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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애니메이션

『마션』 리뷰

by 0I사금 202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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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션』은 개봉 당시 평이 유달리 좋은 게 눈에 띄더군요. 다름 아니라 감독도 예전에 TV를 통해 재미있게 본 『프로메테우스』의 감독인 리들리 스콧이기도 하고. 그런데 주연 배우가 맷 데이먼인지라 왠지 『인터스텔라』가 연상되는 것도 있었어요. 예전에 『그래비티』라던가 『인터스텔라』라던가 우주랑 관련된 영화를 본 적은 있지만 원래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아닌 데다 영화의 상영 시간이 142분이라는 두 시간은 넘는 분량이라 실은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이번에 여유가 좀 있고 딱히 더 끌리는 영화도 없어서 이걸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영화를 보러 간 당일은 토요일임에도 사람들이 많이 없었는데 대신 『마션』 상영관에 초등학생들 여럿이 한꺼번에 들어왔던 게 기억이 났습니다. 생각해 보니 『인터스텔라』 개봉 때도 가족단위라던가 나름 교육용으로 좋은 소재라 생각한 부모들이 많아서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관람을 했다고도 하는데, 뭐 이번에 온 애들은 가족으로 온 게 아니라 친구들끼리 온 게 보여서 원래 애들이 이런 우주 관련 소재를 좋아하기도 하려니 하는 생각도 했고요. (내가 초등학교 때 관심분야는 온리 귀신 이야기였지만.)

영화의 오프닝은 화성을 탐사하던 나사의 대원들(우주선 헤르메스호 대원들) 이 갑작스러운 폭풍으로 인해 이륙을 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날아온 파편에 맞아 쓸려가고 맙니다. 다른 동료들은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어쩔 수 없이 화성을 떠나게 되었고, 지구의 나사 측에서도 그가 죽었다고 발표를 하게 되지요. 그런데 웬일인지 마크 와트니는 죽지 않고 살아있었고, 그것도 몸에 박힌 안테나에서 흐른 피가 굳어져 수트의 구멍을 막아 생존이 가능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그렇게 와트니는 다친 몸을 이끌고 대원들이 남기고 간 화성 탐사 기지로 오게 됩니다. 영화를 보면서 생뚱맞은 생각이 든 것은 저 탐사 기지는 과연 어떻게 만들었을까, 드래곤볼에 나오는 캡슐을 실제화하면 저런 느낌이려니 하는 생각이 그 와중에 들었어요. 와트니의 말로는 31일 한 달가량 지낼 수 있는 기지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아늑해 보여서 중간에 불행한 사고가 아니었다면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더군요.

문제는 식량이었는데 다음 구조선이 올 때까지는 4년이 걸리고 기지 안에 있던 식량은 배분을 잘 하더라도 몇 개월 안팎이라 와트니는 절망하면서도 살아남을 방법을 찾기 위해 그곳에서 농사(!)를 지으려 합니다. 이 부분을 보며 사람이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강한 멘탈도 멘탈이지만 일단 아는 것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 혼자 남겨진 막막한 상황을 버텨내는 것도 일이지만 그 와중에 식량 마련하고 추위에 버티고 지구 측에 통신할 수 있게끔 방도를 찾아내는 건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어요. 특히 식량으로 남아있던 감자를 심는 방법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흙은 화성의 것을 거름은 그동안 모아둔 자신과 대원들의 인분으로 해결이 가능했지만 문제는 물을 어디서 공급하느냐였고 여기서 와트니는 머리를 써서 수소를 이용해 물을 공급하기로 합니다. 그 와중에 계산을 잘못해서 폭발이 일어나기도 합니다만 결국 수소를 이용해 물을 얻어내는 것이 성공하고 몇 개월 후 감자가 싹이 나고 열매가 맺혀 식량 문제가 해결되지요. 중반에 대사로 어떤 지역에서 농사가 성공하면 그 지역을 지배한다 대강 이런 언급인 나오는데 이 대사나 와트니의 식량 생산을 보면 예전에 읽은 『총, 균, 쇠』에서 언급한 농업의 문명 기여도에 대해 다시금 떠올랐다고 할까요.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97년도에 보내진 패스파인더를 찾아 통신을 시도하여 성공하는데 이것을 통해 와트니는 나사 측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게 됩니다. 그런데 와트니의 생각과는 다르게 나사 측에서 와트니의 생존을 일찍 알아차렸는데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 중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은 와트니의 생존을 바라고 여러 방법을 모색하는 반면 유독 국장은 냉정한 태도를 취합니다만, 이것이 그 사람이 나빠서라기보단 거대한 조직을 통제해야 하고, 그만큼 어떤 사태에 따라 나오는 결과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보다 냉정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중반 영화에서 중요한 열쇠가 된 ‘태양신호’는 중국이 만든 것이고 그 회장이 이건 정치를 떠나 과학의 문제이며 사람을 살리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등 자신들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구조를 돕는 등 굉장히 호의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더군요. 이건 중국 측 흥행을 염두에 둔 걸까요? 아니면 원작에서도 이렇게 나오는 건지 궁금해졌어요.

하여간 중국 측의 도움과 여러 방법을 모색한 덕택에 와트니는 무사히 구출되는데 통신이 가능해지면서 그의 이야기가 널리 이슈가 되어서 그의 구조일에 전 세계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서 그 장면을 지켜보는 것도 있고 본의 아니게 주인공은 세계 화합을 이끌어냈다는 생각이. 우주에서 고립되는 이야기는 『그래비티』를 많이 생각나게도 하는데 『그래비티』는 보면서 잘 만든 공포영화 못지않은 무서움을 상당히 느꼈던 반면 『마션』은 심각한 상황임에도 상당히 밝은 분위기가 유지되고 유머 코드가 상당히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실은 가장 웃겼던 장면은 리치 퍼넬이라는 천재 대원이 와트니를 구조할 계획을 세우면서 그 프로젝트를 ‘반지의 제왕’의 엘론드에서 이름을 따 ‘엘론드 프로젝트’라 명명했는데, 다름 아니라 탐사대원을 총 감독하는 인물이 바로 『반지의 제왕』에서 보로미르 역할을 맡았던 '숀 빈'이더군요. 그런데 등장 배우들을 찾아보니 낯익은 인물이 하나 보였는데 헤르메스 호 대원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에서 버키 반스 역을 맡았던 세바스찬 스탠이었고요. 



참고로 영화의 주 배경은 화성인데 주요 등장 우주선의 이름은 수성(헤르메스)과 태양이라 좀 미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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