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에서 방영한 드라마 『터널』은 타임슬립을 이용해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해 가는 내용으로 본방 당시에는 놓쳤다가 재방송을 통해 중간부터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내용이 몰입도가 있었기 때문에 결제를 하면서 초반 회차들을 감상했고 이후 회차들은 재방송을 찾아가면서 전 회차를 감상한 기억이 있습니다.
1화
박광호(배우 최진혁 분)가 터널에서 정신을 잃는 모습으로 시작하는데 정작 타임워프하는 모습은 보이진 않고 86년도 배경에서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과거의 시간대와 현재의 시간대가 색감이 확연히 다른 게 과거 시간대가 좀 더 빛바랜 누런 느낌을 주는 것이 의도적인 연출인 듯. 당시에는 연쇄 살인 개념도 사이코패스 개념도, 심지어 묻지 마 살인에 대한 개념도 없었을 때라는 게 느껴지는 게 살인사건이 벌어지면 그런 건 염두에 두지 못하고 원한 관계나 금전 문제 같이 주변 사람들 중심으로만 조사를 하더라고요. 정작 진범인 목진우(배우 김민상 분)는 무차별 살인마에 가까웠고요.
당시 수사 방법의 한계라고 할까 용의자로 지목된 고교생 정호영을 조사하는 방식은 주인공이라고 해도 좀 문제가 있겠다 싶더라고요. 중간에 나온 아기 선재는 안쓰럽고 귀여웠습니다. 광호한테 안기면 얌전하게 있다가 성식이한테 가니까 자지러지게 우는 게 웃긴데 슬펐어요. 그리고 기레기지만 파워 감초 역할 하는 오기자의 예리함이 놀랍달까. 현대 시간대에 오기자 아들 오기사도 박광호한테 엄청 도움 주는 역할이더라고요. 중간에 존재감이 묻힌 게 좀 아쉽기도 했고요.
2화
목진우를 쫓다가 돌에 맞아 정신을 잃고 깨어난 박광호가 정신을 차려 터널을 빠져나오자 30년이 넘은 시간대로 넘어오는데 이때 신분을 빌려주게 된 88년 생 박광호와 마주치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30년을 워프한 빅광호의 입장은 거의 이세계물 만화의 주인공 같은 입장이 아니었을까 싶었음. 그래도 묘하게 주위 상황이 박광호를 도와주는 느낌인 게 동료인 태희(배우 김병철 분)랑 민하(배우 강기영 분)는 뭔가 눈새 같아서 박광호의 어색한 행동을 그러려니 넘겨버리더라고요. 반면 김선재(배우 윤현민 분)와의 만남은 후반 끈끈한 브로맨스를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극악하게 시작합니다. 드라마 중간중간 다른 사건들을 조사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여기선 30년 전 박광호가 조사했던 여성 연쇄살인마 선옥의 자살 사건이 등장해요.
3화
목진우의 연쇄살인 피해자 중 다섯 번째 피해자였고 생존자였던 김영자(배우 김혜윤 분)가 살해당하는 사건을 수사하게 됩니다. 과거 김영자가 다름 아닌 스카이캐슬에서 예서 역을 맡았던 배우던데 3편 과거 회상 장면에선 알아보기 쉽진 않더라고요. 이 사건 때문에 박광호는 자신이 여기에 오게 되었고 김영자를 살해한 범인을 잡았으니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었지만 정작 터널이 박광호에게 지워 준 사명은 따로 있었기에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나저나 살인사건에서 살아났음에도 결국 끔찍한 죽음을 당한 김영자의 운명이 너무 비극적이었단 생각이.
또 터널이 배경이 아닌 하나의 캐릭터이자 극 상 초월적인 존재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에피소드이기도 했는데요. 박광호랑 주위 사람들 입장에서 좀 억울하다 싶겠지만 뭐 어쩌겠음. 터널의 뜻이 그런데요. 30년 시간을 넘어갔기에 현대 문물에 익숙지 못한 박광호의 어설픈 행동이 종종 코믹한 요소로 등장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박광호의 적응력은 놀라울 정도. 예전에 본 드라마 『명불허전』의 주인공 허임이랑 맞먹는다고 할까요. 근데 따지고 보면 허임은 500년 정도를 넘어섰으니 이쪽 멘탈이 더 대단하구나 싶겠습니다.
4화
본 사건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절도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조금 몰입도가 떨어지는 에피소드였습니다. 그나마 팀장인 전성식(배우 조희봉 분)이 박광호가 바로 자신이 아는 박광호라는 것을 알아서 답답함이 좀 덜어졌달까요. 박광호의 적응을 도와줄 인물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니. 박광호와 김선재가 아닌 척해도 후반부로 갈수록 서로 인정을 해가는 느낌을 받았는데 에피소드 자체가 좀 동떨어진 사건이고 그러다 보니 밋밋한 느낌을 받았지만 남주 둘이 투닥거리는 장면은 볼만했습니다. 그런데 4화 후반부에 김선재와 지독한 악연으로 얽힌 정호영(배우 허성태 분)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 고해성사 씬 연출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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