면서 민폐 캐릭터들은 다 살아남아서 이 부분이 심하게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그래도 90년대 영화인지라 그 시대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 좀 많기도 했습니다. 대화도중 삐삐가 울린다거나 그 시절 컴퓨터를 대책반 직원들이 쓰고 있다거나. 어쨌거나 『볼케이노』는 추억의 영화로 CG기술이 대폭 활용되던 시절이 아닌지라 화재씬의 몇 장면은 미니어처나 가짜 건물을 이용한 것이 아닌가 싶은 장면이 몇 있었습니다. 현재는 삭제되었지만 유튜브에서 당시 메이킹 영상이 일부 올라온 것을 감상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런데 그때도 들었던 의문인데 용암 근처를 사람이 그렇게 가까이 가도 괜찮은 걸까요? 모 다큐멘터리에서 천천히 흐르는 활화산의 용암들을 학자들이 연구하는 걸 보면 불가능한 건 아닌 것 같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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