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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22년~2023년)

『슈룹』 3화 리뷰 (2022. 10. 23. 작성)

by 0I사금 2025.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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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슈룹』 3화 리뷰입니다. 이 드라마도 재미있는 드라마지만 현재 보고 있는 다른 드라마랑 토요일은 일부 시간이 겹쳐서 사정상 본방을 절반밖에 보지 못했었는데요. 그래도 넷플릭스에서 동시 방영을 하고 있어 놓친 분량도 금방 볼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라고 할까요. 넷플릭스 동시 방영은 재방송처럼 시간을 일일이 확인할 수고가 없어서 좋은 편입니다. 제가 어제 본방으로 보게 된 부분이 딱 중전 임화령에게 충직한 인물인 줄 알았던 신상궁이 중전과 대립하는 대비에게 가 세자가 어디로 갔는지 밝히는 부분이라 생각지도 못한 배신이라며 충격을 먹었던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넷플릭스를 통해 나머지 부분을 보니, 신상궁은 중전을 배신한 게 아니며 오히려 계성대군의 일을 대비가 알았는지 떠보기 위해 배신한 척 세자의 일을 고하러 간 것으로 추정되더라고요. 말하자면 이중첩자며 3화까지 그려지는 신상궁의 모습을 본다면 왠지 끝까지 중전인 화령의 곁을 지켜줄 인물 같았다고 해야 하나. 다만 대비를 떠보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중전을 배신한 것처럼 꾸며댔고, 중전과 대비의 대립은 드라마에서 가장 큰 갈등 구조이니만큼 신상궁은 꽤 위태로운 역할이라 후반부에 위험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원래 이중첩자들은 배로 위험을 안는 설정이기도 하니까요.


이번 『슈룹』 3화에서는 계성대군의 성 정체성 문제가 이어지는데, 놀라웠던 점은 이 계성대군의 성향을 중전이 어떻게 받아들이지는 묘사였습니다. 어머니인 화령은 처음엔 계성대군의 성향 때문에 큰 충격을 받다가도 막판에 그를 이해하고 어느 정도 타협하는 선에서 사건을 해결하는데, 당시가 조선시대고 지금보다 성 지향성 문제에 보수적일 것이라는 관념을 본다면 중전의 행동은 놀라울 정도였다는 생각이었어요. 아들의 성향을 억누르거나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드러내지 못해도 마음에 품는 것은 있다는 말을 하면서 그를 인정하되, 생존하기 위해선 숨겨야 함을 알려주거든요.


또한 아들인 계성대군에게 하는 말을 본다면, 중전 역시 원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올랐고 그 때문에 포기한 중요한 것들이 있던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들었습니다. 그 역시 원하는 것을 포기해야 했던 과거 때문에 지금의 아들을 이해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고요. 중전이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포기해야 했던 과거들은 조만간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더 풀려나올까요? 재미있는 건 이번 계성대군의 일이 세자의 고질병(이름이 무슨 혈병 어쩌고) 때문에 피부병으로 위장하여 온천으로 요양 간다고 거짓말을 한 뒤 중궁전 깊은 곳에 숨는 내용보다  더 중전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게 나온다는 점이었는데요.


계성대군의 일을 알아챈 대비는 왕 이호에게 같이 산책을 가자고 하면서 일부러 계성대군의 화장품을 숨겨놓은 폐전각으로 유도하는데, 이때 재빠르게 중전과 신상궁이 움직여 그곳에 불을 놓는 방식으로 사건을 은폐하는데 성공합니다. 아마 저 포스터에서 급하게 달려가는 중전의 모습이, 이번 3화에서 계성대군의 일로 달려가는 중전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더라고요. 이번 계성대군의 일로 중전과 대비의 대립은 더 뚜렷하게 묘사되는데 흥미로운 건 그들 중심에 있을 왕 이호는 갈등의 원천이라 묘사되기보단, 일종의 관리자 겸 총결정자와 비슷한 역할로 등장할 뿐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번 배동 선발전에서 그려지는 왕의 모습을 보면 그런 경향이 강해지는데요. 감정이 드러난다기보단 중요한 순간에 결정을 내리기 위해 존재하는 느낌이라 어떤 특별한 개성이나 감정은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왕의 이런 밋밋한 특징은 도리어 여성들의 갈등에 질척한 애정전선이나 구질구질한 총애받기 경쟁이 끼어드는 걸 차단하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부분은 현대의 시험을 연상케하는 배동 선발전이었는데, 후궁들이 자기가 낳은 왕자가 합격하길 빌면서 여기저기서 비는 모습은 꼭 현대 수험생의 부모들이 기도를 드리는 모습이랑 겹쳐지더라고요.


의외로 여기서 활약하는 것은 중전의 둘째 아들인 성남대군이었는데, 출제자들마저 당황시키는 답변을 내놓는 것도 그렇고 똑똑하고 할 말은 다 하는 타입 같아서 지금 왕세자가 어쩔 수 없이 죽을 운명이라면 차라리 다음 세자 자리는 저 성남대군에게 주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제일 참신했던 건 타원에 선 하나 그려서 반달을 두 개 만들라는 문제였고 그걸 해결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중간에 페인트 붓처럼 두껍게 선 하나 그려서 반달 만든 왕자는 과연 누구일까 싶더라고요. 황당하지만 어느 정도 들어맞는 방법이라 출제자들까지 화나게 만들었을 정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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