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6권 리뷰입니다. 세조가 전권에 죽고 예종이 왕위에 오릅니다. 예종은 세조와 성종 사이에 있어서 이미지가 굉장히 흐린 데다 조선 왕실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조금 낯설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은 저도 예종이 중간에 있다는 것만 파악했지 어떤 업적이 있고 어떤 치세였는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비슷하게 이미지가 흐린 현종은 경신대기근을 다룬 서적 『대기근, 조선을 뒤덮다』를 읽으면서 나름 뭔가가 있던 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도 예종은 알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이상한 일이지만 이렇게 이미지가 흐린 왕들은 묘하게도 유약하다는 이미지를 덮어쓰는 경우도 있고 해서 예종도 그런 왕이려니 했는데 의외로 만화 속의 묘사에서는 굉장히 강단 있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대신들마저도 그 아버지(세조)와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으며 나름 신하들을 제압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왕이지만 너무 이른 죽음이 문제라면 문제랄까요? 보통 선대왕이 이렇게 일찍 죽어버리면 후대가 피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단적으로 딱 아버지인 세조가 단종을 몰아낸 것처럼 그 다음왕 성종대에서는 그런 피바람이 불지 않습니다. 이것은 단종 때완 달리 성종의 뒤에 정희왕후가 대왕대비로써 성종을 제대로 조력했기 때문인데, 세조가 애처가였단 기록도 그렇거니와 정희왕후는 참으로 여러모로 인상적인 인물입니다.
성종이 성장할 때까지 정치를 도맡으면서도 성종이 충분히 혼자 해낼 수 있을 정도로 장성하자 바로 일선에서 물러나 더이상 개입하지 않는 등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도를 넘지 않아 어찌 보면 겸손해 보인다고까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폐비 윤씨 사사사건 때문에 독한 시어머니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인수대비완 다르게 온화한 느낌도 들었고요. 또 한사람 인상적인 인물로 꼽을 만한 인물은 이번 권에서 언급되는 제안대군입니다. 예종의 어린 아들로 본래 세자인 데다 후계자가 되어야 할 인물이지만 너무 나이가 어린 탓에 세자자리에서 밀려납니다.
남이의 옥사라거나 구성군 이준에 관련된 기록만 보더라도 왕족의 자리, 특히 제안대군의 자리는 위태롭기 그지없었음에도 그의 삶은 문제가 없었는데 일단 그가 너무 바보같이 굴어 왕의 자질이 없으므로 기대한 이들이 없어서였다고 하지만 만화에서는 또 하나의 설, 그가 살아남기 위해 후손도 남기지 않고 바보 행세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남기고 있습니다. 1-2권의 술만 파고 정치에 관심을 놓은 진안군 방우의 케이스도 어찌 보면 이쪽으로도 가능성이 있지 않나 싶은데 일단 중갑에 쉬어가는 것처럼 나오는 그의 일화도 재밌긴 합니다.
의외로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들관 다르게 성종실록에서 여성의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폐비윤씨 사사나 어우동 스캔들과 같은 '여성'과 관련된 사건이 터지기도 했지만 뭔가 곁다리에 불과한 느낌이고 실록의 주인공이 성종임을 확실시하는데요. 그런데 다른 서적 조선시대의 범죄를 다룬 서적에서 보면 약간 이상할 정도로 성종대에 '여성'과 관련된 범죄 기록이 제법 있는 편이라고 본 기억이 납니다. 책에선 이것은 성종대에 들어서 유교적 가부장제도가 뚜렷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고도 하는데, 확실히 이 만화에선 조선시대의 유교적 정치의 틀은 성종대에 자리를 잡아갔다고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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