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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애니메이션

『더 라이트 악마는 있다』 리뷰

by 0I사금 2025.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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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더 라이트 악마는 있다』는 TV 영화 채널에서 간간히 방영해 주는 걸 어렴풋이 본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 소재가 엑소시즘이라 고전 영화인 『엑소시스트』가 생각나는 부분도 있고 보통 제가 흥미 있어하는 장르이긴 한데 당시 처음 봤을 때 처음부터 충실하게 본 것이 아니라 중간부터 봐서인지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고 본격적인 악마가 나오기도 전이라 좀 지루해져서 TV를 켠 지 얼마 되지 않아 꺼버린 기억이 있어요. 역시 초반에 몰입을 못하면 영화가 그리는 세계에 빠지지 못하는 건가 싶었고요. 

언젠가 다시 보고 싶어져서 TV에서 또 방영해 주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엑소시즘 영화인 『검은 사제들』이 개봉했을 무렵 OCN에서 이 영화를 재방영해주더군요. 그래서 이번엔 저번처럼 처음부터 놓치지 않고 차근차근 보게 되었는데 고전인 『엑소시스트』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향으로 가는 내용인 데다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왜 그때는 몰입을 못했는지 의아했어요. 어떤 영화는 중반부터 봐도 그럭저럭 몰입이 가능한데 반해 어떤 영화는 중반부터 보면 내용 이해가 안 가는 영화들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약 두 시간에 걸쳐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의외로 유명한 배우들이 나와서 좀 놀란 것도 있었어요. 루카스 신부를 맡은 안소니 홉킨스야 뭐 말할 것도 없지만 이 영화에서 마이클 신부의 아버지로 나오는 배우도 여러 영화에서 얼굴을 본 기억이 나더군요. 앞에서 영화는 엑소시즘 영화의 고전인 『엑소시스트』 1편과 좀 많이 비슷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간다고 했는데 그런 것을 의식해서인지 루카스 신부 입으로 영화의 유명한 장면이 언급되기도 합니다. 

회의적인 입장인 마이클과 오래전부터 구마 의식을 행해온 루카스 신부가 영화상에서 먼저 구제하게 된 인물은 아버지한테 강간당한 채 임신한 16세 소녀입니다. 처음엔 이 소녀가 정말 악마에 씐 게 맞는가 보면서도 의심스러웠다가 기괴한 몸놀림에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나오면서 흥미진진했는데 놀랍게도 이 소녀를 구하는 것이 영화의 목적이라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결국 악마 퇴치에는 실패하고 소녀는 병원에서 내출혈로 사망하고 맙니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 때문에 놀란 데다가 거기다 다음으로 악마에 씌는 것이 다름 아닌 루카스 신부인지라 이때부터 영화는 다른 루트를 타기 시작하는데요.

영화는 소녀의 몸을 빼앗으려는 악마와 신부들의 싸움이 아니라 바로 신의 선택을 받았다 여겨지는 마이클 신부를 노리는 악마와 마이클의 싸움이라는 게 드러납니다. 영화의 양상이 중후반 들어서 이렇게 달라지면서 주인공의 파트너 격으로 정해지는 인물은 다름 아닌 엑소시즘 관련 기사를 취재하던 여성 기자 안젤리나. 안젤리나는 과거 정신병원에서 숨을 거둔 남동생 때문에 죄책감을 가졌고 그것 때문에 이런 엑소시즘에 관심을 기울인 것이 암시되는데요. 

이 영화의 참신함이랄지 보통 대다수의 영화에서 여성은 악마적인 존재가 노리는 대상으로 혹은 ‘남성’이 구원해야 할 약한 존재로 그려지는 것과는 달리 오히려 흔들리는 마이클을 되잡는 것이 이 안젤리나의 역할이라는 겁니다. 작중에서 신부들과는 달리 안젤리나는 어떤 능력도 없는 일반인에 가깝지만 작 중 그의 역할이 남다르기 때문에 영화가 더 신기했다고 할까요? 작중에서 그려지는 강한 멘탈도 그러려니 와 어떤 의미에선 아무런 계시도 없지만 그런 평범한 사람도 특별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영화는 마이클과 악마와의 싸움에서 마이클이 이기는 것이 되는데, 이 싸움의 구도가 재미있는 게 오히려 악마의 공격을 그대로 돌려주는 형식이라고 할까요? 악마는 작 중 마이클을 회의론자라 부르면서 악마인 자신을 믿으라고 세뇌하려 하는데 마이클은 그렇다면 ‘악마가 있는 것은 신 역시 계시다’는 증거로써 ‘악마를 믿는 것은 역시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이라는 믿음을 회복하고 악마 ‘바알’을 내쫓는데 썼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미묘하게도 싸움에서 어떤 식으로 이길 수 있는지를 역으로 가르쳐주고 있다고도 해야 할까요? 


좀 딴소리지만 영화에서 루카스 신부를 맡은 안소니 홉킨스의 악마 들린 연기가 좀 강렬했던 지라 상대적으로 주연인 마이클 신부의 포스가 죽어버린 느낌도 났습니다. 
 
곁가지로 좀 불쌍했던 것은 악마에 들려 방황하던 루카스 신부에게 다가가 인형에게 축복해 달라고 부탁한 여자애가 억울하게 얻어맞은 장면이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또 하나 반전은 처음에 망상이라고 생각한 꼬마 아이가 진짜 악마에 시달렸다는 점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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