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사정이 있어 『벌거벗은 세계사』의 본방을 사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요즘 재방송은 편성표를 보면서 시간을 맞춘 게 아님에도 우연히 타이밍을 잘 맞추게 되었는데 근래 방송한 회차 말고도 예전에 방송한 회차를 볼 수 있는 기회도 늘었습니다. 이번에 보게 된 『벌거벗은 세계사』 109화는 한번 본 적은 있었지만 처음부터가 아닌 중간부터 봤기 때문에 내용을 전부 파악할 수 없어 리뷰를 쓰기에는 부족했던 좀 아쉬운 회차였는데 마침 TV를 켜니 109화가 막 방영 직전이었고, 그 덕택에 처음부터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109화는 2023년 7월 25일이 방영한 회차이니 좀 오래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재해는 그 규모나 인류사에 끼친 영향 때문에 눈길을 끌 수밖에 없는 내용이긴 했습니다. 특히 현재 시점에서 좀 지난 일이긴 하지만 백두산 폭발 관련으로 괴담이나 루머가 생산되어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자아냈던 것도 사실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자연은 예측이 어렵기도 하며 올해가 2025년도이니 백두산이 100년 주기로 분화하며 올해 2025년도에 폭발한다는 괴담대로 될지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109화의 강연대로라면 괴담 자체는 신빙성이 있기보단 흥미 위주로 짜깁기 되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다만 관련 학계에서도 백두산의 분화와 그 위력에 대해 주시하는 것은 사실이며 실제 역사적인 기록을 바탕으로 화산의 위력을 추측하고, 과거 인류사에 큰 영향을 끼친 화산 폭발에 대해 살펴보기도 하며 현대에 폭발한 화산의 위력과 그 후유증에 대해서도 자세히 살펴보기도 하는데요. 여기서 알게 된 점으로는 과거 화산을 분류할 때 '휴화산'이라는 개념은 휴화산으로 분류되었던 화산들의 갑작스러운 분화로 사라졌으며, 현재는 화산을 활화산과 사화산 두 종류로만 분류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에 강연을 맡은 교수님 정보입니다. 109화 관련 게스트는 다음의 기사를 통해 참고할 수 있는데, 조금 놀란 것은 평온한 기후와 역사적인 관광지로 유명한 이탈리아도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활화산이 존재하는 지역이라는 점이었습니다.
https://news.nate.com/view/20230725n31578
2025년 백두산 폭발 괴담 파헤친다…'벌거벗은 세계사' : 네이트 연예
한눈에 보는 오늘 : 방송/가요 - 뉴스 : [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케이블채널 tvN ‘벌거벗은 세계사’ 109회에서는 세계사를 뒤흔든 역대급 화산 폭발과 백두산 괴담의 진실을 낱낱이 파헤쳐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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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예전에 넷플릭스를 통해서 본 자연 다큐 『성난 지구』에서도 베수비오 화산과 화산 폭발로 가라앉은 도시 폼페이에 대한 언급이 나왔던 게 기억나더라고요. 이번 109화 강연에서도 백두산 폭발 괴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록으로 유명한 폼페이 화산 폭발에 관해 자세하게 다룬 편이었습니다. 물론 활화산이 압도적으로 많은 곳은 일본으로 현재 일본에 존재하는 활화산의 숫자는 100여 개가 넘는다는 설명이 있을 정도. 강연에 따르면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위험한 화산들은 '불의 고리'라고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몰려있다는 언급이 나오더라고요. 또한 화산 폭발과 지진의 원리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데 지진이 일어나는 원인은 지구 표면을 덮고 있는 판이 움직이면서 일어나는 작용이라는 것은 학창 시절에 간단히 배우는 바이지만, 화산 폭발의 원리에 대해서는 좀 희미한 편이었는데요.

강연에 따르면 화산 폭발은 판과 판이 마찰하면서 밀도가 높은 해양판이 아래로 내려가고 그때 마찰이 일어나 녹은 암석이 마그마화 되어 밖으로 분출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 등장합니다. 흔히 화산 폭발하면 끓어오르며 주변 모든 것을 불태우는 용암이 두려움의 상징처럼 떠오르며 추억의 영화인 『볼케이노』에서도 이 용암이 도시를 덮치는 장면이 많이 묘사되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 이것은 영화적인 허용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화산이 폭발할 경우 가장 먼저 사람을 덮치는 건 화쇄류로 이것이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이 강연에서 여러 번 강조됩니다. 화쇄류란 화산가스와 화산재, 연기, 암석등이 뒤섞인 것으로 이것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주변을 초토화시키는데 첫 번째로 설명되는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멸망한 로마의 폼페이 역시 3미터가 넘는 화산재에 뒤덮여 도시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언급돼요. 화산재가 쌓이는 속도가 엄청날 뿐만 아니라 그 온도가 300도가 되기 때문에 당시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이 어떤 공포와 고통 속에서 죽어갔을지는 상상이 안 될 정도.

영상으로도 여러번 묘사된 적이 있는 폼페이의 멸망은 기록도 기록일 뿐만 아니라, 유적으로 발굴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데 특히 끔찍했던 것은 화산재가 삽시간에 쌓이고 그것에 덮인 사람들의 시체가 순식간에 불타 없어지면서 마치 틀처럼 사람이 죽은 형태가 그대로 남았다는 사실입니다. 폼페이 유적 발굴 당시 사람들이 빈 공간으로 이어지는 의문의 구멍을 발견하고 거기에 석고를 붓자 그것이 사람의 형태로 굳어졌고 그 빈 공간이 사람의 시체가 있던 공간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는데,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길렀던 반려동물이나 가축들도 화산재에 갇혀 죽음을 피하지 못하는 등 당시 화산 폭발이 엄청난 재앙이었음을 시사해 줍니다. 강연 중간에 화산 폭발의 위력이 원자폭탄의 16만 배라는 언급이 등장하는 등 그 위력에 대해 실감할 수 있는 자료들이 등장하는데 놀랍게도 폼페이의 화산 폭발은 화산폭발지수의 중간인 5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그보다 더 한 화산폭발이 남아있었다는 게 반전.
화산폭발지수는 0단계에서 8단계까지 총 아홉단계로 분류한다고 하는데, 한 단계마다 10배의 차이가 나며 이후 등장하는 화산은 그 규모와 피해가 폼페이를 뛰어넘는 더 무서운 설명이 등장합니다. 심지어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 폭발은 1990년대에 일어난 엄청난 규모의 화산 폭발이라 그 참상이 그대로 영상으로 남아있으며, 화새류의 위험성과 화산재로 인한 피해 등 이후의 후유증을 고스란히 전하는데요. 외에도 2022년 여의도 면적의 4배가 사라졌다는 통가 화산 폭발이라던가, 85년도에 일어났던 콜롬비아의 네바도 델 루이스 화산 폭발 등 현대에도 무시무시한 규모의 화산 폭발이 계속 있어왔음을 알려줍니다. 특히 화산이 폭발할 경우 생겨난 위험으로 화산재와 물이 섞여 시멘트 반죽처럼 굳어지는 라하르라는 물질에 대한 설명도 등장하는데 이 라하르 또한 엄청난 속도로 주변을 덮치며 콜롬비아 화산 폭발 당시 이로 인해 사람들이 생매장당하거나 어린 소녀가 라하르에 며칠 동안 갇혀 결국 구조받지 못한 채 사망한 안타까운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특히 1816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로 인한 전지구적으로 닥친 후유증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되는데요. 화산이 폭발할 경우 이로 인한 인명피해도 피해지만 이후 화산재로 인해 식물이 자라지 못해 주변 농업에 지대하게 악영을 주는 것도 큰 문제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화산재는 주변의 토양을 망가뜨리지만, 탐보라 화산 폭발 당시 나온 이산화황이 포함된 화산가스가 성층운에 도달하며 생긴 구름이 태양열을 차단하는 바람에 전 세계적으로 기온이 5도씩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전반적인 추위와 흉작으로 인한 피해가 언급되더라고요. 강연에 따르면 화산 폭발이 있던 다음 해 유럽은 '여름이 없는 해'라는 묘사가 나올 정도였으며 이 피해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던지라 조선 순조 당시 흉작으로 인한 사망과 인구 이탈로 인한 사회 붕괴 현상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또 말의 먹이가 되는 귀리 농사의 실패로 말들이 굶어 죽거나 먹이로 도축되면서 교통수단이 줄어들고 유럽에선 말 대신 쓸 수 있는 도구로써 자전거의 전신인 '드라이지네'가 발명되었다거나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영향을 주는 등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다는 사실이 등장해요.

좀 무서운 건 과거 우리나라의 백두산 폭발이 과거의 탐보라 화산과 비슷한 규모의 폭발이었으며 이 화산 폭발에 관련된 기록이 946년도 고려의 기록과 일본의 기록에 언급된다는 점입니다. 인용된 기록 자체는 짧기 때문에 화산 폭발이 민간에 얼마만한 영향을 주었는지는 추측할 수밖에 없지만 만약 백두산이 폭발한 경우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주변국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 하지만 백 년 주기로 백두산이 폭발한다는 가설이나 북한의 핵실험이 화산 폭발에 영향을 준다는 소문의 신빙성에 대해 좀 더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측면이 보입니다. 일단 지진 전조 증상은 2000년대 초에 늘었다가 줄어드는 등 그것이 화산 폭발의 징후라고 연결 짓기에는 아직 모호한 측면이 있으며 북한의 핵실험 장소인 풍계리와 백두산과 거리가 있고, 폭발에 영향을 주려면 진도 7 이상의 지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그 정도의 지진을 만들어내기에는 어렵다는 결론이었어요.
하지만 백두산 폭발 괴담을 또 마냥 괴담으로 치부하기에는 그런 것이, 과거의 기록이나 백두산의 칼데라(천지호)를 분석했을 때 폭발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백두산 아래에는 네 개의 커다란 마그마 방이 있고 천지호에 온도가 7도인 20억 톤의 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만약 화산이 폭발할 경우 끓는 기름에 찬물을 부었을 때처럼 폭발하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언급되는데 이때 생겨날 수 있는 위험으로 용암이 순식간에 굳으면서 터져나오는 '화산탄'이며 이 화산탄의 위력에 대해서 다른 지역의 화산 폭발 영상으로 전달해주기까지 해요. 현재로서는 백두산과 관련된 어떤 소식을 접한 적이 없어 안전한 게 아닐까 싶지만 원래 자연이란 게 예측불가능한 법이니... 이건 정말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 백두산 화산 폭발의 위력을 아득히 뛰어넘을 수 있는 존재로 미국의 옐로 스톤이 언급되며 만약 옐로 스톤이 폭발한다면 미국이 초토화되는 건 물론 지구 전체의 온도가 12도나 내려가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건 거의 지구 멸망급이라도 해도 좋을 일이라 정말 그럴 일이 없기를 하늘에 비는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