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세계사』는 최근 흥미롭게 보는 프로그램으로 사정이 있어 항상 본방을 사수하기는 어렵지만, 재방송은 되도록이면 볼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195화는 역시 본방을 보기는 어려웠지만 재방송을 일찍 해 준 덕택에 오늘 감상할 수 있었는데요. 195화의 주제는 다름 아닌 '곤충' 이야기로, 역사 속에 영향을 끼치고 현재에도 인간들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곤충들의 생태와 습격이라고 할만한 사건에 대해 다루는 것 같아 곤충을 좋아하는 편은 아님에도 흥미가 생겼습니다. 정확한 용어나 명칭은 모르겠지만 꼭 사람이나 국가, 큰 집단과 관련된 사건이 아니라 다루는 주제가 자연이나 동물, 혹은 사물의 역사가 중심이 되어도 상당히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결과적으로 이런 사람 중심인 아닌 테마도 역사적인 사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으며 우리가 알법한 사건들이 저런 테마와 엮여 등장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만...
일단 프로그램 초반에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곤충의 분류에 대해 먼저 짚고 나가는데, 어린 시절 생물시간이라면 배웠을 법한 곤충을 구분 짓는 특징으로 몸이 머리-가슴-배로 이루어져 있고 다리가 여섯이라는 것이 언급되며 흔히 우리가 곤충으로 오인할만한 거미와 같은 경우는 다리가 여덟 개이기 때문에 곤충이 아닌 절지류로 분류된다는 설명이 등장합니다. 여기다 더해 곤충의 특징으로 두 쌍의 날개가 있다는 점이 언급되는데 곤충에 속하는 개미 같은 경우는 아직 날개가 있는 종류(여왕개미, 수개미)가 있고 흔히 보이는 일개미는 날개가 있었으나 현재는 퇴화한 것이라는 설명이 나오고요. 그리고 혼동할 수 있는 벌레라는 개념은 곤충보다 더 위에 있고 광범위하여 곤충의 카테고리가 그 안에 들어가 있다고 언급됩니다. 즉 벌레라는 카테고리 안에는 곤충은 물론 거미와 같은 절지류도 포함된다는 사실이에요.
참고로 이번 강연을 담당한 교수님 정보입니다. 참고로 이번 195화 게스트는 다음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news.nate.com/view/20250318n27724?mid=e1200
카이스트 출신 윤소희 또…이번엔 곤충 편서 활약 (벌거벗은 세계사) : 네이트 연예
한눈에 보는 오늘 : 방송/가요 - 뉴스 : [동아닷컴] 18일 방송되는 tvN ‘벌거벗은 세계사’ 195회에서 인간을 향한 곤충들의 잦은 습격과 이유를 알아본다. 제작진에 따르면 삼육대 스미스학부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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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연 중반에 인상적인 점이라면, 미래의 식량으로 곤충이 각광받으면서 곤충을 이용한 음식이 실제로 등장하여 MC와 게스트들이 직접 시식하는 장면이 나왔다는 점인데요. MC들의 성향에 따라 곤충을 질색팔색하거나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차이점도 재미있었지만, 곤충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접하면서 처음엔 거부하다가 나중에 먹는 걸 시도하고 맛있다는 평가를 내리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저런 음식은 우리나라에도 번데기 같은 것이 존재하긴 합니다만 호불호가 특히 갈리는 것이긴 한데, 정작 먹어보고 맛있다거나 새우와 비슷한 맛이 난다거나 하는 평가를 내리는 걸 보면 외양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거나 어떻게 손을 본다면 대중적인 식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특히 일본 지역 특유의 방식으로 자자무시라는 벌레를 이용한 요리는 공통적으로 맛있다고 평가를 내리는 게 놀라웠다고 할까요?
강연에 따르면 곤충의 등장은 현재 가장 오래된 화석인 스코틀랜드에서 발견된 4억년 전 화석으로 확인할 수 있고, 여기서 지구의 역사를 24시간으로 비유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곤충은 인류보다 훨씬 오래전에 지구에 출현했으며 지구의 역사를 24시간으로 볼 경우 곤충은 밤 9시를 넘어 출현했고, 인류는 밤 11시 50분을 넘어 출현했다고 하는 등 종의 입장에서 보면 곤충은 인류의 까마득한 선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거기에다 이어지는 설명에 의하면 곤충은 남극의 추위나 사막의 더위, 방사능과 같은 극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정도로 생존력이 아주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고 하던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인류가 핵으로 멸망해도 바퀴벌레는 살아남을 거라는 인터넷상에서 접한 이야기가 떠오르는 구석이 있더라고요.
또한 이번 강연의 주제가 인간의 삶을 뒤흔든 곤충의 습격을 다루고 있지만, 고대 이집트에선 소똥구리가 만든 소똥이 태양을 연상케하여 태양의 신으로 받들여졌다거나 고대 그리스에서 나비가 영혼의 상징(프시케 신화)으로 여겨졌다고 하는 등 신으로 받들어진 곤충의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왜인지 나비를 사람의 영혼과 관련짓는 건 현대 괴담에서도 본 적이 있는지라 나비에 대한 관념은 시대를 막론하고 비슷한 게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또 곤충도 좀 인간 기준으로 외모지상주의적인 측면이 있는 게 보통은 징그럽고 거부감이 드는 종들이 많은 반면, 나비 같은 경우는 그 예쁜 생김새 때문에 고대인들이 영혼의 상징으로 받아들인 게 이해가 갔을 정도. 또한 호박벌 같은 종류도 그 생김새는 귀엽고 작중 반려동물처럼 공놀이를 하는 모습이 깜찍했으며 위장형 곤충 중 난초로 위장하여 먹이를 유인하는 난초사마귀나 팝콘을 연상하게 만드는 신기한 곤충도 등장하더라고요. 곤충의 세계도 다양하고 그 모양새도 무궁무진하다고 해야 할까...
강연에 의하면 곤충학의 시초를 세운 이는 다름아닌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라는 놀라운 설명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 시절에는 현미경과 같은 정교한 도구가 없었기 때문에 곤충의 실체를 조사하는 방법에 한계가 있어 곤충의 발생과 생태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으며, 곤충학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가 시작된 건 현미경이 발명된 17세기부터였다고 합니다. 네덜란드 학자인 얀 스바메르담의 현미경을 이용한 곤충 연구를 필두로, 이후 생물학자인 린네가 각종 동식물의 분류체계를 정립하고 곤충에 대한 분류를 자세하게 만들어놓으면서 곤충학이 좀 더 발달하기 시작했다고요. 이후 곤충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인물로 그 유명한 『파브르 곤충기』의 저자인 장 앙리 파브르가 등장하는데요. 강연에서 설명되는 파브르의 곤충 관찰기는 그야말로 한 분야를 사랑하고 깊이 파고든 어떤 의미로 곤충 오타쿠의 정점이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파브르의 특징적인 점이라면, 당시 곤충학자들이 죽은 곤충의 표본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했던 것과 달리 그는 살아있는 상태의 곤충, 자연 속에서 움직이는 곤충의 생태를 직접 눈으로 관찰하고 기록을 했으며 자신의 책 서문에도 그런 뜻을 표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파브르 곤충기』는 그야말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곤충의 사회와 시스템을 연구하고 기록한 것으로 그 연구 기간이 30년, 그야말로 긴 시간이 되었다는 설명은 덤. 당시 주변인들로부터 괴짜나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을 법한 일화들이 일부 언급되기도 하는데요. 어쨌든 이런 행보도 곤충과 곤충 연구를 진정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쨌든 파브르가 완성한 『파브르 곤충기』는 곤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그의 저서는 동물 행동학에도 큰 영양을 끼쳤다는 후일담이 언급되는데, 현재에도 『파브르 곤충기』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정도고 한 분야에 대한 저자의 열정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사례였습니다.
강연에선 곤충들이 생태계의 시스템을 돌아가게 만드는 중요한 존재임을 어필하고, 그 신기한 생태와 외양에 대해서 영상으로 직접 보여주면서도 이 곤충들이 인간들에게 어마어마한 해악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그건 바로 해충(害蟲)의 등장으로, 『벌거벗은 세계사』에선 해충을 크게 농사를 망치는 농업 해충, 산림을 망가뜨리는 산림 해충, 인간에게 질병을 옮기는 위생 해충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그리고 인간에게 가장 큰 해를 끼치는 대표적인 곤충들을 메뚜기, 개미, 모기 세 종류를 꼽는데요. 여기서 메뚜기 떼는 하루에 3만 5천 명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먹어치우는 식탐을 가졌다고 하며 아프리카 케냐 일대에서 발생하여 어마어마한 작물 피해를 낸 메뚜기 떼가 아프리카 대륙을 지나 남아시아를 거쳐 중국까지 퍼져나간 사례가 등장합니다. 또한 한때 인터넷 뉴스로 접한 중국 정부가 메뚜기 떼를 막기 위해 메뚜기의 천적인 오리들을 모아 오리군단을 국경에 배치시켰다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요.
여기서 해충의 잦은 발생은 메뚜기 떼에 그치는 것만이 아니라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러브버그라던가 대벌레나 하루살이의 대량 발생 등 예외는 아니라는 사실을 영상으로 직접 보여줍니다. 이 장면은 곤충들이 우글우글 모여있는 예시가 많기 때문에 보면서 약간 소름이 끼쳤는데 이런 해충의 대량 발생은 현재의 이상기온 현상, 즉 기후변화와 큰 관련이 있고 아프리카의 메뚜기 떼 다량 발생은 지난 『벌거벗은 세계사』 75화 기후 변화를 다루는 회차에서도 사례로써 등장했던 기억이 나더라고요. 또한 최근 사람들의 잦은 교류와 여행으로 유입된 개미로 인한 피해 역시 인간의 인위적인 행동이 문제라고 할 수 있었는데요. 목조건물을 갉아먹는 흰개미로 인한 피해 사례나 미국 나사(NASA)의 전자제품을 갉아먹어 피해를 유발한 미국의 라즈베리 미친 개미 등 최악의 외래종이라는 호칭이 무리가 아니다 싶은 사례도 등장합니다.
그리고 특히 위험한 해충은 방송에서도 MC와 게스트들이 바로 추측해 낸 모기로써, 모기로 인한 전염병 피해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준. 그야말로 역사상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인 곤충이라는 별명이 맞다고 해야 하나 저 작고 하찮은데다 여름만 되면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인간의 목숨을 가장 위협한다는 데서 아이러니 같다고 할까요? 모기가 옮기는 치사율이 높고 위험한 전염병 중 치명적인 것이 바로 말라리아로 말라리아로 피해를 입은 국가가 87개 국이 되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라는 무서운 현실이 언급됩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건 이런 해충 피해를 구체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현재의 이상 기온 현상이 해충의 발생을 더 빈번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었어요. 특히 마지막에 생태계에서 중요학 역할을 하는 꿀벌의 멸종 위기처럼 결국 이런 해충 발생 사태도 자연을 무분별하게 훼손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행보가 원인임을 지적하면서 이번 강연은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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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강연에서 곤충의 변태를 현재는 탈바꿈이라는 용어로 순화해서 부르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애벌레와 성충의 차이가 큰 변태(예 : 나비)를 완전탈바꿈, 차이가 없는 걸 불완전탈바꿈이라고 칭하며 곤충들 중 완전탈바꿈을 하는 종류는 애벌레와 성충이 서로 먹이와 서식지가 겹쳐 경쟁 구도가 생기는 걸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애벌레와 성충이 아예 다른 모습으로 완전탈바꿈을 하도록 진화했다는 부연 설명이 있었습니다. 신기한 진화 방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