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에서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슈룹』은 제목이 특이하다고만 생각했지 딱히 볼 생각은 하지 않던 드라마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사극은 생각보다 많이 보는 편은 아니기도 했고, 드라마의 방영 시간대가 현재 보는 다른 드라마들이랑 미묘하게 겹치기도 해서 본방을 보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나중에 재방송을 보려면 일일이 편성표를 확인하는 번거로움도 있고요. 그런데 이 드라마가 재미있다는 평을 보기도 했고, 주변의 추천도 받았는데, 넷플릭스에 들어가니 다름 아닌 동시 방영 드라마인지라 본방을 못 보더라도 재방송을 일일이 찾아볼 수고는 없겠다 싶더라고요.
일단 제목이 말하는 '슈룹'은 우산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라고 나오는데 사극과 우산의 옛말과 조선 왕실이 무슨 관계가 있나 싶어 드라마를 보기 전에 별 추측을 다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우산을 만드는 장인이 왕실에 불려 가서 희귀한 우산을 만들기라도 했나 이딴 생각을 펼치기도 했는데 정작 드라마 본편을 보니 내용은 실제 어떤 시대를 고증한다기보단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처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모티브만 일부 빌려온 퓨전 사극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더라고요. 왕실의 여러 왕자들과 그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루되, 왕자를 가장 훌륭한 인물로 키워내는 일종의 『스카이 캐슬』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다만 역사적인 사실보다는 가상의 인물들을 다루고 있는 내용이라 고증 면에서는 오류가 있을 거라고 여겨지더라고요. 여기서 주인공인 임화령(배우 김혜수 분)이 중전이며 아들이 다섯이나 있는 입장이라 뭐가 꿀릴 게 있나 싶지만. 실제로는 중전이 왕자를 여럿 출산했으면 그것만으로도 입지는 탄탄하지 않을까 싶던데 말이죠. 왕세자가 일찍 죽어도 다른 아들들이 있더라면 그를 세자로 올리면 그만 아닌가 싶어서요. 그래서 나머지 자식들에게 단점을 여럿 부여하는 설정을 주긴 했습니다만. (뭐 아들이 여장 취향이라거나 한량 스타일이라거나...) 이런 부분이 조금 거슬리지 않는 건 아니지만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고 내용이 몰입도가 있어 2화를 연달아 볼 수 있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중전이 후계자를 여럿 낳았음에도 배경이나 세도가 약해 보인다거나 드라마 내에서 대비(배우 김해숙 분)의 권력이 생각보다 막강해 보이는 것, 그리고 후궁이 여럿이라 갈등이 보인다는 점을 볼 때 왕의 모델이 '성종'이 아닐까 싶던데요. 그렇다면 중전은 폐비 윤씨 롤이 되는 건가 싶어서 덩달아 불안해지다가도 그래도 주인공이 호락호락당할 리는 없고 애초에 가상 사극이니 걱정할 것도 없겠다 싶더라고요. 그리고 갈등의 중심에 왕(배우 최원영 분)이 존재하겠지만은 이야기의 초점은 아들들을 내세운 중전과 후궁들, 그리고 가장 흑막이라고 여겨지는 대비의 대립이라고 보이므로 철저하게 여성들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네요.
재미있는 건, 중전과 대비, 후궁들의 대립이 어디까지나 자신의 아들을 더 적합한 후계자로 키우고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하려 한다는 점에서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후궁들이 왕의 '총애'를 두고 다투는 내용이 아니라는 부분이에요. 더 높은 자리를 노리려는 여성들의 욕망이 주제이긴 하지만 당장 여성들 입장에선 자신들의 생존이 왔다 갔다 하고 있고, 이걸 결정하는 게 왕의 '사랑' 같은 게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깔끔하게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식을 내세우는 구도이며 기 빨리는 경쟁이 나오긴 하지만 적어도 왕의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의 사랑에만 목매다는 구질구질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데서 안심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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