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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씽』 리뷰

by 0I사금 2025.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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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씽』은 꽤 유명한 영화인데 익히 제목만 들어보고 직접 본 적은 없는 영화입니다. 다만 워낙 유명하다 보니 궁금해서 검색으로 찾아보기도 했었는데 대충 내용이 빙하 속에서 외계생물이 깨어나 사람의 모습으로 위장하여 습격한다 뭐 이 정도만 알고 있었어요. 영화의 감상은 당시 TV 최초 방영이라고 영화 채널에서 예고편을 틀어준 덕택에 이런 영화는 놓치기 싫은 지라 시간에 맞춰 볼 수 있었는데요. 처음 영화를 봤을 땐 이 영화가 그 유명한 고전작인 『괴물(1982)』의 리메이크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중에 영화 자료를 더 찾아봤더니 제가 본 이 영화는 과거 영화의 리메이크가 아니라 프리퀄이더군요. 예전에 봤던 영화 블로그에서 고전작  『괴물(1982)』의 오프닝이 도망치는 개와 개에게 총을 겨루며 쫓아오는 사람들로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본 기억이 나는데 이 영화의 엔딩이 바로 이것과 이어지는 장면이었고요.

내용은 어떤 연구원 세 사람이 차를 몰고 가다가 갑자기 얼음 아래로 빠지는 것으로 시작하더니 이내 화면이 바뀌어 주인공인 케이트 박사에게 샌더 박사가 찾아와 조사 협조를 요청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남극 빙하에서 어떤 구조물을 발견했다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케이트는 그를 쫓아 연구기지에 오게 되지요. 거기서 연구원들은 어떤 외계괴물의 얼어붙은 시체를 발견하게 되는데 샌더는 그 생물을 조사하기 위해 드릴로 얼음을 뚫습니다. 여기서 일하는 연구원들이 늘 영어를 쓰는 게 아니라 자막이 자주 나오는데 처음엔 어느 나라 말인가 했다가 중간에 러시아 기지가 있다는 카터의 말에 러시아 사람들인가 했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노르웨이 연구팀이라고 나오더군요. 처음엔 조금 산만하게 영화를 시청한 모양.

어쨌든 자신들의 발견을 기뻐하며 축배를 들던 연구원들은 이내 얼음속에 갇혀 있던 외계괴물이 깨어난 것을 알고 긴장합니다. 외계괴물이 지하실의 천정을 뚫고 달아나자 연구원들이 그 흔적을 좇는데 그때 첫 번째 희생자가 생겨나지요. 헨릭이란 인물이 바닥 아래 숨어있던 외계괴물의 습격을 받고 나머지 사람들은 괴물을 불태웁니다. 어찌어찌 시신을 수습한 사람들은 조사를 위해 괴물의 시체를 해부하는데  주인공인 케이트는 시체의 기이한 상태, 외계괴물의 혈액관찰, 욕실에서 발견한 다량의 핏자국과 인조치아를 보고 외계괴물의 세포가 인간의 세포를 복제하는 것을 알아냅니다. 다만 금속은 복제하지 못한다고 나오지요. 거기다 환자를 이송하려던 헬기가 괴물의 습격으로 산 뒤편에서 추락하고 그것을 목격한 케이트는 누군가가 욕실의  핏자국들을 치워버림으로써 괴물이 인간들 속에 숨었다는 사실까지 추측해 냅니다. 

케이트는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동료 직원들에게 밝히지만 다들 곧이곧대로 듣지는 않고 여자연구원인 줄리엣만이 그의 말을 들어주는데요. 다른 직원인 콜린이 욕실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나왔다는 이야기에 그를 신뢰하여 괴물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창고에 놔둔 차열쇠를 보관하려고 꺼내는 순간 괴물로 변모한 줄리엣의 습격을 받습니다. 헬기 추락씬과 이 부분에서 깜짝깜짝 놀란 것이 인간으로 변신한 괴물은 대충 몸상태가 안 좋은 인간 아닌가 하는 추측과 달리 그를 부축한 다른 직원이었다는 점이었고, 줄리엣은 대충 두 사람만이 남겨졌을 상황에서 괴물이구나 생각이 들었을 무렵 바로 습격해서 놀랐다는 점입니다. 다만 여기서 의문이 든 것이 발견된 괴물 사체는 하나인데 어떻게 두 군데서 인간을 습격했느냔 점이었어요. 나중에 보이지만 괴물은 만화 『기생수』의 괴물처럼 분열능력이 있던 모양. 

괴물의 습격으로 연구소직원들이 케이트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고 혈액대조를 통해 인간을 가려내자고 결론을 내리지만 갑작스런 화재가 나면서 괴물의 남은 시체가 정말 소각됩니다. 케이트에게 덫을 논 것이나 불을 지른 것, 그리고 계속 사람들에게 분열을 일으킨 것을 보면 이 외계괴물이 지능이 대단한 점이라는 게 드러나는 셈입니다. 거기다 헬기 추락으로 죽었을 다른 직원 두 명이 살아 나오고 사람들은 그 추락현장에서 어떻게 살아 나왔느냐며 그들을 의심하여 격리시키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는데요. 케이트는 괴물이 금속을 복제하지 못하므로 치아를 확인하면 된다고 하는데 인조치아가 없는 사람들이나 그것이 원래 치아와 구분이 안 되는 이들은 가장 의심순위가 되어 경계를 받습니다. 

그리고 격리된 두 사람의 확인을 위해 다른 직원 둘이 데리러 간 동안 한명이 또 습격을 받게 되고 한 장소에서 생존자들이 모두 마주칩니다. 나중에 다시 영화를 시청하게 되면서 여기서 습격을 받은 인물은 라스고 외계괴물에게 습격이 아니라 격리된 두 사람이 창고를 빠져나오고 무기를 빼앗은 거라는 걸 알 수 있더군요. 맨 마지막씬에 카터가 '라스는 무사하다'라고 말한 게 그것이었는데요. 나머지 생존자들과 빠져나온 두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심화되면서 결국 총부림이 나는데 그 와중에 불까지 나고 그중 처음 괴물일지도 모를 부류로 분류된 측 한 명이 폭발로 인해 기절합니다. 여기서 다른 인간이 괴물일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할수록 괴물일 확률이 높을 거라는 생각이 맞아떨어져서 진짜 괴물은 격리된 이들이 괴물이라고 주장한 인물이었고 그의 습격으로 순식간에 세 사람이 살해당합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케이트와 카터 두 사람이 남아 화염방사기를 들고 괴물의 흔적을 좇는데 샌더 박사의 비명을 듣고 그가 죽었음을 확인합니다. 그들을 습격했던 괴물을 어찌 쓰러뜨린 뒤 빠져나가던 두 사람은 샌더박사로 위장한 외계괴물이 차로 빠져나가는 것을 쫓다가 외계 구조물에까지 도달합니다. 그들이 그곳을 돌아다니다 갑작스럽게 구조물이 발동이 되고 케이트는 구조물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돼요. 거기서 외계괴물의 습격을 받지만 떨어진 수류탄으로 놈을 처치한 그는 자신을 구하러 온 카터와 빠져나가는데 그의 귀에 달려있던 귀걸이가 사라진 것을 깨닫고는 그에게 화염방사기를 쏘아 불을 붙입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묘하게 불에 타는 그의 시신이 변화하는 것이 없어 정말 카터가 외계인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거기다 샌더박사가 몰고 온 차에 대신 올라탄 케이트의 얼굴을 비추며 크레딧이 나와서 순간 당황했어요. 그래서 영화가 이렇게 끝나는 건가 싶었고 케이트가 마지막에 뭔가를 알아챈 표정을 짓는지라 뭔가 반전이 나오나 했거든요. 제가 순간 뭘 놓친 게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다행히도 영화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크레딧과 겹쳐져서 계속 나오는데 날이 갠 후 생존자들 중 대피한 이가 톱으로 목을 그어 자살한 시신이 보이고 다른 연구원이 헬기를 타고 내려와 그곳에 있던 사람들을 부릅니다. 혼자 살아남은 라스(격리된 창고 안의 두 명에게 습격당한 뒤로 출연이 없다가 마지막에 무사한 걸 확인)가 그에게 총을 겨눈 뒤 입을 열라고 요구하여 인간인 것을 확인한 순간 뒤편에서 가장 먼저 사라졌던 연구시설의 개가 뛰어가는 것을 목격합니다. 그것이 괴물이라는 것을 알아챈 라스는 헬기를 타고 개에게 총을 겨누며 영화가 완전히 끝나는데 이것이 바로 고전 작품의 시작과 이어지는 장면이었지요. 
 
아무래도 고전 영화가 워낙 유명하고 작품성 있어서인지 프리퀄인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현재 찾아본 결과 많이 박한 감이 있지만, 전 상당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보면서 또 하나 느낀 것은 고립된 설원에서 알 수 없는 존재의 습격이라는 소재는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떠올리게도 한다는 점이었는데요. 러브크래프트의 전집에서도 인간들이 남극기지에서 고대의 괴물들을 목격하고 습격받는 이야기가 실려있던 걸로 기억하고 있거든요. 혹시 영화 시리즈가 그런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고립된 곳에서의 인간 불신이란 소재도 장르는 다른 편이지만 영화 『미스트』에서 잘 살린 편이었는데 공포영화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내용 아닐까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인간이 제일 무섭다는 주제는 질리지 않고 반복할 수 있는 내용인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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