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터널』은 본방은 보지 못하고 이후 재방송과 모바일 결제를 통해 감상했기 때문에 처음 리뷰를 작성할 때 순서가 좀 중구난방이 된 경향이 있습니다. 원래는 중간 회차부터 보다가 이후 초반 회차를 결제하고, 나중에 재방송을 통해 나머지 부분을 보는 등 그래서 예전 블로그의 순서를 찾아보면 리뷰의 텀이 길거나 회차가 겹치는 케이스도 종종 있네요.
아마 드라마 『터널』에 입덕하게 된 부분이 바로 7화 부분으로 김선재가 주인공인 58 광호를 88 광호의 살인범으로 오해하자, 그것이 사실이 아니며 자신이 과거에서 왔다는 것을 밝히는 장면이었을 거에요. 그때부터 드라마를 정주행하기 시작했고 나중에 기회가 되었을 때 1화부터 차근차근 보기 시작했고요.
7화
다시 보게 된 7화에서 88년도 박광호(58광호가 신분을 빌려 쓰게 된 인물)가 진범인 목진우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은 4화 정호영의 등장 신과 더불어 연출이 가장 훌륭했다고 생각되는 부분. 88년도 박광호를 살해한 것이 58 광호라 생각한 김선재는 그를 연행하여 경찰서까지 끌고 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김선재는 전성식 팀장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박광호가 진짜 과거에서 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이 위기를 모면하게 해 준 것이 바로 김선재의 부친. 개인적으로 김선재의 아버지가 58 박광호를 알아보고 충격을 받는 7화의 엔딩은 7화 오프닝과 더불어 연출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30년을 뛰어넘은 세상에 도착해 그곳에서 파트너로 지내게 된 인물이 바로 자신이 맡은 사건의 유족이었다는 점에서 박광호가 정말 그 사건을 위해 터널에 선택받은 남자라는 게 확 느껴졌습니다. 역시 터널은 화양시의 수호신이 맞다는 뻘 생각이.
8화
전성식 팀장이 팀장으로써의 일면이 중간중간 잘 드러난다 싶은 장면이 은근 많았는데, 보면 상황 판단이 뛰어나다는 것이 작중에서 많이 드러납니다. 박광호의 정체를 빨리 알아챈 것도 그렇거니와 김선재의 부친이 박광호를 알아보고 놀라는 장면에서 수습하는 것처럼 상황을 정리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 과거를 뛰어넘어 온 사수(58 박광호) 앞에서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경향을 보여주지만 팀장으로써의 연륜은 무시 못 할 수준.
그리고 작중에서 김선재와 함께 범죄심리학자인 신재이(배우 이유영 분)를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이 부분은 처음엔 크게 신경 쓰지 못했는데 다시 보니 눈에 띄는 게 있었어요. 박광호는 80년 대 사람이고 다른 경찰들도 박광호보다 나을 뿐 딱히 신재이가 하는 일을 존중한다거나 이해한다는 느낌을 주진 못하는 데 반해 전성식은 김선재와 함께 범죄심리학자인 신재이의 필요성을 가장 잘 파악하고 존중하는 인물 같기도. 8화에서 부인 연숙의 행방을 찾는 박광호의 이야기는 좀 늘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김선재가 박광호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면서 브로맨스의 싹이 제대로 트고 관계가 호의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인상적이었습니다.
9화
정호영이 살인을 저지르고 주인공들이 그를 쫓게 되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정호영의 살인과 30년 전 미제 사건과의 관련성을 주요 인물들이 눈치채고 조사를 시작하게 되고요. 개인적으로 드라마가 가장 흥미로워지는 지점이 바로 정호영 사건이 본격적으로 어필되면서부터라고 생각. 드라마가 정호영을 30년 사건의 진범일 수 있다고 페이크를 써서 시청자들을 끌고 갈 수 있었을 텐데도 9화 말미에 30년 전 사건의 진범을 직접 보여주는 상당히 솔직한 전개를 택한 게 굉장히 참신한데 맘에 들었어요.
아마 다른 드라마처럼 끝까지 진범의 모습을 감추고 마지막에서야 정호영이 범인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무리수 반전이라고 욕먹을 가능성이 높았을 수도 있었는데 이 드라마는 그와는 달리 진범은 목진우, 모방범은 정호영이라는 설정을 주어 각기 다른 살인마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그려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살인마들 간의 관계조차도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결국 정호영의 살인 본능을 일깨운 계기가 된 게 또 다른 살인마인 목진우인 셈이니...
이와 별개로 연숙의 사망 때문에 멘탈이 갈린 박광호는 연숙이가 죽었는데 30년 전 사건이 무슨 소용이냐며 손을 놓으려 하는 태도를 보여주더군요. 그동안 드라마 속에서 58 박광호는 정신이 단단한 인물이라 생각했기 때문인지 9화를 봤을 때 좀 놀랐던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30년 전 사건의 피해자인 김선재 앞에서 그렇게 버럭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단 생각.
이때 박광호를 다시 잡아주는 인물이 바로 김선재였는데, 김선재도 상당히 멘탈이 강한 인물이라는 것이 느껴졌어요. 하긴 엄마를 죽인 범인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 경찰이 된 인물이 결코 호락호락할 리가 없고. 그리고 박광호에게 살인 사건 범인을 잡고 과거로 돌아가 연숙씨를 구하라고 다그치며 동시에 위로하는 김선재의 모습은 초반 김선재가 살인 사건 피해자의 자식이었단 것을 알고 광호가 그를 배려해줬던 모습과 역전된 것 같았달까. 8화 이후부턴 선재 쪽에서 광호를 더 감싸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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