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모범형사』 마지막 화 리뷰입니다. 실망스러운 전개를 보이긴 했어도 그래도 괜찮은 결말이 나올 거라 믿으며 꾸역꾸역 달려왔는데 이번 주 방영분은 그야말로 실망만 안겨주었네요. 결말만 따지고 보면 용두사미에 어이없는 수습을 보여줬던 타사 드라마인 『보이스 3』랑 맞먹는 수준의 결말. 심지어 죽지 말아야 할 대상을 어이없어 죽여서 봉합하듯 결말을 냈다는 것도 비슷해요. 『보이스 3』는 본 지 좀 되어서 그때의 짜증이 어느 정도 희석된 감이 있었는데 『모범형사』는 결말 부분에 와서는 굳이 참으면서 볼 필요가 없었다는 확신만.
이 드라마에서 가장 까여야 할 부분은 전개에서 주인공들이 구해내야 할 대상인 이대철을 중간에 죽이는 쓸데없는 무리수와 메인 사건과 별 관계없는 강도창 여동생 이야기를 굳이 집어넣어 비중을 차지한 거였어요. 강도창 여동생 이야기는 진심 시간 잡아먹기나 다를 바 없었고요. 또 다른 빌런인 오종태를 뭔가 활약도 없이 어이없이 급하게 처리해 버린 것도 문제였어요. 특히 드라마를 보면서 제일 거슬렸던 부분은 빌런인 유정석 부장을 막판에 엄청 미화한 것과 여주인공인 진서경 기자가 이기적이고 납득이 안 가는 행동을 하는 거였고요.
이 드라마는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급작스럽게 변화하고 그 여지를 안 보여주기 때문에 심리를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제작진이 유정석 캐릭터를 엄청 편애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유정석이 누나의 원한을 갚으려고 조성기를 죽인 건 이해가 가도 그 후에 행동, 장진수 형사를 돌로 내리친 것과 이대철에게 자기 죄를 덮어씌우고 그것이 드러나지 않게 사형을 당하게끔 부추겨놓은 것은 어떻게 봐도 실드의 여지가 없거든요. 그리고 유정석은 이대철이 복역하고 사형당할 때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 없던 인간이고 오히려 이대철의 사형을 앞당기도록 술수를 쓴 인간이었어요.
암만 봐도 유정석이 오종태한테 협박을 받자마자 태도가 돌변하여 정의로운 척하면서 오종태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려고 자살하는 건 자신이 궁지에 몰리니까 자살로 도피하되, 눈엣가시였던 오종태에게만 보복하려 한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던 걸 무슨 사회정의 실현이라도 한 것처럼 드라마에서 포장을 하는 게 어이없었습니다. 누가 보면 유정석이 『비밀의 숲』에서 정경유착과 검찰의 묵은 비리를 밝히고 나름 자기 신념 지키려고 한 특정 인물 같은 캐릭터인 줄 알겠더라고요. 그 드라마에서도 빌런들이 사연은 있었지만 누구도 미화질은 하지 않았다는 게 특징인데 말이죠.
『비밀의 숲』에서 주인공 황시목은 특정 인물을 보면서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이라고 딱 잘라 평가했음에도 오히려 성문일보한테 미화질 한다고 2시즌에서 기사로 두드려 맞고 있는 중이에요. 그 특정 인물 때문에 희생당한 인간들이 버젓이 존재한 것이 팩트고 나중에 게이트가 터져도 검찰의 현실은 변한 게 없는 게 묘사되고 있는 중이고요. 하지만 그 인물의 판 아래 살인을 저지른 다른 캐릭터 경우는 살아서 법의 처분을 받고, 유족 앞에서 진심으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거기다 드라마 속 두 남녀 주인공은 사건의 판을 짠 진범들 중 누구에게도 동정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그들의 행위를 비판했거든요.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유정석은 살인에 상해에 다른 사람에게 누명 씌우고 나중에 그것 때문에 협박 받아 자살한 놈인데도 죽고 나자 주변 인간들이 마치 굉장히 불쌍하다는 듯 포장하고 자빠졌어요. 심지어 중요한 증거를 손에 쥐고 있으면서 이대철 사형 때에는 침묵했던 진서경은 유정석이 자살하자 그가 억울하게 죽은 것 마냥 분노하는 것이 진심 어이없었고요.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기자들 하나같이 오락가락에 이기적인 인간들이 따로 없는 수준. 강도창이 16화 초반 유정석이 한 짓을 이야기하면서 평가한 것이 정확했다고 밖에요.
※
그나마 이 드라마에서 고평가해야 할 부분은 좋은 배우들이 많았다는 것.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널을 뛰는 마당에 배우들은 나쁘지 않았어요. 하지만 최애였던 박건호는 회상신으로도 얼굴이 비치지 않았다는 게 함정. 그리고 엔딩 OST 하나는 진심 좋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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