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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림축구』 리뷰

by 0I사금 2025.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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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 감독의 영화들 중 TV에서 자주 방영한 덕에 내용을 꿰는 수준이 된 건 바로 『쿵푸허슬』이랑 『소림축구』입니다. 주성치 감독의 『쿵푸허슬』이 『소림축구』보다 후에 나온 것이긴 하지만 먼저 접하게 된 영화가 『쿵푸허슬』이므로 왠지 보면서 『쿵푸허슬』을 많이 떠올렸었는데요. 영화 전반적으로 흐르는 개그코드도 그러하고 만화적인 오버액션도 그렇고 유사한 감이 많아요. 내용은 전반적으로 『쿵푸허슬』이 더 깔끔하게 진행되었던 것 같은데 폭소는 『소림축구』에서 더 많이 했던 것 같네요. 재밌었던 것은 『소림축구』에서 나오는 배우 중에 『쿵푸허슬』에서도 중요한 역할로 나왔던 배우들이 있어서 캐릭터들이 오버랩되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소림축구단의 막내 역할로 나왔던 배우는 『쿵푸허슬』에서 주인공의 약간 어리숙한 친구로 『장강 7호』에선 주인공의 아버지를 챙겨주던 츤데레 십장으로 나왔던 배우고, 골키퍼 역으로 나왔던 배우는 『쿵푸허슬』에서 도끼파의 수장이었고요. 도끼파의 이인자도 여기선 주인공 씽씽의 사형으로 쿵푸로 먹고살기 힘들어서 샐러리맨 노릇을 하던 역으로 나오더군요. 게다가 이 배우는 골키퍼가 부상으로 퇴장하고 대신 그 역할을 맡으면서 마지막에 감동적이어야 할 텐데 웃긴 장면까지 연출해 주십니다. 근데 이 장면은 나중에 나온 NG장면이 더 웃기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보면서 가장 웃겼던 장면은 주인공 씽씽과 히로인 아매의 첫만남에서, 씽씽이 노래를 부르고 씽씽의 노래에 감명받았다는 작곡가 지망생이었다는 청년이 나와 같이 노래를 부르고 또 그것을 듣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자기 꿈을 떠올리면서 군무를 추던 장면이었습니다. 여기서 노래를 부르던 청년 역시 영화 『쿵푸허슬』에서 돼지촌의 청년으로 개그성 짙은 역할로 출연했다는 걸 알아봐서 한참 웃었습니다. 성장영화라고 봐야 할지 코미디영화라고 봐야 할지 좀 미묘하지만 주인공들의 로맨스 라인도 빠지지 않습니다. 

씽씽과 아매와의 사랑 노선은 『쿵푸허슬』의 연장선 같다는 느낌인데, 정확하겐 『소림축구』의 연장선이 『쿵푸허슬』이라고 봐야겠지요? 다만 조금 역할이 바뀌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쿵푸허슬』에선 어설픈 양아치가 되어 앞날이 답이 없었던 것이 주인공이고 그의 정신줄을 잡아주는 것이 히로인의 역할이었다면, 『소림축구』에선 반대로 태극권이라는 무술을 쓸 줄 알면서도 만두집에서 구박받으며 자신감 없이 살아가는 게 히로인인 아매였고,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주인공인 씽씽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씽씽이 하는 행동을 다르게 보면 좀 서운한 게 사랑이 아니라 좋은 친구라니...

영화의 마지막씬은 영화의 앞장면을 바꾸어놓은 장면인데 주인공 씽씽의 바람대로 쿵푸가 일상화되어 평범한 사람들이 경공술을 쓰거나 하는 장면은 볼 때마다 폭소하게 됩니다. 이런 만화 같은 장면을 어색하지 않게 코미디로 승화한 감독의 역량이 놀랍다고 할까요. 개인적으로 기억나던 장면은 아매가 상심하여 만두집 알바를 그만두고 그를 찾아온 씽에게 만두집 주인이 자살한 거라고 악담을 하자, 주인공은 아매가 구박을 많이 받아서 그런 거라고 그 대신 피의 복수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장면이었어요.


영화가 영화라서 그런지 작중 정상적인 캐릭터가 별로 안 나오는 듯. 주인공들은 일단 그렇다 쳐도 동네 축구팀 선수가 공구를 가지고 반칙을 한다거나 상대하게 되는 팀들 중엔 수염 난 여자 축구선수들이 있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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