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는 개봉하기 얼마 전 TV에서 영화를 보다가 예고편을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된 영화였습니다. 보면 영화의 내용이 왠지 흥미로워 보이기도 했고 주연으로 나오는 배우가 예전에 봤던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빌런 베인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톰 하디'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캐릭터가 인상적이긴 했어도 배우한테 끌리는 그런 건 아닌지라 영화 예고편을 봤을 땐 재밌어 뵈는 영화네 하고 생각만 하고 지나가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 이 영화 관련 자료가 올라왔고 다름 아닌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왔었는데 영화의 감독은 다름 아닌 '조지 밀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익숙한 이름이라 누군가 했더니 바로 『환상특급』에서 가장 재밌던 에피소드 '발렌타인의 악몽'을 연출한 감독이었단 사실.
감독이 누군지 알게 되니 이 시리즈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겼고 이것저것 영화 자료를 찾아보다가 결국 영화 개봉일에 극장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이 『매드맥스』 영화 시리즈도 꽤 오래된 것이고 전편들이 있는 지라 전편들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봐도 괜찮으려나 싶었지만 오늘 다 보고 오니 굳이 영화의 전편 내용을 몰라도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보면 영화 자료들 중에서 이 매드맥스 시리즈가 일본만화 『북두의 권』에 영향을 많이 주었다고 하는데 실은 『북두의 권』같은 경우 사정상 초반 일이 권 정도밖에 보지 못했지만 핵전쟁 이후 세상이 멸망하여 생존자들이 남은 상황이며 폭주족 같은 약탈자들의 모습 같은 것을 보면 유사성이 많이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그 와중에 몇몇 캐릭터는 감독의 의도인지 몰라도 이미지가 좀 혐오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아마 전작 시리즈와 연관성이 있다면 주인공인 맥스(톰 하디 분)의 기억 속에서 트라우마처럼 나타나는 인물들의 모습과 목소리일 텐데요. 맥스가 독재자 임모탄이 다스리는 시타델에서 워보이들의 수혈용 노예로 끌려가서 탈출을 시도할 때 나타난 과거의 그림자로 내내 그를 괴롭히는 여자아이의 모습과 목소리, 왜 자신들을 버렸냐며 원망하는 여자와 노인의 모습 등등. 무언가 전작에 굴곡진 과거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보이긴 합니다. 여자애의 모습은 팸플릿을 보니 딸로 추측되더군요. 전작을 안 본 나머지 워보이들이 어떤 존재인지 추측할 수밖에 없었는데 새하얀 피부에 주인공 맥스의 피가 RH-O형이란 것을 알고 자신들에게 수혈하는 '피주머니' 용도로 쓰며 중간에 어그로를 끌다가 어차피 오래 못 산다고 빈정거림을 받거나 암으로 죽을 것이라거나 하는 소리를 본다면 방사능으로 인한 돌연변이로 보이더군요.
또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샤를리즈 테론이 등장하는 것도 팸플릿을 보고 알았는데 여기서 '퓨리오사'라는 여자 사령관으로 등장하며 물을 독점하여 시타델의 인간들을 폭정으로 지배하는 임모탄에 반기를 들고 그의 성노예로 부려졌던 여성들을 데리고 탈출을 합니다. 그리고 임모탄은 자기 노예들을 되찾기 위해 또 다른 노예들인 워보이들을 데리고 추적을 하는데 이것이 영화의 주축으로 영화상에서 보이는 아찔한 추격과 액션씬들이 영화 화면을 가득 메우며 꽤나 단순한 내용임에도 몰입도가 커서 절로 주인공들이 붙잡히면 안 된다는 감정이입을 하게 됩니다. 그 와중에 추적자들이 온갖 요란한 음악을 다 트는 바람에 액션이 더 화려해진 느낌도 있고요. 근데 이때 피주머니로 차에 매달린 맥스의 입에 마스크 채워놓은 모습이 묘하게 베인 느낌 나더군요.
그 와중에 워보이인 눅스는 임모탄을 광신적으로 숭배하여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피주머니가 된 맥스를 강제로 차에 매달고 나가다가 모래 폭풍에 휩쓸려 퓨리오사와 조우하는데요. 맥스는 퓨리오사와 여성들의 사정을 어렴풋이 알고 그들을 도와 동쪽 녹색의 땅을 향해 가게 됩니다. 물론 가는 길은 쉽지 않아서 추적자들은 늘어나는데 보통 요새 영화가 악당들을 멋지게 그려서 독자들에게 또 다른 감정이입을 만들어내는 것과 달리 여기서 등장하는 임모탄과 그 똘마니들의 모습은 무슨 크리처 영화에 나올 법하게 징그럽습니다. 애초에 임모탄 자체가 병들고 흉한 몸을 가짜 근육 같은 것으로 숨겨서 사람들에게 자신을 숭배하게 강요하는 놈인 데다 어리고 예쁜 여자들을 자기 성욕 충족시킬 요량으로 가둔 놈인지라 오히려 워보이 눅스의 광신에 대비되어 그 추함이 더 두드러집니다. 그에 따라 최후도 허망하고요.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제일 징그러웠던 건 사람 잡아먹는다는 식인종이고 제일 충격적인 장면은 임모탄이 여자들 모유 착취하는 씬이었어요.
그리고 영화의 또 하나 독특한 점으로는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이 두드러짐과 동시에 주인공 일행 측에서 민폐를 끼치는 인물이 없단 점입니다. 일단 샤를리즈 테론이 맡은 퓨리오사는 그 위험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쫓아오는 적들과 맞서며 탈출을 준비하는데, 보면 다른 영화 『월드워 Z』에서 인상적으로 나온 여자 소령을 닮은 것도 같아요. 영화 전개상 퓨리오사가 도착해야 할 고향이 멸망했다는 상황이 나오는데도 절망하지 않고 임모탄에게도 복수하는 등 활약을 하여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게 진심으로 멋있었습니다. 다른 도망치는 여성들 역시 마찬가지로 그의 고향에서 그를 기다렸던 어머니의 친구들과 임모탄의 신부들도 마찬가지였는데 영화상에선 가장 나약한 모습을 보였던 치도 역시 후반에 크게 한번 활약하여 반전을 주는 등 여성들이 약하게만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보면 영화에서 쫓기는 인물이 여성 쫓는 쪽이 남성이며 동시에 이 쫓기는 여성들을 돕고 때때로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주인공 맥스인데요. 처음엔 그도 여성들을 외면할까 싶었지만 아무래도 과거의 그림자 때문인지 여성들을 진심으로 돕게 되며 실은 초반부터 차에 매달린 피주머니 노릇에서 쫓아오는 추격자들을 날려버리는 등 가장 고생을 하는 것도 그입니다. 보면 퓨리오사가 암만 당찬 여성이라도 저 상황에선 불리하겠다 싶었던 게 사실인지라 맥스의 도움이 없었다면 매우 힘들었을 게 보이더군요. 거기다 사막을 넘어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적의 군사들이 모조리 추격을 나온 이상 방어할 이가 없는 시타델을 쳐서 그곳을 차지하자고 건의하는 것도 맥스이며 퓨리오사가 임모탄을 해치우고 크게 다쳤을 때 수혈을 하여 그를 살리는 것도 맥스입니다. 충분히 사랑으로 발전할 법도 한데 결말은 다시 맥스가 떠나면서 좀 안타까움을 남겨요. 그래도 보면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이렇게 윈윈 하면서 활약하는 영화는 드물어서 정말 놀라웠다고 할까요?
이렇게 퓨리오사와 맥스의 캐릭터가 두드러지기도 하지만 영화를 처음 봤을 땐 눅스가 그를 피주머니로 데리고 다녔기에 나중에 동료로 먼저 인정받는 것은 눅스였을 거라고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전개됩니다. 눅스는 결국 주인공들의 발목을 잡는 악당으로 돌변하나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요, 영화는 제 예상과 여러모로 다르게 전개되어 또 놀랐는데 눅스는 임모탄에게 외면받고 도망치는 다른 여성 케이퍼블과 교류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바꾸고 그들을 돕는 아군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보면 눅스의 피부색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얀색에서 다른 인물들과 다를 바 없는 색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는 임모탄의 지배에서 벗어난 눅스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들었습니다. 피주머니인 맥스의 피를 안 받으면 곧 죽을 것처럼 보였지만 영화상에서 한번 수혈용 줄이 끊어진 이후로 말짱하게 돌아다니는 등 워보이 같은 돌연변이들도 생존의 가능성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정적으로 임모탄이 죽고 맥스와 퓨리오사 일행이 시타델로 돌아왔을 때 그들을 먼저 발견한 워보이들이 반응이 그저 그랬던 것이나 마지막 장면 시타델에서 사람들이 임모탄의 죽음을 확인하고 환호하며 영화상에서 노골적으로 묘사되지 않지만 그 시체를 찢어발겼을 법한 암시가 나오는데 이것을 보면 아무도 임모탄을 지배자로 존경하지 않았고 그를 혐오하고 증오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꼭 꼬락서니 보면 『삼국지연의』에서 공포정치 펴다가 살해당한 뒤 시체가 노리개로 전락한 동탁이 연상돼요. 퓨리오사가 시타델의 새로운 지도자로 추대될 분위기가 보이면서 그것을 확인한 맥스가 다시 여행길에 오르는 것이 영화의 결말인데 영화의 말미 '희망'과 관련된 글귀가 흘러나옵니다. 주인공들은 희망을 찾아간다고 했지만 결국 다시 돌아와 희망을 그 자리에서 일구면서 영화가 끝이 나며 결국 희망은 어딘가에 있다는 게 아니라 자신한테 있고 직접 만들어간다는 이야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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