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3화 리뷰입니다. 최근 방영하는 드라마들 중 가장 흥미로운 드라마이긴 합니다만 현재 여건 상 본방을 사수하기는 애매하여 되도록 재방송을 통해 감상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 드라마는 천국을 배경으로 망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힐링과 감동 그리고 코미디 사이를 오가며 보는 사람을 웃기다가도 금세 사람의 눈물을 쏙 빼는 것 같네요. 특히 이번 3화에서 웃겼던 장면은 삼도천을 건너는 기차에서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고 이탈한 '이탈자'를 찾는 유기견 트리오들이나, 새로 등장한 인물인 천국의 목사(배우 류덕환 분)와 이해숙이 서로 태클을 걸면서 티격태격하는 장면이었다는 생각. 그리고 보는 사람의 눈시울을 적셨던 장면은 단연 이해숙이 천국의 과거역을 찾아가 어머니와 재회하고 그가 어릴 적에 자신을 떠나간 사연을 듣는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천국 배경의 힐링 드라마라고 해서 갈등 상황이 없는 것은 아닌데 일단 지난 2화 말미에 등장한 솜이(배우 한지민 분)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지 천국관리자들이 찾으려고 애를 쓰는 이탈자는 확실해 보이는데, 기억이 없다는 데서 의문만을 자아내고 현재 부부인 고낙준과 이해숙의 분위기를 엉클어버리는데 한몫을 하고 있어 답답함을 유발하고 있어요.
어떤 의미에서 힐링 드라마였던 『천국보다 아름다운』의 분위기가 솜이의 등장으로 치정 드라마가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한데, 문제는 이해숙의 입장에선 솜이와 남편인 고낙준의 관계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게 연출되어 있어요. 심지어 구도 자체가 제삼자가 보기엔 이미 늙어버린 아내를 두고 젊고 예쁜 여자에게 눈이 돌아갔다고 해도 의심스럽지 않은 수준이며 이해숙의 입으로도 그런 점이 지적되기까지 하는 등 솜이의 등장은 여러모로 파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거기다 솜이가 고낙준을 찾아오게 된 계기가 본래 기차에서 지옥으로 떨어져야 했으나 당시 천국집배원 일을 첫 시작한 고낙준이 무슨 이유에선지 끌려나갈 뻔한 솜이를 붙들면서 구해주었기 때문으로 어째서 고낙준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 설명은 나오지 않아 의문을 키울 뿐이에요. 그래서 부부 사이에 끼게 된 솜이의 이야기는 새로운 사건을 예고한다고 해도 답답함을 유발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나마 이해숙이 들고 다니는 나레이션 버튼이 개그를 연발해주지 않았다면 분위기가 심각해졌을지도 모를 일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이해숙이 멋대로 떠드는 버튼을 물컵 속에 집어넣자 꼬르륵 소리를 내며 가라앉는 장면이 개그.
솜이의 정체는 3화가 끝날 때까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고, 암시만 될 뿐인데 일단 유기견 트리오인 짜장, 만두, 짬뽕은 자신들처럼 버려진 유기견이면서도 지옥에서 도망친 이탈자라고 생각하여 자기들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데 유기견 트리오의 목적은 생전 자신들을 버린 주인 같은 인간들을 응징할 생각으로 그런 것. 여기서 솜이를 멋대로 치와와라고 판정하여 장모종인지 단모종인지 묻는 장면이 진심 웃겼다고 할까요? 그런데 솜이가 과연 유기견인지 알 수 없는 게 천국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이해숙과 고낙준 부부는 죽은 개들이 CG티가 많이 나는 무지개다리를 건너오는 장면을 봤을뿐더러 고낙준의 집배원 첫 출근 당시 기차에서 사람 형태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에요. 다음화 예고편을 보면 솜이가 자신의 정체에 대해 이해숙의 수양딸인 이영애라고 주장하지만,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영애의 혼이라면 왜 젊은 사람 모습이고 이해숙이 그를 못 알아보는지도 알 수 없는 설정이고요. 이미 3화 초반 천국 오리엔테이션 기억의 방에서 이해숙이 생전 삶을 다시 체험할 때 이영애의 학생 시절 모습까지 등장했는데 이영애의 젊은 시절을 양엄마인 이해숙이 모를 리 없으니까요. 이번 유기견 트리오도 그렇고 예고편에서 쏘냐(배우 최희진 분)가 접촉하는 걸 보면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 맞는 걸까 싶기도...?
드라마 홈페이지에 나온 젊어진 시어머니 설정이라고 해도 연령대 선택은 천국에 도착한 뒤 천국 공무원들과 상담하고 선택한다는 문제도 있고요. 어쨌든 솜이의 등장으로 잘못을 할 경우 페널티가 쌓여 떨어지는 포도알 4개(총개수가 6개) 때문에 이해숙은 천국 교화소에 가기까지 하는데 여기서 목사가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도 은근히 웃겼던 것이 목사가 연설을 하는 도중에 사사건건 태클을 거는 이해숙의 모습은 어딘가 현실에 있을 법도 해서 소소하게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그런데 3화를 보면서 좀 의외였던 건 사이비가 등장하는 전작 드라마 때문에 어딘가 교주 같다는 느낌을 준 천국 센터장(배우 천호진 분)의 이미지가 상쇄되었다는 점인데 고낙준에게 실망감을 금치 못하고 집을 나와 어머니를 찾아가는 이해숙을 지켜보면서 그가 힘들어할 때마다 신기한 효과를 주어 가는 길이 어렵지 않게 보조해 주었다는 점이에요. 드라마 초반 이해숙이 센터장을 처음 만났을 때 그를 하느님이라고 오해하자 아니라고 정정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센터장의 능력을 보면 저건 천국을 다스리는 하느님이 맞지 않나 싶은 수준. 심지어 이해숙만 아니라 천국의 일원들을 다 지켜보면서 저렇게 도와주는 능력이라면 말이죠.
어쨌든 집을 나와 이해숙은 처음부터 엄마랑 살 거였다면 이런 노인 상태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었겠다고 투덜거리며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러 가게 되는데요. 여기서 드라마의 참신한 설정이 망자들이 생전 살았던 시대에 따라 사는 곳의 형태도 과거와 현재로 달라지며 천국의 과거역으로 가는 방법도 천국을 돌아다니는 버스를 타고 톨게이트와 터널을 지나면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머니를 만난 이해숙은 그동안의 그리움과 남편 때문에 겪은 서러움을 달래게 되는데요. 여기서 어머니로부터 듣게 된 사연은 반전이기도 하거니와 그 시대라면 충분히 있었음직 한 슬픈 사연이라 눈물이 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다름 아니라 이해숙은 자신의 어머니가 친모가 아니라 양모였으며 생전 남편에게 외면당하고 궂은일만 하다가 첩이 낳은 아기인 이해숙을 친자식처럼 키웠다는 사실을 듣게 되거든요. 어머니가 어린 시절 죽었다고 오해한 것도 실은 죽은 게 아니라 딸을 미워하게 될까 두려워한 이해숙의 어머니가 잠적을 했다는 게 진실로 그 뒤에도 몰래 이해숙을 지켜보고 있었으며 왠지 이해숙의 어머니 이야기는 어딘가 이해숙과 이영애 모녀의 사연을 떠올리게 하는 등 심금을 울리는 면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어머니 덕택에 남편인 고낙준과의 앙금도 풀리는 듯싶더니, 막판에 저승사자 비슷한 존재에게 습격당하는 솜이의 엔딩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의문을 남기며 3화는 마무리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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