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일이라 기억은 가물가물해졌지만 좀 오래전에 TV에서 어떤 영화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 성우들이 더빙한 외국 영화들을 많이 접하지 못했는데, 90년대에는 TV에서 해주는 영화들이 거의 더빙을 거쳤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렇게 본 영화들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영화들이 있어서 다시 자료를 찾아보곤 하는데, 그중 또렷하게까진 아니더라도 전반적인 내용을 기억하는 영화가 있었어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런 경우는 제목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어서 우연한 기회 아니면 영화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는데 현재는 플랫폼이 사라진 반디앤루니스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공포영화 DVD들을 찾아보다가 이것이다 싶은 게 눈에 띄더군요. 바로 『환상특급 극장판』이었는데 줄거리를 살펴보니 제가 기억하는 그 영화가 맞고 마침 당시 할인까지 해서 영화 DVD가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영화의 원제는 『트와일라잇 존(Twilight Zone)』으로 어학사전에는 '중간지대'라는 설명이 나오던데요. 전 처음에 영화 원제를 접했을 때 대강 '황혼이 미치는 구역' 정도로 생각했었던 적도.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번역을 잘한 것 같은 것이 『환상특급』이라고 하니까 대강 어떤 내용인지 무리없이 파악이 된다고 할까요. 이야기는 각각 다른 다섯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보면 앞의 프롤로그 이야기 빼면 대강 이십 분 정도에 달하는 것 같더군요. 또 영화가 개봉한해가 1983년인데 생각보다 더 오래된 영화인 셈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이 지났어도 재미있게 봤고 지금 다시 봤어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전 더빙버전과 원본 버전으로 두 번 접한 셈이 되는 거고요.
프롤로그
두 친구가 민가도 없는 어두운 도로를 노래를 틀으며 드라이브를 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여기선 노래를 라디오 카세트 테이프를 이용해 듣고 테이프의 필름이 엉켜서 노래가 중간부터 안 나오는 장면이 나오는데 소소하게 영화가 나온 시대를 파악할 수 있던 부분. 두 친구는 노래가 끊기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화제가 무서운 이야기로 넘어가는데 여기서 TV 시리즈 『환상특급』과 『제3의 눈』이 언급되기까지 합니다. 미국 드라마는 시즌제라 그런지 역사가 오래된 것들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제3의 눈』은 우리나라에서도 방영해 준 적 있지 않았나요? 직접 본 것은 아니고 예고편을 본 기억이 나는데 왠지 그때 인기 많던 드라마로 『엑스파일』도 있었고 하여간 추억입니다. 그런데 단순 이야기 들어가기에 앞서 프롤로그라 생각했던 이 이야기에서도 깜짝 반전이 있었습니다.
첫번째 이야기 : 빌에게 생긴 일
자신의 승진이 막힌 탓을 다른 인종들 탓으로 돌리던 인종차별주의자인 빌이란 양반이 술집을 나선 순간부터 겪는 기이한 일을 그렸습니다. 술집에서 유대인, 흑인, 아시아인들을 골고루 욕하다가 한소리 듣기까지 한 이 양반이 가게를 나서자 어느 순간 이차대전 당시 독일의 한 거리에 와 있던 것. 수상쩍은 인간 취급받으며 나치 경찰들에게 쫓기던 그는 다음엔 KKK에게 흑인이라고 불리며 죽을 위기를 겪고 이번엔 베트남전 당시 강을 건너던 피난민들에게 섞였다가 미군들에게 사살당할 뻔하다가 다시 독일 거리로 돌아와 유대인으로 분류되어 죽음의 열차에 실리게 됩니다. 그리고 열차 밖에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술집에서 나오는 친구들이 보이는 엔딩. 이 양반에게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는지는 미스터리지만 역지사지를 알 수 있는 교훈적인 에피소드라고 할까요? 그런데 제가 어릴 적에 읽었던 모 괴담소설에서 이와 똑같은 내용의 단편을 본 적 있는데 후에 나오는 에피소드와 겹치는 것도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저작권 인식이 없던 상황에서 영화의 내용을 베낀 책들이 좀 나왔던 모양.
두번째 이야기 : 꿈을 심어주는 노인
이 이야기는 묘하게 마지막 장면만을 기억하는 에피소드입니다. 배경은 노인요양소, 앞으로 살날이 많지 않은 노인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추억도 회상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때 요양소에 온 지 얼마 안 된 블룸이란 노인은 자신이 어릴 적에 즐겨하던 깡통차기 이야기를 하며 어린 시절을 꿈꾸는 노인들에게 그 꿈이 밤에 이루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노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 밤에 나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깡통차기 놀이를 하며 즐겁게 노는데 어느 순간 블룸 노인을 제외한 노인들이 어느 순간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을 알게 됩니다. 그들은 그 변화에 처음엔 기뻐하지만 그래도 다시 새롭게 살아가려 한다면 지금껏 견뎌왔던 고난들을 다시 겪어야 한다는 사실과 그리고 지금껏 살아온 시간 또한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으며 다시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은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요양소를 떠나고 블룸 씨는 또다시 꿈을 심어주기 위해 다른 요양소를 찾아갑니다. 꽤나 훈훈하지만 슬펐던 에피소드였어요.
세번째 이야기 : 이상한 소년
가정교사인 헬렌은 길을 잃고 우연히 들린 가게에서 한 소년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운전을 하다 그 소년의 자전거를 넘어뜨리는 바람에 소년을 자신의 자동차에 태워 집에 바래주게 됩니다. 자신의 생일이라며 좀 더 머물고 가라는 소년의 부탁 탓에 소년의 가족들과 만나 저녁을 대접받는데 그들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그 가족들의 폭로로 소년이 원하는 것을 이루고 조종하는 기이한 능력이 있단 것을 알고 자신을 괴물 취급한 진짜 가족 대신 자신을 사랑해 줄 사람들을 계속 끌어들였다는 것이 드러나는데요. 결국 자신의 상황을 지긋지긋하게 여긴 소년은 모든 것을 사라지게 만들지만 헬렌의 부탁과 충고로 맘을 고쳐먹고 다시 상황을 정리한 채 그와 함께 떠나게 됩니다. 사람들이 부러워할만한 능력이 실은 양면을 가지고 있으며 고립되는 이야기는 많이 본 바 있었는데 그나마 이 에피소드는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보면 진정한 가족을 갖고 싶다고 사람들을 자신들의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내용은 우리나라 공포영화 『헨젤과 그레텔』이 연상되기도 하더군요.
네번째 이야기 : 발렌타인의 악몽
개인적으로 여기 실린 에피소드들 중 제일 재밌게 본 에피입니다. 실은 이 이야기도 어느 정도 잘 기억하고 있으려니와, 앞에서 말한 우리나라의 괴담소설 중 첫 번째 에피소드와 함께 그대로 내용을 베낀 단편을 읽은 적 있었거든요. 어쨌거나 실린 영상들 중 이번 편이 가장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내용은 비행공포증이 있는 학자 발렌타인-보면 컴퓨터 공학 관련으로 책을 썼다는 게 언급됩니다-이 폭풍으로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불안해하다가 우연히 창문에서 엔진을 내리치는 괴물을 목격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발렌타인이 비행공포증 때문에 헛것을 보거나 미쳤다고 생각하는데 비행기가 추락할 거라 생각한 발렌타인은 결국 비행기 창문을 깨고 항공보안관의 총까지 훔쳐 괴물을 저격합니다. 그 난리통에 비행기 안 사람들은 카오스에 빠지고 괴물은 비행기 추락은 글렀지만 오히려 발렌타인을 비웃는 듯 도망을 가버리지요.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한 후 발렌타인은 앰뷸런스에 묶인 채 실려가고 사람들은 정말 비행기 엔진이 누군가가 뜯어낸 것처럼 손상을 입은 것을 보고 망연자실해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비행기 엔진을 뜯어내려 한 괴물은 다름 아니라 미국 도시전설 속 그렘린으로 알려진 추억의 영화 『그렘린』과는 많이 다르게 영화상에선 좀 징그럽게 묘사가 됩니다. 괴물도 괴물 나름이지만 영화 상에서 오히려 신경을 돋구는 것은 상황 심각한 줄 모르고 까부는 옆자리 꼬꼬마였다고 할까요. 참고로 영화 크레딧 영상에 나오는 각 에피소드를 맡은 감독들 이름인데 유명한 영화 감독들의 이름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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