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류 미사오의 책은 왠지 유명할 거란 생각이 드는 게 제가 제일 먼저 접하게 되었던 책은 『위험한 세계사』로 학창 시절 학교도서실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던 책 목록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책에 실린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당시 사춘기였던 아이들에게 큰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던 모양인데 키류 미사오의 책은 역사책이든 혹은 이런 동화책이든 어두운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음습한 매력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한번 읽으면 금세 빠져드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실은 이 책을 빌려오게 될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우연히 넷서핑 중, 이 책의 표지를 접하고 왠지 맘에 들어서 도서관에서 찾아보게 된 것인데요. 으레 도서관에서 그렇듯이 이중 표지인 경우 겉표지가 어떤 모양이든 가차 없이 벗겨버리는 모양이더군요.
어렵지 않게 책은 찾아냈지만 제가 기대한 표지는 이미 없어진 지 오래였는데, 그래도 내심 흥미로운 내용이라 생각해서 계속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의 내용들은 어쩌면 한번쯤 접했던 이야기들일런지도 모르는데 한때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란 제목으로 인기가 있었던 같은 저자의 책과 유사한 내용들입니다. 일종의 동화 비틀기라고 할까요? 왠지 넷상에서나 오프라인상에서나 키류 미사오의 책들이 동화의 원전이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많은 거 같은데 책의 서문에서도 저자가 현대적으로 재구성하여 원전의 메시지를 더 담아보려고 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기에 실린 동화들을 읽다 보면 원래의 동화답지 않은 현대적인 각색이나 해석들이 보이는데, 이런 것만 봐도 원전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몇 개의 동화는 저자가 임의로 새로운 결말을 내는 경우도 있었고요. 참고로 원전의 이야기는 제가 예전에 그림동화를 각색한 좀 수위가 있던 일본만화를 읽은 적이 있는데 아마 그것이 오히려 더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키류 미사오의 그림동화는 한때 유행했던 잔혹동화의 일종으로 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마지막에 실린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는 원문과 거의 근접한 데다 성적인 내용이 없어 깔끔하고 감동적으로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책을 읽으면서 즐거운 점은 예쁜 삽화들이 동화 한편당 컬러로 한 페이지씩 실려있는데 순정만화를 생각나게 하는 그림이지만 눈요기가 제법 됩니다. 많지는 않아도 이런 삽화를 보는 것도 이 책을 보는 재미가 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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