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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비소설 기타

『하류사회』 리뷰

by 0I사금 2025.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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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하류사회』는 『하류지향』보다 먼저 읽으려고 했던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찾으러 갔을 당시 『하류지향』이 『하류사회』 옆에 있었고 책을 좀 훑어보니 『하류사회』는 도표가 가득한데 반해 하류지향은 활자로만 되어 있어 왠지 몰입하기엔 『하류지향』 쪽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지금 다 읽어보니 이해하기에는 『하류사회』쪽이 좀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지만요. 『하류지향』이 현재 일본에 늘어나는 하류 세대-젊은 니트족들의 심리구조와 사회적 성향에 대해 분석한 글이라면 『하류사회』는 설문조사와 인터뷰, 칼럼 등을 통해 일본 사람들의 계층의식의 변화와 그에 따른 생활상의 차이 등을 분석한 글에 가깝습니다.
 
그에 따라서 상당수의 도표 자료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데 이 도표를 단박에 이해하긴 어렵더라도 글로써 자세히 설명을 해주고 있어 내용이해가 어렵지 않습니다. 『하류사회』는 시대에 따른 남성/여성의 계층의식의 차이는 물론 계층화에 따른 결혼관, 직업관, 개성관, 취미관, 식생활, 교육, 거주지까지 광범위하게 다루는데요. 어째서 이렇게 계층화가 급격하게 진행되었느냐는 책에서조차 여러 가지 가설로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릴 뿐 확실하게 결정을 짓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계층화/양극화가 진행되는 데에는 상당히 복합적인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함부로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릴 수 없는 현실 때문인 거 같습니다. 하지만 양극화의 조짐이 확실히 눈에 띌 정도로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며, 종종 저자가 다른 『하류지향』과 비슷한 내용이 겹치기도 하는데요.

하류에 속한 계층일수록 노력을 하지 않고 니트로 만족하거나 자기 취미를 충족시키면 좋다는 사고관을 가지며 결혼이나 취업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고요. 이것은 하류일수록 자기 개성을 강조한다고 해석되지만 실상은 하류에 포함되는 세대일수록 노력에 대한 보상이 적어서 혹은 계층의 벽에 갇혀 거기를 벗어나느니 차라리 지금 되는 대로 사는 것에 만족하겠다는 일종의 체념적인 모습으로 보이더군요. 『하류지향』에서도 보면 리스크 사회에서는 리스크가 적은 상류계층일수록 보상이 확실히 돌아오므로 노력과 성실을 다하지만 리스크가 큰 하류계층은 보상도 적고 도전을 한다 해도 리스크가 더 클 가능성이 높으므로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나오는데 그것과 마찬가지로 보이더군요.

거기에다 『하류사회』에서 조사한 계층에 따른 취미나 식생활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의 기술발달이 이런 계층화를 더 부추길 가능성이 높은데, 현재의 인터넷이나 핸드폰과 같이 혼자, 집에서 만족할 수 있는 취미는 하류계층을 사회에서 더 고립화시킬 가능성이 높고 - 왜냐면 다른 취미는 돈이나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경향이 있으므로- 음식을 먹는 것에서부터 하류층은 간단하고 싸지만 몸에는 좋지 않을 게 뻔한 가공식품을 자주 먹는 경향이 있다고요. 거기에다 거주지 문제까지 겹치면 기술의 발달로 교외지역도 어느 정도 시설이 완비된 경향이 있어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진출하거나 더 많이 배우고 보기 위해 밖으로 나설 생각을 하지 않아 결국 같은 계층으로 이뤄진 사회의 울타리 안에 갇혀 우물 안 개구리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겁니다.

특히 책에서 여성의 계층화 현상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해주는 측면이 있는데, 이는 여성이 출산을 담당하기 때문이기도 하며, 이 여성이 얼마만큼 자식교육에 관심을 두느냐에 따라 계층화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기도 한 거 같습니다. 책에 따르면 대개 상류층의 교육 수준이 높고 지성과 미모를 갖춘 여성이 고소득 직업을 얻어 마찬가지로 고소득 상류층 남성과 결혼하는 반면, 하류층의 여성은 그대로 하류에 머무는 것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이라는 거죠. 결국 어머니의 출신이 자식의 계층을 결정짓는 구조로 가게 된다는 겁니다. 이런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해, 저자 역시 국가적으로 가난한 학생들을 지원하고, 그들이 노력할 수 있게끔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대학 등록금을 낮추는 등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일본이 아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네요. 
 
이미 뉴스나 신문에서도 자주 나오지만 학력이 낮고 가난한 집안의 학생들은 애초에 공부를 포기하거나 성적이 출중해도 좋은 대학 가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하니까요. 읽다 보면 참으로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왜냐면 이것은 단순 일본의 세태만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입니다. 거기에다 책에서는 현재의 일본사회가 하류층의 체념화를 더 부추긴다고도 보는 거 같은데, 현재의 사회에서 사람들의 눈을 끄는 큰 이벤트나 사람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행사처럼 소비지향적인 현재의 흐름은 어떻게 처한 현실을 바꾸기보단 그때 그때 되는 데로 즐거운 일을 하면서 살겠다는 풍조에 더 박차를 가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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