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세계사』는 흥미롭게 보는 프로그램이지만, 요새는 사정이 있어 본방은 사수하지 못하고 나중에 재방송을 통해 틈틈이 감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개인적인 사정 말고도, 사회적으로도 떠들썩한 일들이 많아 그것에 정신이 팔리고 긴장이 되는 부분이 많아져 TV 자체를 자주 보지 못한 편이었는데요. 막상 원하는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잘 몰입이 되지 않아 블로그에 리뷰를 쓰는데도 의욕이 나지 않았던 경향이 심했던 것 같고요. 그래도 이번 주에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왔을 뿐만 아니라 심적으로 안정이 되어서 그런지 다시 즐겁게 TV를 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마음이 좀 편안해진 후 그동안 못 본 것들을 챙겨 볼 생각으로 TV를 켰다가 오늘 편성표에 『벌거벗은 세계사』 197화의 재방송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적당한 시간에 TV 앞을 사수하게 되었는데요.
이번 『벌거벗은 세계사』197화에서 다루는 내용은 멕시코의 역사로, 멕시코가 미국에게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를 빼앗긴 과거를 다루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며칠 전 다른 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현 미국의 외교 정책과 관련지어 과거 미국이 다른 나라들로부터 영토를 사 들인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었는데 아마 그 방송에서 예시로 언급된 건 러시아로부터 사들인 알래스카의 가치와 나폴레옹 정권 하의 프랑스 정부로부터 루이지애나 주를 사들인 이야기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이번 『벌거벗은 세계사』 197화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하려는가 싶었지만 실상 이번 회차에서 다루는 내용은 멕시코와 미국 사이에서 일어난 전쟁사였으며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이미지로만 파악하고 있던 멕시코의 역사를 일부나마 좀 더 상세하게 접근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참고로 이번에 강연을 담당한 교수님 정보는 위와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197화 게스트는 다음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각각 멕시코 출신과 미국 텍사스 출신의 인물들이 초빙되었습니다.
https://m.news.nate.com/view/20250401n39934?mid=e02&list=recent&cpcd=
'벌거벗은 세계사' 멕시코, 美에 텍사스·캘리포니아 뺏긴 이유는? : 네이트 연예
한눈에 보는 오늘 : 방송/가요 - 뉴스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멕시코가 금싸라기 땅인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를 미국에 빼앗긴 사연을 알아본다. 1일 방송되는 tvN '벌거벗은 세계사' 197회에서
m.news.nate.com
그리고 보통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다루는 주제가 개인이나 특정 사물과 관련된 것이 아닌 국가와 관련된 것일 경우 저도 모르게 강연에 몰입하여 그 나라 사람 1인이 되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 회차에서는 저도 모르게 멕시코의 사람이 되어 영토를 잃는 기분을 간접 경험하게 되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이번 회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라면 이민 정책은 양날의 칼과 같은 것이라 나라의 기반이 불안정하거나 미약한 경우 그것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인데 멕시코가 본래 자신들의 땅이었던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를 잃어버리게 된 경우도 미국 이주민을 대거 받아들인 이민 정책이 대대적으로 실패한 탓에 가깝습니다. 설명에 의하면 텍사스에서는 미국 석유 생산량의 40퍼센트를 차지하는 석유가 자리잡고 있고 캘리포니아는 금광이 발견되어 골드러시 붐으로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는 등 부연 사실 때문에 멕시코 입장에서 저런 땅을 놓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당시 멕시코가 나중에 반란을 일으키는 미국인들의 이민을 적극 받아들이는 정책을 펼친 이면에는 텍사스 지역에 원래 거주하던 원주민인 코만치족과의 분쟁이 심했기 때문이며 그들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는데요. 이는 멕시코 내부에서도 원주민들과 갈등이 심했음을 암시하며 이후 미국과의 영토 분쟁 이후 원주민들의 행방이 어떻게 되었는지 설명되지 않아 약간의 궁금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강연에 따르면 텍사스와 캘리포니아가 멕시코에 속해 있었을 당시 두 영토는 전부 멕시코의 수도와 거리가 먼 변방에 척박한 땅이라 개발이 덜 된 곳이었다고 하던데 이후 천연자원이 발견되어 미국의 경제 중심지로 발전하게 된 것을 생각한다면 땅의 가치는 당시 기준으로는 전혀 판단하기 어렵다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강연에서 언급되는 멕시코 지도자의 무능과 그를 계속 지도자로 선출한 국민들의 오판 역시 영토 상실에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걸 파악할 수 있었고요.
물론 멕시코는 300년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였다가 11년이나 걸린 독립 전쟁 끝에 사회와 경제가 피폐해졌다는 설명이 나와 그 때문에 신흥강국이었던 미국의 팽창 정책, '명백한 운명'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서부 개척을 위시한 침공을 막아내기 어려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판단과 역량으로 당시 멕시코의 대통령이었고 인기가 많아 11번이나 연임했던 산타 안나는 어떻게 지도자로 여러 번 선출된 건지 의문이 들었을 정도. 물론 당시 멕시코의 땅이었던 텍사스로 이주해 왔으면서 독립을 요구하며 전쟁을 일으킨 미국인 이주민들의 행태도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이없게 전쟁에서 포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텍사스의 독립을 인정하는 비밀 조약까지 맺어버리고 나중에는 수도에서 일어난 반란을 진압한다면서 미국과의 전쟁을 방관하거나 국가 재정을 충당한답시고 미국에 영토 일부를 돈을 주고 넘긴 그의 판단에는 MC들도 한탄했을 정도였는데요.
텍사스의 독립을 인정한다는 비밀 조약은 텍사스 반란군을 은밀하게 지원했던 미국에 의해 세간에 알려져서 결국 산타 안나가 자국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더 황당했던 건 망명까지 시도했던 산타 안나가 기어이 멕시코 정계에 복귀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텍사스의 독립에 영향을 받아 다음으로 미국 이주민이 많던 캘리포니아마저 독립을 선포하고 미군이 멕시코의 수도까지 밀고 들어왔을 정도로 풍전등화의 상황이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성 싶지만요. 그래도 보면서 저 정도로 당시에는 멕시코에 적당한 다른 지도자가 없었나 싶기도 하더라고요. 결국 산타 안나는 미국에 영토를 넘긴 것 때문에 오명만 남기고 그 자리에서 영영 퇴출되긴 합니다만... 방송의 마지막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밀입국자를 막는 장벽이 세워지고 미국이 쓰레기 처리를 멕시코에 떠넘기는 행태 등 두 나라 사이에 분쟁과 갈등의 씨앗이 이어지고 있음을 지적하며 강연은 끝을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