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벤져스』 시리즈는 1편 만을 극장에서 놓쳤을 뿐 두 번째 시리즈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부터는 제대로 극장에서 감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봉 당시 영화의 예매 열기가 장난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보러 갈 사람이 많겠구나 예상을 했었고 관람 당일 사람들이 의외로 적나 싶었는데 왠지 영화 상영이 가까워지니 들어오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차 늘었던 것이 기억이 나요. 일단 영화의 시작은 지구에 위험이 닥쳐오고 어벤져스 일원이 그것을 물리친다는 큰 뼈대는 전작과 같습니다. 울트론의 로봇을 물리치는 시가지 전은 전작의 치타우리와의 시가지 전과 많이 유사하여 그대로 답습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의외로 아군 희생이라던가 시민들 피해에 대해 더 자세히 묘사를 해준 느낌. 영화는 시작부터 관객들 기선제압을 할 모양인지 와장창 때려 부숩니다.

전 시리즈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에서 하이드라가 쉴드 내에 퍼진 것을 알고 어벤져스 일원들이 스트러커의 본거지를 때려잡는데 뭐 화기를 몰고 와도 일단 캡틴 아메리카 정도만 있더라도 제압이 가능하겠더군요. 뭐 토르나 아이언맨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헐크 정도만 되면 어떤 무기를 대동해도 답이 없을 수준. 그리고 스트러커는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 의 크레딧 영상 때문에 뭔가 더 있겠거니 싶었지만 생각보다 허무하게 퇴장합니다. 부하는 쌍둥이를 내보내자 하지만 그는 아직은 역부족이라 하면서 거부하지요. 이 스트러커가 키운 쌍둥이 스칼렛 위치랑 퀵실버는 제가 알기론 마블의 엑스맨 시리즈 캐릭터인 매그니토의 자식들이라고 예전에 본 것 같은데 여기선 설정이 달라져서 유럽(배경이 동유럽 정도로 추측)의 내전 지역에서 폭격으로 부모를 잃고 스트러커 휘하로 들어갔단 설정입니다.

그들은 어벤져스 특히 스타크를 증오하는데 왜냐하면 자신의 집을 폭격한 폭탄에 바로 그의 이름이 쓰여있었기 때문. 이는 스타크의 과거가 아직도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것을 보여줘요. 능력은 퀵실버는 이름대로 빠른 스피드로 움직이는 것이고, 스칼렛 위치는 독특하게 사람의 의식을 파고들어 그들의 두려움을 형상화해서 보여주기도 하고 염력 비슷하게 적들을 쳐내기도 하는데요. 처음엔 어벤져스를 적대하여 울트론에 협력하지만 곧 울트론의 목적이 단순 어벤져스의 소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맘을 바꿉니다. 복수심에 불타긴 했지만 아직은 십대 어린아이들이라는 게 여러모로 보여서 초반의 어벤스 일원들의 발목을 잡는 행각에 비해 그다지 밉상이 들진 않았어요. 하지만 헐크의 의식을 조종하여 도시를 박살 내게 한 행위는 진짜 개민폐. 보면 울트론의 소코비아 파괴도 파괴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날뛰던 헐크의 행위도 어마어마합니다.

왠지 파괴의 정도가 전작을 훌쩍 뛰어넘어 거의 『맨 오브 스틸』의 시가지 파괴와 맞먹습니다. 등장하는 도시는 크게 세 도시로 나눌 수 있는데 한번 활약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두 번째 활약은 서울에서, 세 번째 활약은 소코비아라는 가상의 도시인데 나중에 크레딧 올라갈 때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랑 우리나라랑 이탈리아 이 세 나라 이름이 같이 올라간 걸로 봐서 최종결전이 벌어진 소코비아는 이탈리아에서 촬영한 것 같아요. 그중 파괴도는 소코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 순인데 열심히 하루를 보내던 중 초능력 쓰는 외국인들에게 휘말린 서울시민들은 할 말이 없는 게 소코비아는 그나마 설정 상 가상의 나라이기라도 했으니... 그런데 여기서 토니 스타크가 헐크를 진정시키기 위해 헐크버스터를 소환하여 그를 저지하는데 이 장면이 긴박하면서 상당히 개그. 보면 토니의 입담이 굉장히 분위기를 살리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인데 분명 헐크가 날뛰는 지라 영화 속 사람들 입장에선 심장이 왔다 갔다 할 상황인데도 밖에서 보는 관객들 입장에선 폭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개그나 입담이 전작보다 더 많아진 느낌.

그리고 장면들 중 묘하게 앞의 누군가가 어떤 상황에서 대사를 한 것을 상대방이 다른 상황에서 같은 말을 반복하여 들려주는 장면들이 있는데 상황의 변화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전작의 장면에서 따왔을 법한 장면도 있는데 예를 들면 토르의 충전 씬이라거나 로키의 창을 이용한 울트론의 세뇌씬이라거나. 스칼렛 위치 때문에 트라우마 스위치가 올라간 블랙 위도우가 호크아이의 부축을 받는 장면은 전편에서 세뇌당한 그가 블랙 위도우 덕에 정신 차린 것의 반전 버전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호크아이가 멋있는 게 전편의 로키 덕에 학습이 되었는지 거의 유일하게 스칼렛 위치의 의식 조작을 먼저 피한 인물이라는 것. 카메오들 모습도 찾아보면 즐겁습니다. 팔콘은 생각보다 많이 나오고 버키는 실종자를 찾는다는 대사로 언급되는 정도. 깨알같이 도움을 주는 셀빅 교수라던가 후반 헬리케리어 등장 씬에서 피난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애쓰던 쉴드 직원은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에서 럼로우가 헬리케리어를 발동시키라고 명령을 할 때 그의 명령을 듣지 않았던 남자 직원이더군요.

그 외에도 쉴드 요원들 닉퓨리와 마리아 힐도 큰 비중은 아니더라도 도움을 주는데 개인적으로 마리아 힐은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 때가 제일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로드 대령은 어째 약간 불쌍하단 느낌이 드는데 그게 묘하게 캐릭터성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아, 그리고 만화가 스탠 리도 빠짐없이 카메오 출연합니다. 영화에서 재미있던 개그씬 중 하나로. 그나저나 닉 퓨리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서 등장하여 주인공들을 수습하는 게 이 사람 없었으면 어벤져스는 제대로 굴러가긴 했으려나 싶었습니다. 또 개봉 전부터 등장한다고 하여 화제가 되었던 한국 배우 수현은 헬렌이라는 이름의 유전자학을 연구한 유망한 의사로 나오는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 영화 개봉 전 홍보 자료들 중 배너의 비중이 커지고 토니와 배너 사이의 훈훈함과 더불어 나타샤와 뭔가 묘한 교류가 있을 것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만족스러우면서 불만족스럽다고 할까요?

실은 영화 개봉 전에 저는 배너와 나타샤가 서로 묘한 감정을 갖게 되면 나타샤의 오랜 동료이자 역시 감정이 미묘할 법한 바튼이 그 둘을 바라보면서 좀 안타까운 포지션이 되는 이야기를 생각했는데 애초에 나타샤가 배너에게 호감을 갖는 것은 어벤져스 일원들 거의가 알고 응원하는 입장이었어요. 그리고 바튼에게 자식과 부인들이 있다는 사실은 좀 충격적인 반전. 바튼의 집에서 또 토니의 깨알 같은 개그가 볼만합니다. 이번 편에선 명실상부 블랙 위도우가 여자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과거사에서부터 심리까지 다른 캐릭터들보다 자세히 묘사된 느낌. 스파이로 살아온 삶이 순탄치 않다는 것이 그의 입으로도 드러납니다. 근데 이번 어벤져스에서 좋아하는 커플들 다 찢어졌어요. 호크아이는 유부남에 배너는 자신의 힘이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 나타샤에게 끌리고 있어도 함께 하긴 힘듦을 알고 잠적하거든요.

토니랑도 헤어졌고 나타샤랑도 헤어졌는데 뭐 그래도 어벤져스 일원이니 다음 편에도 나오겠지만 역시 배너 관련 부분은 결말이 속이 편치 않아요. 역시 제일 정이 가는 캐릭터라서 그러려나요. 악당인 울트론은 보면 꼭 트랜스포머를 좀 인간화한 버전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디자인이 맘에 들었습니다. 배우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로봇 형태임에도 캐릭터가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이 울트론이 탄생하게 된 계기에도 토니 스타크의 불안을 스칼렛 위치가 자신의 능력으로 건드렸고, 로키의 창을 이용하여 자비스와 비슷하게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 애가 날 때부터 비뚤어지게 태어납니다. 처음엔 이 녀석 때문에 자비스가 죽은 줄 알았어요. 이 울트론은 태생 때문인지 역시 아이언맨을 가장 미워하는데 보면 토니가 좀 죄 많은 남자인가 싶기도 하고. 인간과 비슷하지만 인간이 아닌 형태의 캐릭터로써 꽤 세련되게 생긴 게 맘에 들더군요.

하여간 울트론 때문에 토니가 좀 까이는데 결국 이 울트론 쓰러뜨릴 방법을 찾는 것도 토니였습니다. 울트론이 자신의 몸을 만들려고 한 것을 어찌어찌해서 탈취하여 그것에 자비스를 이식하는데 ‘비전’이라고 칭해지는 이 캐릭터는 더 이상 자신은 자비스도 무엇도 아니라고 하지만 뭐 목소리도 같고 배우도 같은 사람인데 자비스 의인화라는 생각만. 보면 망토를 두른 외양이나 날아다니는 것이나 자신이 얻게 된 인피니트 스톤을 이용해 머리에서 빔 쓰는 것을 보고 왠지 타회사의 히어로가 생각났다고 할까요? 어쩌면 이 캐릭터가 토르보다 더 고결한 히어로일지도 몰라요. 크레딧 영상은 하나. 배우들 캐스트가 나오고 바로 나오는 영상인데 다음 작의 악당이 될 타노스가 비쳐주면서 영화의 막이 내리지요. 혹여나 크레딧 영상이 예전 시리즈처럼 두 개일까 봐 기다렸는데 다른 영상은 없었고 다만 크레딧이 완전히 올라간 뒤에는 ‘어벤져스는 다시 돌아온다’는 글귀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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